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4

풍운의 태극목장 (4)

등록 2002.12.31 09:13수정 2002.12.3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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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들이 지니고 있던 병장기는 강하기로 이름 난 만한검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전설의 신병이기인 거궐이나 막야, 간장이나 어장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정의수호대가 지닌 병장기와 부딪치자 마치 수수깡처럼 부서졌다.

그때 청강검은 한 자루에 은자 백 냥이었다. 청록검은 삼백 냥, 만한검은 오백 냥이었다. 만한검을 내 놓을 때 무림천자성에서는 이제 더 이상 강한 병기는 만들 수 없다 하였다. 그런데 그것이 부서진 것이다.

새롭게 선보인 그것은 무적검(無敵劍)이라 하였다. 당연히 무림인들은 그것을 구입하기 위하여 또 다시 무림천자성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설사 한 자루에 천 냥을 한다 하더라도 구하기 위함이었다.

만한검이 무적검을 당하지 못하는 이상 그것은 더 이상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무림천자성에서는 단 한 자루도 팔 수 없다 하였기 때문이다.

지상 최강의 병장기는 오로지 무림천자성만이 가질 자격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단 한 자루의 무적검도 강호로 흘러들지 않았다.

결국 무림의 태산북두라 할 수 있는 소림사나 무당파는 물론 구파일방과 명문세가, 그리고 마도와 사파의 모든 문파들은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무림천자성의 표적이 되면 하루아침에 주춧돌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무림천자성은 전 무림의 평화는 반드시 자신들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한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무림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분쟁에 간여를 하였다. 그렇기에 세인들이 보기엔 무림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무림천자성과 친분관계가 없는 문파들은 억울하지만 분루(憤淚)를 삼키며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멸망당할 것이냐 치욕을 선택할 것이냐는 물음에 치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문파들은 글자 그대로 주춧돌 하나 남지 않고 깨끗하게 사라져야 하였다. 물론 그들의 멸망에 무림천자성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무림의 문파들은 누구의 소행인지 짐작은 하고 있었다. 수없이 부서져 있는 만한검의 잔재가 그것을 입증하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대항하는 문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도와 사파무림 가운데 많은 문파들이 반감을 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많은 탄압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정파 무림에는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있기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기에 알 수 없을 뿐이다. 이들이 반발하는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중원 무림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존재한다 부르짖는 무림천자성에서 매사를 처리함에 있어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하여 일을 처리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무림천자성과 별 상관이 없는 사안(事案)일 때에는 철저히 정의구현이란 잣대를 적용하여 능동적으로 일을 처리하였다. 그리고는 이를 즉각 만천하에 공개하였다. 그렇기에 무림천자성이 세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무림천자성의 이익과 직결된 사안 일 때에는 달랐다.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쪽으로 일을 처리하였다. 이 과정에서 불의나 불합리한 일이 발생될 경우 이것을 감추기 위해 필요하다면 살인멸구(殺人滅口)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기에 세인들이 무림천자성의 이중성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마도무림인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라 하던 신궁(神弓) 가다피(可多 )가 이끄는 구룡마문(九龍魔門)은 드러내 놓고 반발하는 문파 가운데 하나였다. 그들은 현재 무림천자성의 보복을 당하는 중이었다. 모든 물자의 공급이 끊긴 상태로 고립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른 마도 문파들은 이들을 돕고 싶어도 나설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자신들도 똑같이 당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외에도 구룡마문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문파들이 몇이 있었다.

오랜 유랑 세월을 겪은 끝에 사십여 년 전에 창건된 팔래문(叭 門)이 그들이었다. 그들은 본시 무림천자성에 물건을 납품하던 상인들에 의하여 얼마 전에 창건된 유대문(儒 門)과 대립한다는 이유만으로 제재를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림천자성에서 정의수호대를 보내 구룡마문과 팔래문 등을 멸문시키지 않고 보급만 끊은 것은 세인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정의를 수호한다 선포하였기에 악행을 저지르지 않은 이상 그들을 멸할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제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민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멸문시킬 경우 전 마도가 합세하여 무림천자성에 대항하는 일이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만일 무림의 모든 문파들이 연합하여 무림천자성을 공격한다면 틀림없이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모두들 자파의 이익을 고려한 이기심 때문이었다.

