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도서 동아일보 공정성 훼손"
동아 공보위 소식지, 자성의 목소리

3일 발간된 '공보위광장', "16대 대선, 어느 선거보다 '편향보도' 비판 받아"

등록 2003.01.05 23:35수정 2003.01.0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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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내부에서 지난 16대 대선 보도에서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아 공보위는 3일 발간된 소식지 '공보위광장'를 통해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를 자세히 실었다.
<동아일보> 내부에서 지난 16대 대선 보도에서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아 공보위는 3일 발간된 소식지 '공보위광장'를 통해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를 자세히 실었다.동아공보위
지난해 말 치러진 16대 대선 선거보도에서 <동아일보>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주장이 언론단체에 의해 제기된데 이어 이번에는 <동아일보> 내부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동아일보> 공정보도위원회(이하 동아 공보위)는 지난 1월 3일 공보위 소식지인 '공보위광장(85호, 2003년 1월)'을 통해 "(대선보도에서)'동아일보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사내외의 유례없는 비판이 있다"며 자성을 촉구하는 글을 실었다.

타블로이드판형 1장(양면 2쪽)짜리 이 소식지에서 동아 공보위는 '사회 변화 못 읽은 대선보도'라는 제목이 달린 장문의 글을 통해 ▲16대 대선에서의 사회 변화 ▲독자의 시각에서 본 동아일보 ▲대표적인 불공정, 축소 보도 사례 등을 나열하며 '대선 보도'에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동아 공보위는 여러 가지 사례들 가운데 노무현 당선자의 '행정 수도 이전 공약'을 불공정한 보도의 대표적 예로 꼽았다. 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여중생 사망 사건' 추모 집회를 <동아일보>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축소 보도해"온 점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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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대선보도, '편향보도' 비판받아…, 공정성 심하게 훼손"

동아 공보위는 우선 이번 대선이 단순한 '세대 대결' 차원이 아니라 "본질적인 시대와 사회의 변화"였다고 지적하고 <동아일보>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앞서서 읽고 전달하고 있는지"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동아일보>에 "(시대의)'선도'에 앞서 언론의 기본적인 원칙과 의무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해야 한다"며 "그것은 (곧)'공정성'에 대한 물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시대와 사회의 변화의 흐름을 선도했는가'라는 물음은 사실 우리에게 너무 사치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선도'에 앞서 언론의 기본적인 원칙과 의무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해야 한다. 그건 우리 신문의 '공정성'에 대한 물음이다."

이어서 동아 공보위는 이번 대선 보도에서 <동아일보>가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듣지 못한 '편향보도'의 한 축이었다는 비판"을 받았음을 시인해 '공정성'을 제대로 담보하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동아일보는 사내 안팎에서 따가운 질책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듣지 못한 '편향보도'의 한 축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리에게 비판적이었던 시민단체나 인터넷 매체로부터만 듣는 비판이 아니다. 보통 독자들의 입에서도 이런 비판을 듣고 있다.

공보위는 대선 기간을 전후로 한 최근 지면을 분석한 결과 공정성이 심하게 훼손당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는 하루 이틀의 보도, 몇 건의 기사가 아닌 몇 달간의 흐름을 통해 발견한 것이다."


동아 공보위는 또 이런 문제는 내부가 아닌 "지면을 읽는 최종 소비자인 독자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불공정성은 여러 갈래와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중잣대'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불공정성은 여러 갈래와 수준으로 나타났다. 편향 수준의 높고 낮음도 있고 고의적인 편향, 미필적 고의 내지는 무의식적이거나 기술적 부주의, 사내 기류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 편향성에 의한 것 등. 그런 부분들이 모자이크처럼 총체적으로 엮어지면서 동아일보 지면의 왜곡을 가져온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중잣대의 문제다. 특히 독자들의 인식을 가장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제목에서 나타난 불공정성이다. '기사 따로 제목 따로'인 경우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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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논란' 불공정, '촛불 시위' 축소 보도 등 대표적 사례

동아 공보위는 대선 막판을 뜨겁게 달궜던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대한 동아일보 보도를 '불공정한 보도'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대선기간 중 유독 <조선>과 <동아>만이 '행정수도' 대신 '수도'라는 표현을 썼다. 12월 16일자 1면에 실린 동아일보 기사.
동아 공보위는 대선 막판을 뜨겁게 달궜던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대한 동아일보 보도를 '불공정한 보도'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대선기간 중 유독 <조선>과 <동아>만이 '행정수도' 대신 '수도'라는 표현을 썼다. 12월 16일자 1면에 실린 동아일보 기사.동아일보
위와 같은 지적에 따라 동아 공보위가 대표적 불공정 사례로 뽑은 보도가 대선 막판에 쟁점으로 불거졌던 '행정수도 이전 논란', 특히 "'행정수도 이전'이냐 '수도 이전'이냐"하는 용어 선택의 문제점이었다.

