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002년 10월 4일 '교육행정시스템'으로 예산을 낭비한 교육부에 '밑빠진독상'을 주기도 했다.교육희망 안옥수
세번째, 네번째 설명은 교사가 아닌 입장에서 의견을 내 놓기는 조심스럽지만 교사들의 관련 사이트에 올라온 의견을 보면 오히려 또 다른 잡무의 하나일 뿐이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으며, NEIS는 교육을 위한 시스템이 아닌 오로지 행정을 위한 시스템이며, NEIS가 도입되면 교사가 아닌 행정사무원으로 불려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NEIS를 추진하면서 개인정보의 중요함과 전산시스템의 불안정성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인터넷 대란과 은행 보안관련 사고들은 전산시스템이 결코 완벽하지 않음을 증명해 줍니다. 은행같은 금융기관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서버가 더 안전하다고 믿으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지요.
자녀의 개인신상, 학교성적, 과외 활동 이력, 행동발달사항, 병력 등이 누군가의 해킹으로 인해 인터넷에 아무렇게나 떠돈다면 마음 편할 수 있는 부모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그 자료들이 범죄에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서버에 있는 모든 자료들이 (백업된 자료를 포함해서) 일순간에 사라진다면 그에 따른 혼란은 짐작하기조차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NEIS를 반대하게 만드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개인정보의 유출보다는 교육에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는 그 의도를 경계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고위 공직자든, 평범한 노동자든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야 합니다. 부동산 재벌의 자식과 월세 사는 이의 딸이 다른 교육을 받지 않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학생들 교육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아니 오히려 알게 됨으로써 교육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것들에 대한 조사가 왜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는 학생들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 줄 수도 있는 것은 굳이 조사하지 않는 게 옳다고 봅니다.
내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아빠 직업란에 노동자라고 적고, 부동산 난에 아무 것도 기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아닙니다. (노동자인 것이 자랑스럽고, 내 이름으로 된 집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 세상 사는 데는 나의 열심보다 나를 둘러싼 여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될까 봐 걱정되는 것입니다.
정보화도 좋지만 교육은 그 보다 더 중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NEIS가 행정을 위한 훌륭한 도구일 수는 있어도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비교육적인 시스템이라는 게 학부모의 입장에 선 저의 판단입니다.
교육행정의 편의성과 서비스 질의 향상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참된 교육보다 우선 할 수는 없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NEIS 시행을 재고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1) 입력되는 학생과 부모의 정보
부모 : 성명,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직업, 학력, 종교, 자택·전세·월세 여부, 편모·편부 등
학생 : 성명, 주민등록번호, 취미, 특기, 매 시험별 과목별 성적과 석차, 학습부진아, 심리검사, 부적응아, 요선도학생, 연간상담기록, 진로 희망, 행동특성, 출결기록, 몸무게, 키, 시력, 충치, 색맹, 처벌기록, 투약일지, 출신학교, 교우관계 등
2) 'NEIS'를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나이스'라고 읽어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네트워크와 에이즈를 합성한 '네이즈'라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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