덕분에 무림천자성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지닌 무림 최강의 문파가 되었고 당당히 군림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개별적으로 그들에게 대항하는 것은 스스로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이라 생각한 무림의 문파들은 감히 그들에게 내놓고 대항할 생각조차 품지 못했다.

이러한 무림천자성에서 태극목장의 대완구들을 구입하려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상최강의 병기에 지상 최고의 말들이 결합하면 영세무궁토록 군림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크흐흐흐! 값을 치렀으니 이제 말을 가져가도 되겠지?"

철마당주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물리는 것을 본 이정기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전에 누군가가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무림천자성은 무림의 독버섯 같은 존재이므로 반드시 뿌리를 뽑아 버려야 한다는 말을 했었다.

그때에는 웬 망발이냐며 버럭 화까지 냈었다. 천하의 평화와 안녕이 유지되는 것이 무림천자성 덕분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림의 정의를 위하여 적지 않은 노력을 희생을 감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언제나 무림천자성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림천자성의 일이라면 자신의 힘이 닿는 데까지 도울 용의가 있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당하고 나니 그 동안의 모든 생각이 헛된 망상이라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천 마리에 달하는 대완구는 은자로 사백만 냥에 달하는 가치를 지녔다. 그런데 고작 은자 만 냥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도둑놈 심보이다. 그런 자들이 어떻게 무림의 정의를 수호하겠는가!

"안 될 말씀! 그 가격에는 안 팔면 안 팔았지 절대 줄 수 없소. 거래는 끝났소. 그러니 이제 당장 본 목장에서 나가시오."

"크흐흐흐! 권주는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겠다? 크흐흐! 좋지. 그렇다면 기꺼이 벌주를 마시게 해 드려야지. 여봐라!"

철마당주의 입가에 매달려 있던 조소는 점점 더 짙어져갔다.

"술은 필요 없소. 어서 나가시오! 거래를 하지 않겠소!"

"크흐흐흐!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늦었다. 감히 본성의 요구를 거절하다니… 여봐라! 이곳의 씨를 말려라!"

"존명!"

철마당주의 말이 끝나자 밖에서 우렁찬 복명소리가 들렸다.

히히히힝! 히히히히힝!

우당당탕! 와장창―!

"아아악! 케에에엑! 끄아아아아악! 아악! 살려줘. 아아아아악!"

요란스런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자 이정기를 비롯한 셋은 안색이 돌변하였다. 그 소리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짐작하기 때문이었고, 설마 아무런 죄도 없는 생목숨을 끊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하던 터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나쁜 놈!"

"크흐흐! 뭐라고? 네놈이 감히 무림천자성의 철마당주이신 본좌에게 나쁜 놈? 이놈이 감히…? 크흐흐흐! 오냐 죽여달라 이 이야기지? 좋아, 죽여주지.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죽여주지. 그렇지 않아도 요즘 피 맛을 보지 못해 손이 근질근질하던 터였다."

"크크! 본 당주도 놀고 있을 수는 없지. 이보게 철마당주, 이곳은 자네가 맡게. 본 당주는 즐길만한 계집이 없나 알아보겠네."

"크흐흐흐! 마음대로 하게."

"케에에엑! 아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아아아악!……"

"이런 더러운 놈들! 야앗 죽어랏!"

분노한 이정기의 주먹이 철마당주를 향하여 쇄도하는 순간 그의 입가에 또 다른 조소가 어렸다.

"흥! 건방진 놈! 어딜 감히… 야아압!"

퍼어억!

"커어어어억!"

이정기는 자신의 주먹이 빗나감과 동시에 철마당주의 발끝이 명치 깊숙이 파고드는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즉각 눈앞이 노랗게 보인다 느끼는 순간 그의 신형은 마치 뻣뻣한 통나무처럼 엎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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