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아름답게 만들어야 할 이유

[나의승의 음악이야기③-2]

등록 2003.01.28 13:34수정 2003.02.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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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LP, 또는 CD라고 말하는 문화상품, 거기에는 프로듀스 한 사람, 녹음한 장소, 시간, 앞면의 그림, 혹은 디자인을 완성한 사람, 음악가의 작업장면이나 외모를 찍은 사진가, 전체적인 디자인을 총감독한사람, 등의 이름과 내용이 적혀 있어야 한다. 특히 앨범커버Album Cover의 일러스트나 사진은,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다.

a 앨범 커버 사진

앨범 커버 사진 ⓒ 나의승

10인치 곱하기 10인치의 예술이라고들 말했던 LP커버 그림의 작가이며, 주로 50년대에 최고의 작품을 남겼던, 데이빗 스톤 마틴David Stone Martin(1913-1992)이라는 미국 시카고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는 '레스터 영Lester Young','빌리 할리데이Billy Holliday','버드 파우엘Bud Powell','찰리 파커Charlie Parker'등의 앨범 커버 그림을 남겨서, 애호가들의 사랑과 존경은 물론이고, 20세기를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있는 사람이다. 음반 디자인 문화의 발달과 더불어서 그와 같은 천재적인 예술가가 탄생 하기도 했었다.


그림을 잘 살펴보면, '레스터 영'의 경우 30년대 이후 최고의 섹스폰 연주자였는데, 그는 언제나 섹스폰을 삐딱하게 기울인 상태로 연주했던 사람이다. 재미있게도 '데이브'는 피사의 사탑을 그려 넣어서, 그의 연주를 감성적으로 느끼게 해주고 있는것이다.

'빌리 할리데이'의 일러스트는 '고독과 허무의 여심'에 대해서 너무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는것 같다. '버드 파우엘'의 얼굴은 마약을 느끼게 해준다. 이처럼,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그의 작품들은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음악에 덧붙여서, 또다른 감성의 세계를 알게 해주었다.

C.D시대인 지금은 4인치 곱하기 4인치의 크기로 줄어들었지만, 50년대에 비해서, 음악 문화 상품의 값은 훨씬 더 커져있다. 지금은 과거 어느때 보다 문화상품 또는 예술상품이 초 고부가 가치의 상품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음악만 좋으면 됐지 껍데기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수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 사람이거나, 음악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높은 경지의 사람일 것이다.

a 앨범 커버 사진

앨범 커버 사진 ⓒ 나의승

위의 그림은 '비비안 에어러Vivian Ara'의 '모펫 페밀리 Jazz밴드'앨범의 앞면 그림이다. 2000년대인 지금도 50년전과 다름없이, 데이빗 스톤 마틴의 뒤를 잇는 재주꾼들이 있어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감성을 전해주고 있다.

독일의 '뮌헨'에 본사를 두고 있는 E.C.M이라는 음반회사는, 그들만의 독특한 앨범커버로 유명하다. 그들은 최근, '욕망의 그림들(Sleeves of Desire)'이라는 제목의 책을 엮었다. 약25년에 걸쳐서 그들이 생산한 음반들의 사진이나 그림들을 모아 출판 한 것이다.


그 책의 한 부분에는 '보는것'을 통해서 듣는일이 가능하고, '듣는일'을 통해서 보는 것이 가능하기를 바라는 욕망을 실현하고 싶었다는 말이 적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시각과 청각의 관계는 같은 것은 아니어도, 둘로 나누어 생각하기도 어렵다는, '不二'의 철학이 도입될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본 것은, 耳라는 글자는 目이라는 글자를 포괄하고 있다고 우겨 보는 것이었다. 사람은 오래 전부터 생각하는 습관을 가진 동물 이어서, '듣는일'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상상력'이라고도 할 것이다. 결국, 청각예술은 시각예술에 비해서 울타리의 범위가 넓은 예술일수도 있을 것이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도 있지만, 이제는 같은 음식도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일이 한분야의 문화로 분류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북 디자인'이나 '음악앨범 디자인'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을 예술가로 사랑받게 하는 풍토는 아직 부족하다 할지라도, 문화의 다양성이라도 폭넓게 인정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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