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근로자 단체검진 '뒷거래' 파문

수원중앙병원 건강검진센터 퇴직간부 부정불법사례 폭로 파문

등록 2003.03.07 19:34수정 2003.03.0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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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권선동에 위치한 수원중앙병원(정선근)이 대기업 근로자들의 단체건강검진계약을 맺기 위해 회사 관계자들에게 거액의 향응과 금품제공은 물론 골프접대 등 각종 부정행위를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2년여 동안 간부로 근무하다 최근 퇴직한 연아무개(43·수원시 천천동)씨는 6일 밤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병원 측과 대기업간의 단체건강검진계약을 둘러싼 각종 부정사례를 폭로했다.

연씨는 또 단체건강검진을 실시하면서 검진담당의사가 출장검진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일부 간호사들이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궁암 등 부인과 검사를 하는 등 불법의료행위를 저질러 왔다고 주장했다.

향응과 금품제공 사례=연씨는 "병원 측이 지난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근로자들의 단체건강검진계약을 맺는 댓가로 회사관계자들을 수원 영통의 S단란주점 등으로 불러 3차례에 걸쳐 600여만원 어치의 '술접대'를 한 데 이어 현금 500만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연씨는 "지난해 11월 검진센터장 최아무개씨의 지시를 받고 자신과 검진팀장 김아무개씨가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환경안전팀장 정아무개씨와 노조 산업안전부장 송아무개씨에게 향응접대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12월 초순 최씨의 지시로 자신이 직접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을 방문해 노조 전용차량(쏘렌토) 안에서 현금 500만원을 종이 봉투에 담아 송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연씨는 이 같은 부정사례에 대한 근거로 병원 및 회사관계자들과의 전화통화내용을 녹취한 자료를 제시했다.

이 자료에는 검진센터장 최아무개씨가 연씨에게 전화를 통해 "기아문제를 잘 풀어가라. 우선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처리하면 내가 나중에 처리해 주겠다" "술값 나간 게 얼마인데...연 차장이 잘 처리해봐..." 등 연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특히 이 자료에는 수원중앙병원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근로자 단체건강검진 병원으로 결정된 후인 지난해 12월 초순쯤 회사노조 산업안전부장 송씨가 연씨에게 전화로 자신의 J은행 계좌번호를 불러주며 입금을 요구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연씨는 병원 측의 이런 로비에 따라 지난해 12월 9~31일까지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근로자 6000여명에 대한 단체건강검진이 실시됐으며, 이로 인해 병원은 2억여원의 검진매출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수원중앙병원 및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관계자들은 대부분 연씨의 주장과 녹취내용을 부인했다. 검진센터장 최씨는 "연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연씨가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관계자들을 접대한다며 법인카드를 달라고 했고, 500만원도 연씨의 요청으로 마련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노조 산업안전부장 송씨는 "돈을 받은 일도, 술 접대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연씨에게 전화로 J은행계좌번호를 알려주면서 돈을 입금시키라고 한 것은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장난으로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 검진팀장 김씨는 "퇴근길에 연씨가 손님을 접대한다고 해서 영통 S단란주점에 갔는데, 그곳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정아무개 차장과 송아무개 부장이 있었다"며 송씨와 다른 주장을 했다.

골프접대와 로비의혹들=문제의 녹취자료에는 검진팀장 김씨가 병원 측이 수년동안 SK수원공장장에게 골프접대를 하고, KT경기본부를 비롯해 KT동수원지점, KT남수원지점 등에 각각 현금을 제공해왔다고 증언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연씨에 따르면 병원 측은 KT경기본부와 동수원·남수원지점에서 각각 연간 약 3000만원, SK에서 약 1억원의 단체검진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씨는 이런 이권 때문에 병원 측은 단체건강검진계약을 맺기 위해 수많은 기업과 기관에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기업 관계자들에게 골프접대와 현금을 제공했다고 증언한 병원 검진팀장 김씨는 사실확인을 요청하자 "내 추측으로 말한 것이다. 나는 검진실무책임자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며 사실확인을 거부했다.

무자격진료행위 논란=연씨는 단체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최아무개·한아무개씨 등 일부 간호사들이 불법진료행위를 저질러왔다고 주장했다. 일부 간호사들의 진료행위는 검진담당의사가 출장검진을 나갔을 때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들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세포학적검사(자궁암 검사)를 한다고 주장했다.

수원중앙병원의 전직 고위 간부도 "병원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기 때문에 일부 간호사들이 여 의사 노릇을 해 왔다"며 "너무 문제가 많아 말하고 싶지도 않다. 아마 전국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곳이 수원중앙병원 일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와 관련, 최아무개 간호사는 "연씨가 무슨 이유로 근무 잘하고 있는 직원들을 흔들어대는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검진을 받으러오는 여성들 가운데 남자 검진의사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검진의사 입회 아래 자궁암 검사를 한 적은 있다"고 시인했다.

최씨는 또 "자궁암 검사는 진료행위가 아니다. 환자를 진단하기 위해 채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개념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자궁암 검사도 진료행위에 속하며,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을 경우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엔 불법진료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한편 수원중앙병원은 지난해 말쯤 세금포탈 의혹이 불거져 지난 1월 중순 이후부터 7일 현재까지 경인지방국세청에 의해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파의료재단이 운영하는 수원중앙병원은 수원을 비롯해 경기남부와 동부지역 일대의 상당수 기업체 관청들과 단체건강검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로사건 배경에 대해 연씨는 "그 동안 여러 차례 병원 측에 부정불법행위를 시정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오히려 나를 이용하고 '왕따'까지 시켰다"며 "불법과 반칙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어 이 병원의 문제점을 세상에 고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폭로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더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정리해 추가로 알려나갈 것"이라며 "어떠한 회유와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의가 승리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연씨는 최근 병원 측의 각종 불법사례들을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달라며 청와대 인터넷민원실에도 민원을 접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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