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함께 음식장만하고 같이 절하는 풍경

명절을 가족 축제로 승화시키자

등록 2003.01.27 10:56수정 2003.0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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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절을 지내기 앞서 미리 아내와 가족회의를 한다.


이번 명절에 해결해야 될 것과 전체 예산 규모를 꼭 점검할 기회를 갖는다. 일정 점검도 같이하여 착오가 없게 한다. 문중과 가족 행사에 지출되는 자금을 논의한다. 서로에게 요구사항이 있으면 이 때 접수하고 지킬 수 있는 것은 약속을 한다. 아이들도 명절준비에 동참할 기회를 준다.

2. 아내와 시장을 같이 본다.

꼼꼼히 메모를 하여 단순한 짐꾼이 아닌 재료 구입을 통해 음식과 장만의 고단함을 이해하는 기회로 삼는다. 사야 될 목록 작성에 꼭 참여하여 나중에 “뭐가 빠졌느니, 왜 또 나에게 갔다 오라”느니 하는 뒷말이 없게 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를 때는 상에 차려질 음식을 생각하고 역 추산하면 가능한 일이다.

3. 재료 준비부터 같이 한다.


생선손질, 채소다듬기, 고깃덩어리 자르기, 나물 씻기는 남자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모르면 몇 번 물어보면 가능한 작업이다. 군대에서 배운 실력을 맘껏 발휘해 “내 남편이 이런 재주가 있었구나!”하고 감탄하게 하자.

4. 설거지를 도와준다는 생각에서 탈출하자.


배우기 쉬운 것부터 장만을 같이 해보자. 포에 소금 간하기, 나물 삶고 데치기, 전 붙이기, 과일 오리기, 탕 끓이기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극히 단순한 노동이다.

설거지 돕는다는 발상자체가 명절 분위기를 망치고 살림을 내팽개치게 마련이다. 설거지는 명절 과정에서 벌어지는 백여 가지 일 중 하나일 뿐이다. 설거지 돕는다는 생각보다도 설거지는 당연히 남자들이 하고 장만에 동참하여 힘있는 남자가 칼질하기, 짐 옮기기, 방치우기, 상 닦고 제기(祭器) 닦기, 음식 담아 나르기, 상 차리기, 산소 갈 때 싸갈 음식 준비 등 손쉽고 간단한 일이 널려 있다. 몇 가지 일 빼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 이제 발벗고 나설 때가 되었다.

5. 반드시 처가 방문을 한다.

몸이 힘들더라도 명절기간 동안 처가에서 하룻밤 지내는 것이 좋다. 적당한 날을 잡아 처가집 기운을 한 번 받고 오면 적어도 3개월 효과는 있다. 아내를 낳아 길러준 곳을 빠트릴 수는 없는 일이다.

선물도 과다지출은 문제가 되지만 형평성을 고려하여 적정하게 한다. 지출규모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면 미리 아내와 상의하여 친가 쪽부터 줄이면 처가와 형평이 자연스레 맞아 다툴일도 없게 된다.

6. 한가지가 끝났을 때 서로 칭찬을 한다.

몇가지 중요한 일이 마무리됨에 따라 아내에게 “수고했어요”, “수고했어”, “힘들지?” 라는 말을 해서 애쓴 보람을 느끼게 하여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주자. 어깨를 주물러 주면 금상첨화겠다.

남편에겐 “당신이 조금 도와주니 이렇게 쉽네요”, “당신이 이렇게 솜씨가 있다는 걸 미처 몰랐어요.”, “당신은 참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자예요” 라고 해보세요. 다음부터는 도와달라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 것이다.

7. 남자들끼리 모여 앉아 먼저 음식 가져오라 시키지 않는다.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누군 음식 만들고 누군 입에 넣기 바쁘다면 한쪽은 속이 탈 수 있다. 같이 만들고 같이 맛보고 함께 자리에 앉아 술 한 잔씩 나누며 지친 몸을 풀어주면 기분이 아주 좋다. 부침개 몇 개에 생선이든 찜이든 좋아하는 음식 한두 가지를 마련해두고 모두 모아 정담을 나누면 명절이 즐겁다.

차례상에 음식을 차리는 것을 중심으로 사고하지 말고 만들면서 맛보는 재미로 방향전환을 하면 음식 만들기도 재미있고 과정이 축제로 될 수 있다.

8. 차례 지낼 때 소가족 단위로 절을 한다.

음식 만드는 사람 따로, 절하는 사람 따로인 세상은 갔다.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든 사람, 짐을 나른 사람, 사고 안치고 잘 버텨준 아이, 노구를 이끌고 건강하게 계신 노부모님 등 모두가 이 집의 주인공이다.

마땅히 그날 집에 있는 모든 이가 절을 하는 것이 맞다. 절을 할 때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끼리 하는 것도 방도 비좁을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좋지 않다. 남녀 구분 없이 태어난 순서에 따라 첫째, 둘째, 셋째 내외와 아들 딸이 같이 하면 한 폭의 그림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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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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