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여 논의하여야
현대상선의 북한의 2억 달러(?) 지원과 관련하여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례가 없는 사태에 대하여 누구도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 시점은 북한의 핵 문제로 미국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며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시 한반도에 상당한 군사적 위험이 닥칠 수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의 논의 구조는 현재에 닥친 당장 급한 문제는 뒷전으로 미루어 놓고 이미 저질러진 일에 집착하여 문제의 본질을 잊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의 대북 송금과 관련하여 김대중 대통령이나 또는 관련자 및 현 정부의 관련 실정에 대해서 정치적 해결을 넘어 만일 사법적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고 하더라도 시효가 있는 문제이고 이미 어느 정도 정황을 밝힌 문제인 바 증거를 은닉하거나 도주를 할 우려 등이 있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지금 일단 우리에게 필요한 일차 논의는 북한 핵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식하고 주변 국가와의 대외 관계에서 우리의 입장을 어떻게 정리 할 것이며 특히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하는 해결 방법을 도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이후의 북한과의 관계설정에 있어서 어떠한 입장과 노선을 국민적 합의 속에 가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논의하여야 하고 특히 경협과 관련하여 제기된 여러 문제를 차기 정권에서는 어떻게 정리하고 또한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를 논의하여야 한다.
일에는 대소 완급이 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한가롭게 자금을 "주었니? 안 주었니?" 하는 문제가 사회적 담론의 우선 순위가 될 수는 없다. 물론 이 문제도 분명히 정치적이나 사법적으로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단 급한 문제부터 논의하고 차후에 논의하여도 충분한 문제이다.
필자는 이 문제를 먼저 세 개로 대분하여 분석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 문제에 대한 정리 △현재 당면한 북한 핵 문제 그리고 △차기 정권의 대북 정책과 관련한 이후의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 것인가를 구분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세 개로 구분된 문제의 우선 순위를 정한다면 먼저 당면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해결이 우선되어야 하고 다음으로는 차기정권의 대북 정책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되어야 하며 현대상선 대북 송금과 관련한 문제는 이후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 문제에 관한 해결 방향
이전의 문제는 김대중 대통령 통치기간의 이루어진 북한의 대북 송금에 관하여 어떻게 무엇을 정리하여야 할 것 인가로 요약될 수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전의 문제도 여러 요소로 구분하여 분석 할 필요가 있는데,
첫째가 자금의 용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과연 북한은 이 돈을 받아서 어디다 어떻게 사용하였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염려하는 대로 무기 개발 자금이나 획득자금으로 전용되지는 않고 어디에 사용되었는지를 알아야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우리측에서는 이 돈의 사용처에 대하여 사후 보고가 가능하였는지에 대하여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둘째는 왜 주었는가, 그리고 왜 주지 않을 수가 없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어떠한 필요에 의해서 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혹자의 의혹대로 노벨 평화상이나 아니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지불하였는가? 아니면 그 외에 기타 남북간의 평화나 또는 다른 민족적 이익을 지키거나 개발하기 위하여 사용하기 위하여 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셋째는 어떠한 경로와 의사결정을 통해서 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국책 은행을 통해서 자금이 지원되었다면 그 의사 결정권자는 정확히 누구인지 그리고 전달 경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하는 점이다.
넷째로 이러한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는 정부 최고 책임자 한 사람의 개인적 판단과 주변의 최측근 인사에 의해서만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 졌다고 하는 점에 대한 개선 문제이다.
이 문제는 특히 과거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 또는 영국 등의 간첩 사례를 연구하여 볼 때 보안 문제에서 매우 취약한 점이 보여지고 있다. 어떤 국가의 정부이던지 고급 관료까지도 적국이나 제 3국을 위하여 암약하는 자들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러한 것을 막아내기 위하여 각 국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 방첩 부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의 예를 들어보면 영국의 경우 방첩 및 첩보기관인 MI5는 MI6와 함께 이른바 케임브리지 링(Cambridge Ring)이라는 소련 고정 간첩망에 의해 철저히 침투·유린당하기도 했다. 케임브리지 링은 30년대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당시 공산주의 사상에 경도된 일단의 학생들이 소련에 의해 첩자로 충원되어 위 기관의 고위직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소련을 위해 첩보활동을 전개한 간첩망으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킴 필비다.
