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들 장 익는 마을의 '고려취'

주부의 일년 농사, 장 담그기

등록 2003.01.29 13:28수정 2003.01.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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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된장에는 5가지의 덕이 있다고 했다. 즉 된장은 다른 맛과 섞여도 제맛을 잃지 않는 단심(丹心), 오래두어도 변질되지 않는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해주는 불심(佛心),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잘 조화되는 화심(和心)을 가졌다고 칭송하였다.

a 전통메주

전통메주 ⓒ 임영택

또한 중국사람들이 된장 냄새를 일컬어 '고려취'라고 했는데 건강한 몸을 '된장 살', '된장 힘' 이라고 부른데서 알 수 있듯이 된장은 식탁을 넘어선 우리 한국인만이 갖는 동질감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 보면 우리 조상들의 장 담그기가 일년 중 얼마나 중요한 일로 여겼는지 알 수 있다. 가을걷이 끝나고 나면 농촌에서는 콩을 삶는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했는데, 이는 바로 장 농사를 짓기 위한 시작이었던 것이다.

영양만점, 건강 만점! 우리의 전통장

요즈음 전통 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짐에 따라 간장, 된장의 항암효과와 그 기능성 및 생리활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된장의 원료가 되는 콩은 그 자체만으로도 콜레스테롤을 분해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을 포함한 21세기 최고의 식품이라고 한다.

a 전통장독

전통장독 ⓒ 임영택

영양성과 저장법에서 원료보다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였던 발효는 채소에서는 김치, 바다에서는 젓갈이라는 식품을 탄생시켰듯이 박건영 교수는 콩은 된장으로 발효되면서 강한 항암 효과를 지니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인류사망 원인 중 가장 비중이 큰 암과 고혈압, 뇌졸중, 치매 등의 예방과 치료에 전통 장이 효과가 있음이 입증됨으로써, 장은 조미식품으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국민건강 향상과 식생활개선에 기여하여 왔던 것이며, 옛 조상들의 지혜와 과학성이 인정받게 되었다.

전통의 맛 비법을 이어가는 마을 서경들 전통장

이러한 영양만점, 건강만점 된장을 옛날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곳이 있다. 이천시 소재지로부터 북동쪽 설성, 안성방면으로 약 12㎞정도 떨어져 위치한 이천시 모가면 서경리가 바로 그 마을이다.


서경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8명이 모여 영농법인(대표 김종섭)을 구성하고 마을에서 생산한 콩으로 깨끗하고 위생적인 시설에서 음식 맛의 가장 기본인 '서경들 전통장'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고추와 담배 농사의 후작으로 심은 콩이 마을 소득을 높여주는 효자 식품이 된 것이다. '92년 조립식 건물 40평에 가마솥만 걸어서 시작한 사업이 '97년에는 58평의 유리온실을 증축하여 발효실과 항아리 보관실, 가공실을 갖출 수 있었고 '99년부터는 숙성실 50평을 지었으며 농협 하나로마트 등 대형 유통망을 통해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을 판매하고 있다.


홈페이지까지 갖추고 인터넷상에서 판매는 물론 홍보도 하고 있는 서경리에는 요즘 더 즐거운 일이 생겼다. 지난해부터 짓기 시작한 전통장 홍보·전시관이 올해 3월초에 개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에 빚은 메주를 잘 띄워 주부의 일년농사인 장을 담그느라 한창 바쁘지만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서경들 전통장의 맛을 널리 알리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50평 규모의 홍보·전시관을 짓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전통장 전시는 물론 교육관과 조리실도 갖추어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의 전통장 체험 행사를 개최하여 피자와 초콜릿 맛에 길들어진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입맛을 바꿔보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물론 어른들에게도 체험교육을 실시하여 서경들 전통장의 맛을 전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매년 3월에는 전통장에 관심있는 전국의 사람들이 모여 고장의 맛도 알리고 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팔도 전통장 담그기』행사도 가지려고 기획 중에 있다. 장 담그기 체험을 희망하거나 기타 자세한 사항은 031-632-5678이나 홈페이지를(http://sukyeongdl.com)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체험가능한 전통 장마을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리 콩만으로 전통의 손맛과 비법을 이어가고 있는 전통장 마을은 서경들 외에도 전국에 여러 곳이 있다.

a 전통장 담그기 체험

전통장 담그기 체험 ⓒ 임영택

최근 GMO다, 수입농산물이다 해서 부쩍 우리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주 5일제 근무 실시로 새로운 볼거리, 먹거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체험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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