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22

등록 2003.02.25 17:53수정 2003.02.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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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공이 어떻게 아시오?"

주몽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재사에게 물었다. 부여와는 상대적으로 통행이 적은 지역에 대해 주변국가의 이름 등 다소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었다. 재사가 옷 속을 뒤적거리며 지도 한 장을 꺼내어 주몽에게 보여 주었다.


"이 지도는 왕궁의 서고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것입니다. 한번 보시옵소서."

재사가 건내준 지도에는 부여인근 남쪽의 지형과 지명이 적혀있었다.

"10여년 전에 작성된 것이긴 하지만 이런 지도는 매우 희귀한 것입니다."

주몽은 눈을 번쩍이며 재사의 손을 굳게 잡았다.

"공이 내가 나갈 곳을 일러주는구려!"


"하지만 주몽공자와 같이 다니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이공이라면 말이 통하고도 남으니 차근차근 설명하면 될 것입니다."


주몽은 재사를 만나 새로운 희망에 들떴지만 순간 마음 한구석으로 예주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아련히 저려왔다. 예주는 그 특유의 발랄함을 잃고 부모에 의해 집안에 거의 감금되어 있다시피 한 상태였다.

"얘야, 손님이 오셨다."

멍하니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던 예주에게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행여 주몽이 왔나 싶어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어제친 예주 앞에는 고아한 귀부인이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채 불만스러운 표정을 한 어머니와 함께 서 있었다.

"이 분은 유화부인이시다."

유화부인은 잠시 양해를 구해 예주와 단 둘이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하곤 방안으로 들어섰다. 예주는 공손히 절을 올린 후 유화부인과 마주앉았다. 유화부인은 예주의 이목구비를 자세히 살펴본 뒤 말문을 열었다.

"그래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나?"

"20세입니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유화부인은 예주와 가까이 마주한 채 두 손을 잡고 목소리를 낮췄다.

"내 아들과 이미 혼인을 했다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

유화부인은 예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주위의 눈도 있거니와 주몽이 나라에 죄를 지어 쫓겨났으니 내가 함부로 너를 며느리로 대하지 못하는구나. 하지만 너 하나는 뒤를 봐줄 힘이 있으니 너무 상심하진 말아라. 폐하께서 마음이 풀리시면 주몽도 언젠가 당당히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니라."

예주가 흐느끼며 대답했다.

"그는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에 품고있는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절 차츰 잊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유화부인이 예주를 안으며 등을 토닥거렸다.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주몽이 내 아들이지만 그렇게 마음이 모질지만은 않느니라. 그 날만 해도 널 데리러 왔다가 어쩔 수 없이 돌아갔어......"

예주의 흐느낌은 오열로 변해갔다.

한편 주몽일행은 재사의 안내대로 모둔곡을 넘어 진창지대를 건너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허허벌판에서 발을 잘못 디디면 허벅지까지 쑥 빠져 버리는 통에 사람과 말이 한 데 뒤엉켜 허우적거리며 진땀을 뺄 수밖에 없는 이 지역을 하루만에 빠져나가지 않으면 상당히 곤혹스런 밤을 보내야 했기에 있는 힘을 다해 서둘러야만 했다. 급기야 짐을 실은 말 한 마리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거품을 물고 드러누워 버리자 견디다 못한 협부가 재사에게 울화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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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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