어쨌든 이로 인해 MI5는 냉전 시기 대소 첩보전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신뢰도를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영국 정보기관과 많은 정보를 공유한 미국 정보기관과의 협조체제에도 손상을 입힌 역사적 경험이 있다.
이러한 외국의 역사적 경험과 비교하여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즉 대통령과 국정원이 직접 관여하고 재벌 기업의 소수 집행자가 일을 진행 할 경우 국가의 보안 문제와 관련하여 견제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작동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만일 어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가 사전에 보안 감시 체계에 노출이 되지 않고 이러한 중요 사업의 집행부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말 한마디, 문구 하나, 도장의 날인 등 하나라도 이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가 있는 점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방첩 업무의 제 일선인 국정원이 대북 사업의 집행부가 되는 것은 방첩 활동과 관련하여 많은 위험을 내포하게 된다.
또한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일부 논객은 미국의 이란 콘트라 사건을 예로 드나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위의 "킴 필비" 사건과 같은 문제와 결합하여 과거 "한일합방의 조약식"과 같은 위험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는 것이다. 을사 오적이 일본의 힘을 등에 업고 고종 황제와 내각을 협박하여 국가의 옥새를 찍은 이 문서가 아직까지도 일본이 우리에게 한일 합방은 국제법적으로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 문서 한 장으로 이후의 식민 통치에 따른 갖은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비밀리에 무엇이 어떠하게 합의되었을 수도 있으며 국민은 이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는 염려를 하는 것이다.
혹자는 기자의 우려에 대하여 너무 극단적인 염려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보며 본인은 우리의 방첩망이 영국의 역사적 경험과 실패의 전철을 밟을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본인의 분석이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중요 의사결정은 시스템에 의하여 움직여야 하고 또한 그 과정은 철저히 균형과 견제가 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만 만일의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의 정리와 관련하여 본 기자는 일정하게 절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북 문제의 특수성상 비밀을 요하는 부문이 있다는 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이러한 것을 전제할 때 이 문제와 관계된 분들은 국회내 정보위에서 비공개로 이 문제를 정확하게 보고를 하고 이후 여야간에 새로운 합의체로 대북 문제에 대한 비공개 인증을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기를 제안한다. 물론 관련 자료는 비밀 해제 기간을 정확하게 설정하여 일정 시점 후 공개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성 담화문을 직접 발표하고 국민에게 설득을 하는 절차를 밟기를 제안한다.
이후 문제에 관한 해결을 위한 검토사항
이후의 문제는 이 문제가 김대중 정부의 1회성 사업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통일의 그 순간까지 계속 지속적으로 되어야 하기 때문에 검토하여야 할 문제이다. 특히 이 사업을 받아서 이어나갈 노무현 정부가 국내외적으로 이 문제로 발목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이후에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산적 대책을 논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지금 사회적으로 선행하여 논의하여야 할 의제가 되어야 한다.
첫째는 주적 개념의 정리이다. 관련법이나 국방부 관련 자료 등에서는 아직도 북한은 우리에게 주적으로 되어 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한 경제협력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국민은 상당한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고 있다. '주적'이라는 개념 하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은 북한과의 관계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사전에 국회나 국민에게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이 진행되는 것은 지켜보는 국민은 무엇이 옳은 것인지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우리 군은 한미 연합사라는 독특한 지휘체계와 전시 작전권의 미보유로 인하여 평소 이 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둘째는 국가보안법이나 형법의 관련 조항 개정이나 철폐 또는 보완의 문제이다. 현 김대중 정부에서도 국가보안법 문제가 형법상의 간첩혐의로 구속된 자들이 상당수가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대한민국 법률 집행의 형평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국가보안법이나 형법의 간첩 조항에 대하여 상당한 혼란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이러한 점에서 관련 실정법의 저촉 범위를 합의하고 개정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또한 동북아시아의 정세 변화와 더불어 국익의 양태도 바뀌고 있으나 현재의 국가보안법이나 형법은 제3국의 인물에게 국가의 중요기밀을 반출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지 못하고 있다. 차제에 이에 대한 개정도 필요한 사항이다. 일본이나 미국 또는 제 3국의 인물이나 기관에 중요자료나 기밀을 반출하는 행위도 엄격하게 다룰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할 필요가 발생하고 있다.