동아 공보위는 "그러나 본지(동아일보)는 '수도'라는 용어를 고집, 사실상 한쪽의 시각을 대변하는 결과가 됐다"며 '행정수도 이전' 논란을 불공정하게 보도한 <동아일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기사 내용과 제목이 '따로'였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대표적인 것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편향성이었다. 이 문제는 누가 봐도 이번 선거에서 최대의 쟁점이었다. 특히 '수도'냐 '행정수도'냐는 용어의 문제는 두 진영이 첨예하게 맞선 사안이었다.…

그러나 본지는 '수도'라는 용어를 고집, 사실상 한쪽의 시각을 대변하는 결과가 됐다. 12월 16일자의 경우 1면에는 '수도 충청이전'이라고, 2면 사설 '수도 이전과 북핵 제대로 따져라'에서는 제목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수도' 이전이라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이 제목의 오류는 같은 날 4면 지역별 쟁점 판세를 전하는 기사에서 드러났다. 기사 속에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이전을 사실상의 천도(遷都)로 규정하면서 집값 및 임대료 하락, 지역 경기 위축 등 수도권 공동화 공세를 편 게 먹혀들고 있다는 주장'이라는 대목은 우리 스스로 제목의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본지와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행정수도' 이전으로 표현했다. 공교롭게도 본지는 선거 직후 20일자부터는 '행정수도'라고 제목을 달고 있다."


대선 기간을 달궜던 '여중생 사망 사건'의 '축소 보도' 역시 동아 공보위의 비판 도마에 올랐다.

동아 공보위는 "미군차량에 사고를 당한 여중생 추모 집회는 반미로만 규정할 수 없는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었고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한 범국민적 분노와 요구가 담겨 있었다"며 "'민족의 표현기관'임을 자임하는 동아일보의 역할이 다른 어느때보다 필요한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극우보수'로 통하는 모 신문과의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된 터에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이를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축소 보도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뒤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이 문제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나라 전체의 관심사가 되고 있을 때 동아일보는 이를 거의 취급하지 않았다. 16일자 수만명이 자발적으로 참가한 광화문 집회 보도가 대표적이다. 6월 월드컵 이후 광화문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이 집회는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대사건이었으나 정작 한국의 동아일보는 이를 사회2면에 2단으로 간단히 보도했다.

특히 사진을 보면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수만명의 인파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사진으로, 마치 마지못해 보도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대신 '반미 시위 자제하자'는 사설과 칼럼으로 여론의 흐름을 외면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 신문이 작년에 이를 '올해의 10대 뉴스'로 선정할 정도로 뉴스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거기에 대한 대접을 제대로 한 것인가."


어경택 편집국장, "공보위 문제 인식 동의 안해…, 동아일보 '공정'"

일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어경택 편집국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공보위나 노조의 인식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경택 편집장은 "동아일보 보도는 공정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어경택 편집국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공보위나 노조의 인식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경택 편집장은 "동아일보 보도는 공정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동아공보위
그러나 '공보위'를 통한 평기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이렇게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어경택 편집국장을 비롯한 <동아일보> 부장단은 "노조나 공보위의 문제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보위광장' 한쪽 지면에 실린 '편집국장-부장단 반론'글에 따르면 어 편집국장은 공보위 간사와 노조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노조나 공보위의 문제 인식에 동의할 수 없으며 우리(동아일보) 지면은 공정하게 제작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동아일보> 부장단은 공보위가 지적한 '행정수도 명칭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의미없는 논쟁"이라며 "청와대 정부부처에 국회까지 옮기겠다고 밝힌 마당에 이를 꼭 '행정수도'로 표현해야 옳은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촛불 시위' 보도에 관한 지적에 대해서도 "시위 초기단계에 동아일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고 이후에도 타지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공보위광장'에 이러한 글이 실리기까지는 <동아일보> 내부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 공보위는 '공보위광장' 85호의 발간사인 '기자의 소명을 다시 생각한다'는 글을 통해 그러한 논란 과정을 일부 드러냈다.

동아 공보위는 "내부의 순수한 문제제기를 외부에서 악용할 가능성을 들어 신중론을 펴는 위원이나 기자 조합원들도 많았다"며 "그런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그같은 부작용보다는 문제제기가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공보위 광장을 내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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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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