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이라 말하지 말라

등록 2003.02.07 11:11수정 2003.02.07 14:23
0
원고료로 응원
노무현 당선자의 지방 순회 토론이 이어 지면서 지방분권론자들이 힘을 받고 있다.

이번 대구토론회의 주제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개발'이었다. 한마디로 그 토론회는'시대착오적 지방 분권론자'들이 노 당선자의 '신 지방화시대 구상'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관공서의 발표는 정부주도의 구태의연한 숙원사업들은 원론적이고, 고리타분한 계급 대립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질문 혹은 지역 나눠먹기 인사, 인재할당 지역 언론 개혁 요청과 같은 뜬금없는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지방분권이라는 것이 어떤 유령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지방분권이라는 용어가 얼마나 현실을 오도하는 잘못된 표현인가를 생각해 봐야한다. 분권은 원래대로 국가 권력 기관간의 권력 이전으로 사용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 용어를 견강부회해서 지방대학지원도 분권이요, 행정부 이전도 분권이요, 장관 나눠먹기도 분권이요, 인재할당도 분권이라는 식으로 분권운동을 한다하니 우스개 소리가 되는 것이다.

노 당선자의 지방 순회 토론에서 확인된 것은 국가 전체적인 입장에서 지방균형발전을 생각하는 인수위의 구상과 자기 지역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또는 기껏해야 수도권과의 대립구도를 통해 지역의 이익에 집착하는 '촌동네 분권세력'과의 인식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특수주의적 지방분권운동은 새 정부의 보편적 지방화 구상에 적응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노무현 당선자가 제대로 지적한 바대로 '분권이라는 표현보다, 지방화 혹은 국가균형개발 등과 같은 용어'가 어가 적당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우물안 개구리식 분권운동으로는 보편적 국가균형발전의 메시지를 이해조차 못하게 되는 것이다.


노 당선자가 지방을 순회하면서 관공서 분권론자와 지역 분권론자에게 준 메시지는 특정세력에 의한 분권운동이 아니라 협력의 네트워크를 통한 지방살리기의 과제를 스스로 개발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관공서 분권론자들은 이 메시지를 받자마자 지역 인사들을 동원하여 관주도 분권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이런 식의 관료적 분권운동은 제2건국이나 바르게살기운동처럼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개혁적 아이디어의 관료적 실천이라는 아이러니가 정권마다 반복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관공서 지방분권으로 오해되는 지방분권운동은 그 명칭부터 새로 바꿔야 한다. 개방적이고 진취적이며 보편성있는 지방화 운동, 혹은 균형발전운동으로의 운동 변환이 시급하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지방의 '누가' 지방살리기의 열린 담론을 주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자가 보기에는 역시 관공서 사람들이거나, 노무현 당선자 지지 세력이거나, 그들의 합작품일 것일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그 담론은 특수 세력에 의한 닫힌 담론이 될 것이고, 결국 지방은 낙후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참다운 지방화를 위한 과제는 세 가지다. 하나는 지방관공서의 권력이 더욱 낮아져야 한다는 것이고, 둘은 지식인부터 관공서 의존과 폐쇄적 연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며, 셋은 지방에 굳건한 지식 문화반이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분권운동은 잘못된 명함을 달고 추진되었지만 여태까지는 그런대로 한 몫을 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제는 제대로 된 명함으로 출발할 시점이 되었다. 더 이상 지방 살리기를 지방분권으로 말하지 말기 바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4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5. 5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