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영향 평가는 ‘요식행위’

대전시내 11곳 대형매장 입점, 교통체증 심각

등록 2003.02.04 16:28수정 2003.02.0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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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에서 지난해 개장된 대형할인 매장이 교통영향평가 문제 등으로 정식 사용승인을 받지 않고 개장한 것으로 드러나자, 교통영향평가 제도에 대한 문제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전 대형매장 11곳, 교통체증 심각

a 백화점과 대형유통매장이 나란히 들어 선 대전 중구 문화동 도로, 이 곳은 상습적인 교통체증구간이다.

백화점과 대형유통매장이 나란히 들어 선 대전 중구 문화동 도로, 이 곳은 상습적인 교통체증구간이다. ⓒ 장재완

대전시 인구규모에 대비해 대형백화점과 할인매장이 많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있었던 것은 아닌데 현재 대전시내에는 까르푸 2곳, 롯데마트 2곳 등 모두 11곳에 백화점 등 대형할인매장이 입점해서 영업중이다. 뿐만 아니라 유성 까르푸점과 삼성홈플러스가 둔산에 오는 6월 입점할 예정으로 있으며, 이후에도 유성구 송강동과 가오택지개발지구, 송촌지구 등 3-4곳에 대형할인매장이 입점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대형할인매장이나 백화점의 경우, 엄청난 교통량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건축허가 보다는 교통영향평가와 건축심의 등의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서 허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교통영향평가 등의 심의과정에서 입점을 규제하는 심의나 결정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은 교통영향평가 제도가 있으나 마나한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대형유통업체가 이렇게 난립되면 그만큼 도시교통문제는 심각해지는 것이고, 사회적 물류비용이 그만큼 커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럼에도 특단의 대책 마련 없이 교통영향평가를 모두 통과하는 지금의 현실은 극심한 교통혼잡비용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건축주가 책임져야 될 “특단의 교통대책 마련에 대해”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교통영향평가 ‘요식행위’ 일뿐

교통영향평가 대상으로 포함되어 교통영향평가를 받았던 대규모 유통업체의 경우는 대부분 1, 2등급 지역판정을 받았다. 1,2등급이라면 교통문제가 발생되지 말아야 하는데 현재 영업중인 각 백화점이나 할인매장 앞의 경우 대부분 심각한 교통문제 유발지역으로 지목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구 둔산동의 겔러리아백화점이나 탄방동 롯데백화점앞을 들 수 있으며 까르푸 문화점과 세이백화점 앞도 극심한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또한 월평동 월마트 앞도 만만치 않다. 특히 퇴근시간에는 퇴근차량과 쇼핑객이 겹치면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주말이나 휴일에도 쇼핑객의 홍수로 인근의 도로는 마비가 되기 일쑤다.

a 대형매장앞에 줄을 선 택시, 그리고 매장으로 들어 가려는 차량등이 2개 이상의 차선을 점거하여 교통체증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대형매장앞에 줄을 선 택시, 그리고 매장으로 들어 가려는 차량등이 2개 이상의 차선을 점거하여 교통체증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 장재완

기존의 대형할인 매장이나 백화점 앞길뿐만 아니라, 새로 생긴 대형할인 매장까지도 엄청난 교통체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까르푸 유성점 교통영향평가의 경우, 관련 평가위원들이 충남대 앞 유턴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 누차에 걸쳐 특단의 교통대책 수립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제시 없이 교통영향평가를 통과시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전시 채비지를 매각하면서 너무 봐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기도 하다.


교통영향평가 제도의 문제는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교통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없이 대형할인매장이나 백화점을 무분별하게 허가하고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그나마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는 “교통영향평가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교통영향평가제도는 많은 제도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크게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사업주 본인이 교통영향평가를 발주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교통영향평가를 해야될 평가업체가 사업주의 눈치를 보게되고, 사업주 요구내용을 그대로 반영하게되어 결국, 부실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부실심의로 심의위원들이 고발당해 결국 뇌물수뢰로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교통영향평가에서 제동이 걸린 경우는 특이한 예를 제외하고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현실이라는 점에서 교통영향평가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뤄지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또 하나는 공공성이나 경제성이 철저하게 배제되고, 그 지역전체에 대한 교통영향을 측량하는 총량평가가 아니라 시설물에 대한 단순평가라는 점에서 내용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외에도 사후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사후에 문제가 발생시 공사중지 명령과 같은 행정조치를 비롯해 과태료 부과 등의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교통영향평가 제도의 개선방안

그렇다면, 교통영향평가제도의 개선방안은 어떤 것이 있겠는가?
먼저 객관적인 교통영향평가를 위해서는 사업주를 배재해야 한다. 또한 교통영향 평가조례를 제정해서 법상 평가대상 이외도 자치단체장 재량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평가과정과 회의록, 그 결과를 서울시처럼 인터넷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교통영향평가가 단순히 대상사업의 교통영향평가가 아닌 도시전체에 대한 총량평가로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또 사후문제 발생시 그 책임을 분명히 물을 수 있는 법 제개정도 필요하다.

다시 말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교통영향평가의 기준마련이 더욱 시급하다. 획일화된 평가보다는 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화된 새로운 기준과 제도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부실한 교통영향평가로 인한 물적, 정신적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교통영향평가 제도의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기관을 비롯해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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