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월 18일자 사설 "공신 역적 심판하는 인터넷"
그러나 모든 신문이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살생부' 키우기에 전적으로 가담한 것은 아니다. 몇몇 기자들을 통해 인터넷에 떠돌던 '살생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한겨레>는 18일 "민주 '인터넷 살생부' 파문" "출처불명 글 무책임 보도" 등의 기사를 선보였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문건을 언론이 무책임하게 실명까지 적시해 보도한 것에 대한 문제점과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보도태도를 취하는 일부 언론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대한매일은 18일자 사설 "`살생부 정치' 극복해야"를 통해 "검증이 안 된 인터넷 문건에 일희일비하는 정치권은 파문을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과잉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6∼7개의 ‘살생부’ 중 일부는 특정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는 것도 있다고 한다. 평가 근거가 당내 주요인사가 아니면 알기 힘든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적인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므로 이를 비중 있게 보고 과잉 대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또 <문화> 김용옥 기자는 20일 이번 사건을 국민들이 어떠한 시각에서 분석해야 하는가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을 제시한다.
"우리는 이 살생부 문건이 매우 객관적이고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최소한 친노 시각에서 보았을 때 의원분류가 매우 적확(的確)하며 관련된 일화도 민주당 대선과정에 깊게 개입한 인사가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의 소행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수언론은 ‘살생부’사건을 빌미로 노무현의 정치기반인 대중참여수단을 무기력화 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살생부 그 자체는 사소한 사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케 되는 이면에는 노무현의 정치기반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치열한 힘 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경향>의 이재국 기자도 20일 기자메모를 통해 "('인터넷 살생부 파문'은)대선 과정에서는 물론 이후 인수위 활동에 대한 보도 과정에서 '인터넷 언론' '인터넷 정치'의 폐해를 집요하게 부각시킨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족벌신문들이 주도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시 읽어보는 이재국 기자의 글은 언론의 호들갑 끝에 살생부 작성자가 철공소 노동자로 알려진 지금 우리에게 '청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인터넷 문화'에는 분명 빛과 그림자가 함께 존재한다. 참여민주주의의 활로를 여는 긍정적 측면과 더불어 익명의 그늘을 악용하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현재 일부 언론의 살생부 보도는 선정주의 보도라는 언론의 윤리 문제와 더불어 언론의 기본 역할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사안을 전달하는 객체가 아니라 특정 의도를 갖고 파문을 확대재생산하는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는, 일종의 '언론권력적' 행태를 느끼게 된다고 하면 지나친 과민반응일까?
우리 정치사에서 권력 교체기마다 '살생부' 논란이 이는 후진적 행태와 더불어 일부 언론의 음모론적 부풀리기 보도 태도도 이제 '낡은 시대의 유물'로 청산돼야 할 것이다."
철공소 노동자의 작품으로 알려지자 이번엔 축소보도
살생부 파문을 키워가던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21일 살생부작성자가 평범한 철공소 노동자로 확인되자 이번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축소보도'를 했다. 이들 언론들은 사회면 혹은 정치면에 작은 박스기사로 '피투성이'의 커밍아웃을 전할뿐이었다.
독자들은 아마도 처음의 확대보도와 끝의 축소보도 사이에서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축소보도는 음모론적 부풀리기의 목적을 이미 달성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피투성이'가 된 왕현웅씨가 "조중동과는 인터뷰를 안하겠다"면서 그들을 무시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잘못 봤구나'하는 무언의 반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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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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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의 음모론적 부풀리기에 철공소 노동자는 '피투성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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