셋째는 대북 경협 사업에서 재벌의 비밀성과 실체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이미 현대는 북한에 상당한 사업을 벌여 놓았고 일정하게 진척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에게 보고된 바도 없거니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지지와 정부의 지원을 받기가 힘든 상태이다. 이러한 가운데 남북경협에서 현대의 실체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 된다. 그리고 이 문제는 경협의 방식을 지금과 같은 재벌 중심의 비밀 형태로 계속하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현대는 사기업이다. 사기업에는 주주라고 하는 소유주가 실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현재 대북 문제와 관련하여 자기의 기업이 이용됨에도 어떠한 보고나 의사결정도 할 수가 없다. 이후 이러한 문제로 민사 소송 등 마찰 요인이 늘어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넷째는 주변 국가의 간섭과 견제를 어떻게 배제하고 조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좋은 눈으로만 보지 않는 국가가 있을 수가 있다. 일본의 고이즈미가 신사참배를 한 배경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고이즈미는 지난 1년여간 이상을 비밀리에 북한과 수교를 위한 협상을 한 바가 있고 이에 대한 통보를 북한 방문 1주일 전에서야 받은 미국은 이를 견제하고 간섭하기 위하여 일본 언론에 북한의 일본이 납치 문제를 대대적으로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고이즈미에게 압력을 넣었고 이에 굴복한 고이즈미의 순응 메시지가 신사참배로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도 미국은 이에 대한 간섭과 견제를 계속하려 할 것이다. 이후 이를 어떻게 벗어나면서 또한 동시에 미국과의 선린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다섯째는 이후 대북 업무와 관련한 일의 추진을 어떤 조직체를 통하여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전자의 분석한 바와 같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여러모로 취약한 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관한 경협 업무는 통일부나 기타 부서의 비밀 또는 공개 태스크포스트팀을 만들어 활동하게 하고 국정원은 이 조직이 차의 적으로 변질 또는 상대편의 역공작이나 제3국의 침투 문제 등을 감시 방어하고 제3국의 감시와 견제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여섯째는 대북 경협과 관련한 자금의 확보 문제이다. 북한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불법적으로 국책은행의 돈을 인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차기 정부는 동북아 중심 국가라는 기조 하에 동북아 개발 은행 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동북아 개발 은행 안은 제3국의 자본참여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이후 북한의 개발과 관련하여 참여한 이사국간에 이견이 나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북한부흥은행(이름은 남북 간에 합의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통일은행)"을 창설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 될 수가 있다고 본다. 납입자본금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정에서 일정액을 할당하고 국책은행으로 그 감독은 현행 금융감독원이 아닌 통일부나 기타 정부의 합의체 등으로 하여 그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하는 방안을 찾으면 될 것이다.
일곱째는 미국과의 관계와 미군의 위상 설정 문제이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과거와 같은 전통적 우호관계(?)를 계속 가져 갈 것인지 아니면 대등한 외교 관계로 격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또한 미군의 주둔과 관련한 소파 개정 문제와 한미연합사와 한국군 지휘권 회복 문제가 논의되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한반도내의 미군의 주둔 문제의 재검토와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군의 역할의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당면한 북한 핵 문제에 초당적 대처를 요망
대북 경제 협력과 관련하여 재벌이 독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등 국회나 언론 등에서 사전에 견제하거나 여론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미 일이 다 저질러 진 후에 이에 집착하여 지금 당면 과제를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우를 범하기 않기를 정치권에 촉구한다.
이미 저질러진 문제는 현재의 당면 과제인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는 어떻게 북한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논의하면서 동시에 문제화하여도 늦지 않은 문제라고 규정한다. 북한의 핵 문제는 초당적으로 협력을 하여도 해결이 될까 말까 한 중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주마간산 식으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우려되는 바가 크다.
물론 필자는 이 대북 송금 문제를 정치적으로 덮자는 일부 여당이나 그러한 유형의 논의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음을 밝힌다. 특히 또한 야당에서 주장하는 대로 이 문제를 사법화 하여야 할 문제라고 한다면 시효는 아직 충분한 바 현재 당면 문제부터 해결하고 이 문제를 의제화 하기를 촉구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