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네티즌 "민주당 살생부 내가 작성" - 김영균 기자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인터넷 살생부'를 자신이 작성했다는 네티즌이 나타나 진위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피투성이'라는 ID를 가진 한 네티즌은 1월20일 오후 8시58분에 노하우 게시판에 '지금 저의 심정'을 올렸다.
'피투성이'는 원고지 37매 분량의 이 글에서 "모든 마음의 준비를 다해놓고 있습니다"라면서 "도대체 노무현 당선자의 지지자로서, 노무현당선자 지지자의 시각으로, 노무현 당선자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제대로 글도 못 올린데서야 이것이 무슨 민주주의국가입니까"라고 적었다.
이 네티즌은 '살생부'를 작성한 이유에 대해 "자신이 몸담아 온 정당을 집권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이유로 이념도 정책도 의리도 신의도 다 팽개치고 헌신짝 버리듯한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래야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네티즌의 '심경고백'이 올라오자 노하우 게시판에는 수십개의 댓글이 일시에 올라왔다. '피투성이'는 스스로를 '공장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마이뉴스> 한 독자는 '독자제보란'에 "제가 처음 그의 글을 주목한 것은 국민경선 초기입니다. '이인제냐 노무현이냐' 하는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차분하게 지역별 판세를 예측하고 노무현의 승리를 예상한 글이었습니다"라면서 "그 후로도 그의 글을 몇개 읽어보았는데, 논리가 명확하고 글빨도 있어, 조회수도 꽤 높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치권 언저리 사람이 아닌가 했는데, 공고를 졸업하고 인천지역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는 부분이 있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라고 제보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피투성이'가 그런 글을 올렸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어제(19일) 알았다"면서 "그러나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최종적으로 그가 정말 살생부를 작성한 사람인지를 당차원에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실제 살생부 작성자가 '피투성이'인지는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살생부 고발' 놓고 신구주류 갈등 - 이성규 기자
'살생부' 작성자가 '피투성이'라는 ID를 쓴 한 네티즌일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 신구주류간의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 주목된다.
'피투성이'가 실제 작성자로 확인이 된다면, 그가 민주당의 내부 당직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구주류의 신주류를 향한 공격의 화살은 무디어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20일 '인터넷 살생부' 유포와 관련, 작성자 색출과 재발방지를 위해 사이버 수사대 등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문제의 처리 방식을 놓고 정균환 총무와 이상수 사무총장 간의 이견이 노정되는 등 신·구주류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문석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수사의뢰 사실을 발표하고 "그 절차는 윤리위원회에서 밟도록 결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사의뢰를 회의에서 결의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상수 사무총장의 주장이 수사의뢰 결의를 강력히 요구한 구주류측 정균환 총무와 대립했다.
정균환 원내총무는 살생부 유포 처리 방식과 관련해 "이것은 당내 문제가 아니라 언론의 보도로 인해 사회 문제화 됐다"며 "내부자인지 외부자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윤리위원회에만 맡기는 것은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고발 의뢰를 촉구했다.
반면 이상수 사무총장은 "이 사안을 최고위에서 고발을 결의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윤리위원회에 넘겨 알아서 하도록 하는게 좋겠다"고 반박했다.
문석호 민주당 대변인은 "고발 및 수사 의뢰를 강력히 주장한 분은 정균환 총무 한 명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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