대구의 '용풍', 노풍과 합치다

이재용 전 남구청장, 노 지지 선언... '정치적 타격' 우려도

등록 2002.12.12 15:23수정 2002.12.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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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이재용 전 대구 남구청장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해 향후 대구지역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청장은 12일 오전 9시 민주당 대구시지부 회의실에서 정동영, 추미애, 김태홍 의원과 권기홍 민주당 대구시선대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후보 지지 선언식을 가졌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무소속 2선 구청장으로 오랜 시간 공개적으로 정치적인 견해를 자제하고 있던 이 전 청장으로서는 정치적 '커밍아웃'을 한 셈이다.

이날 이 전 청장이 직접 낭독한 <대구시민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겠습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아낌없이 사랑하고 지지해준 시민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지금까지 대구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것에 대한 저의 책무는 진정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사는, 부패 없는 나라를 만들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청장의 커밍아웃 "시대정신 구현할 노무현 후보"

그는 이어 "이번 대통령 선거는 바로 이런 과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정치 지도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선거"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사회 여러 갈등을 치유할 수 있고 건강한 상식과 도덕성을 지닌, 국민경선과 후보단일화라는 가혹할 만큼 철저한 국민검증 절차를 통과한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은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런 시대정신을 구현할 후보가 바로 노무현 후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 전 청장의 특정 대선후보 지지여부는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고 그의 선택에 대해서는 지역 정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형편이었다.


이런 주위의 관심은 그가 한나라당 강세가 뚜렷했던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아깝게 낙선에 이르긴 했지만 38%대의 지지율을 확보했던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이런 지지율은 양자 구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나라당 텃밭으로 불렸던 대구에서 상대후보인 한나라당 인물을 상대로 벌인 격전에서 겪은 '패배'는 그를 무시 못할 대중 정치인으로 부각시켰던 셈이다.

이 전 청장은 게다가 40대의 젊은 연령에다, 시민단체 활동을 바탕으로 한 개혁적 이미지, 남구청장 재직기간 동안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일 처리 등을 통한 참신한 행정가의 모습으로 각인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정치권의 '손짓'은 예외 없었다. 지방선거 당시 무소속 출마를 두고도 같은 '머슴골' 회원인 김두관 전 남해군수의 민주당 행을 놓고 이 전 청장의 민주당 입당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던 것이 사실. 그리고 다시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이 전 청장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치권 '손짓' "곤혹스럽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이승욱
최근 대선 초반 레이스 중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 전 청장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인사들까지 찾아와 곤혹스럽다"는 말로 고뇌하는 심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중앙집권적, 보스정치 등의 폐해를 낳고 있는 기존 정당으로 입당은 신념과 맞지 않다"는 말로 입당에 대해서는 거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노 후보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 선언이 (노 후보의 인기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혹 부정적인 의미로 왜곡될 여지도 있어 공개적인 지지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고 말해 사실상 애초 노 후보 지지를 확인하면서 공개적인 입장 표명에는 유보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이런 이 전 청장의 '미온적인' 태도가 계속되자 일부에서 "지역 정서를 너무 눈치보는 기회주의적인 태도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지지선언을 통해 정치적인 '모험'을 선택했다. 이 전 청장은 일단 민주당 입당이 아닌 노무현 지지선언를 선택했다.

이 전 청장은 이점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이번 지지선언은 입당과는 다른 문제이며 입당 문제는 소신대로 처리해갈 것"이라고 민주당 입당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지지해준 많은 대구시민들에게 대선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이며 그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어떻든 이번 이 전 청장의 '노무현 지지'로 인해 민주당은 지역에서 상당한 지지층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보수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6%에서 13% 가까운 지지율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이 전 청장을 도왔던 이 캠프 인사들이 자발적인 판단에 따라 노 캠프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어 조직력 확대도 민주당으로서는 이득인 셈이다.

'노풍+용풍', 대구에 새로운 바람되나

권기홍 대구시선거본부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구청장은 대구의 새로운 정치를 담보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이 지역의 상황으로서는 용기있는 결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국적인 (새로운 정치) 흐름에서 아직도 궤를 달리하고 있는 대구에서 새로운 분위기를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이 전 청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밋빛' 예측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상 반DJ, 반민주당 정서가 강한 대구지역의 흐름을 이 전 청장의 노 후보 지지가 뛰어넘을 수 있느냐는 것은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지역 정서가 워낙 반 민주당이다 보니 무소속으로 시장 선거를 치른 지방선거 당시와는 달리 이 전 청장의 지지가 실제 '노무현 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특히 이번 정치적 '커밍아웃'으로 정치적인 행보를 가려는 이 전 청장이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청장은 한 측근은 "지역 정서상 이 전 청장의 선택이 그동안 그를 지지했던 지지층의 대다수 이탈을 낳을 수도 있어 개인적인 타격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후보 지지' 커밍아웃, 지역정서에 발목 잡힐 수도

오마이뉴스 이승욱
사실 이런 우려에 따라 최근 민주당 인사들의 '이재용 영입 작전'은 조용하게 진행됐다. 민주당 중앙당 차원에서 같은 '머슴골' 회원인 김태홍 의원, 지역 단위에서는 과거 민주화 운동 출신 인사들이 이 전 청장의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지만 거의 입을 닫고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섣부른 판단은 이 전 청장의 정치적 생명에 치명타를 날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시대정신에 가장 충실한 이 전 청장이 노무현과 같은 배를 탄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면서 "하지만 개인적인, 현실적인 타격을 예상할 수도 있다"고 말해 우려를 가시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이번 기회를 통해 이 전 청장이 새롭게 정치인으로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이 전 청장의 한 측근은 "이번 지지선언으로 정치인으로서 이 전 청장이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동안 정치적인 '색깔'을 분명히 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단계로 내다보는 절호의 기회가 된 것도 사실이라는 말이다.

결국 이 전 청장의 '커밍아웃'은 막판 대선 레이스에서 대구시민들의 호응에 따라 좋은 점수를 받을지, 나쁜 점수를 받을지 판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전 청장은 지방선거 낙마 후 최근까지 여행을 다니는 등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다가 얼마 전 치과의원에 부원장으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장기적인 정치전망, 대선 후 '개혁적인 정당' 입당 가능

아직 이 전 청장의 민주당 입당은 불투명한 전망이지만, 대선 이후 개혁정당(개혁당)이나 새로운 개혁적인 정당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대구지역 정치계의 새로운 주자인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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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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