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아름답게 만들어야 할 이유 (2)

[나의승의 음악이야기③-3]

등록 2003.02.10 17:29수정 2003.02.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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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Blue Note)라는 미국의 재즈전문 레코드사가 있다. 1939년에 시작되어, 약65년동안 'Jazz'라는 음악의 표준을 제시해 오고 있다. “재즈란 이런 것이다” 또는“이래야 한다”라고 말할수 있는 자존심 같은 것이 그들에게는 있다.

2003년인 지금도 그러한데, 그렇게 되기까지 블루노트가 제작한 수없이 많은 명연주 명녹음의 뒤에는, ‘루디 밴 겔더Rudy Van Gelder“라는 이름이 있었다.


캐논볼 애덜리와 프레디 하버드의 앨범 자켓
캐논볼 애덜리와 프레디 하버드의 앨범 자켓나의승
시력측정 개업의였던 그는, 40년대 그의집 거실에서 취미로 녹음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직업이 되었고, 이제는 재즈역사에 불멸의 이름이 되었다. 수천에 달하는 명연주들을 명녹음으로 남긴, 음향예술의 달인인 것이다. ‘룻소’의 말처럼, 취미가 직업이된 행복한 사람, 그리고 그것으로 세상에 기여한 사람이다.

50, 60년대, 그가 녹음한 아날로그 L.P(long playing)레코드 중에, 중요한 음악들은, 그의 이름 이니셜을 따라서, R.V.G라는 타이틀을 걸고, 24비트 시리즈의 CD로 재발매 되고 있다. 그가 녹음한 음악을, 디지털 시대에 맞추어, 스스로 리마스터링(Remastering)한 것이다. 결국 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두 시대에 걸쳐서,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게 되었다.

아트 블래키(Art Blacky), 클리포드 브라운(Cliford Brown), 제이제이 존슨(Jay Jay Johnson), 델로니어스 멍크(Thelonious Monk),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등의, 그의 손을 거쳐서 태어난 명반들은 너무도 많다.

50년대 중반부터, 활약한 ‘크리드 테일러(Creed Tayler)’는 ‘루디’보다는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카맨 맥래(Carmen Mcrae),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 프레디 허바드(Freddie Hubbard) 등의 명반들을, 버브(Verve), 임펄스(Impuls), 등의 레코드사를 통해서 남겼다.

블루노트, 버브, 임펄스 등은 미국의 재즈를 상징하는 재즈전문 레코드 레이블 들이다.


거기에는 ‘루디 벤 겔더’, ‘크리드 테일러’등의 성공한 이름들이 존재한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할수 있었던 과정 속에는, 블루노트의 사장 ‘알프레드 라이온’이나 버브의 사장 ‘노만 그랜츠’같은 사람들의 신뢰와 지원, 그리고 음악 애호가들의 애정과 성원이 있었을 것이다.

앞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남긴 음악들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앰프나 스피커가 있다면, 사양길에 접어들었거나, 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이 한일은 단지 좋은 음악을 세상에 남긴 것 뿐 이지만, 거기에 부가된 문화 영향력은 세상을 움직이게 한다. 21세기에도, 한동안 그 영향력은 지속될 것이다.


후배가 우연히 듣자고 가져온 ‘신쾌동 거문고 산조’의 CD 한 장이 까닭이 되어, 이야기를 여기까지 하게 되었다.

진도노래 앨범의 자켓
진도노래 앨범의 자켓나의승
대개 선진국일수록 문화의 영향력을 잘 이해하고 있는데, V.D.E라는 스위스의 레코드사는, 전라도 진도(珍島)의 들노래, 강강 수월래, 망가의 녹음을 93년 출반했다. 앨범의 커버에는 ‘COOREE/KOREA’라는 두 개의 언어로 된 나라이름과, ‘진도의 예식용 노래들’이라는 제목이 역시 불어와 영어로 적혀있다. 한국에서 녹음한, 같은 내용의 음반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저들과 우리는 감성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문화상품을 만드는것에 정성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상상력의 제한을 일으킬지도 모를 이야기는 더 이상 늘어 놓고 싶지 않지만, 이런 말은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문화 속에는 또 다른 ‘루디 밴 겔더’나 ‘크리드 테일러’가 없는가? 혹 있다면, 그들이 존중받고 사랑받을 풍토가 있는가? 아직도 옛날의 “딴따라”라고 무시하는 정서가 있어, 그들이 그늘에서, 또는 못된 경제논리의 ‘톱니바퀴’에 끼어 신음하고 있지는 않은가? / 한국 음반문화의 선진화는 모든 음악 애호가들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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