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중앙병원 검진센터 '나눠먹기' 운영

전직 고위간부 "일부 진료과목 임대·탈세조장" 새 의혹제기

등록 2003.03.12 08:19수정 2003.03.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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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근로자들의 단체건강검진계약을 위해 회사관계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등 '뒷거래' 파문을 일으킨 수원중앙병원(원장 정선근)이 종합건강검진센터를 특정인과 '나눠먹기'로 운영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다 거액의 보증금을 받고 일부 진료과목을 임대하고, 개인이 운영하는 병·의원을 병원운영주체인 의료법인 '청파의료재단'(이사장 김창희) 지점병원으로 위장시켜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편법·변칙운영 문제와 의혹들= 11일 수원중앙병원 전직 고위간부 출신인 이아무개씨의 증언과 관련자료에 따르면 수원중앙병원 건강검진센터는 병원과 검진센터소장이 매출수입을 60대 40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수원중앙병원 행정원장인 김기선(정선근 원장의 부인)씨와 건강검진센터 소장인 최운기씨가 지난 2000년 12월 1일 맺은 약정서 내용을 보면 병원 측은 최씨에게 2005년 12월 31일까지 '매월 영업매출액 기준으로 40%의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최근 대기업 근로자 단체건강검진계약과 관련해 부정로비의혹이 불거진 수원중앙병원.

최근 대기업 근로자 단체건강검진계약과 관련해 부정로비의혹이 불거진 수원중앙병원. ⓒ 김한영

특히 이 약정서에는 병원 측이 최씨에게 검진센터 운영을 위한 제반사항을 위임하고, 최씨는 영업활성화를 위해 별도의 직원을 채용하며 이에 따른 급여 및 부대사항을 책임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약정에 따라 최씨는 검진센터에 3명의 직원을 별도로 채용해 기업체와 관공서 등을 상대로 단체건강검진계약을 맺기 위한 로비활동을 벌여왔으며, 이 과정에서 현금과 향응제공, 골프접대 등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씨는 "병원 측이 각종 편법과 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변칙운영을 하면서 탈세를 조장한 의혹이 있다"며 자신이 최근 퇴직할 때까지 보고 느낀 병원운영의 문제점 등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그는 "현재 운영되는 A진료과목의 경우 보증금 4000만원을 받고 임대한 것이며, 지난해 8월말 병원에서 분리해 나간 B진료과목도 윤아무개씨(현 K의원 원장)에게 보증금 2억원에 매월 200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2년 동안 빌려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지난 2001년 5월까지 1층에 있었던 한의원도 실제로는 2000년 5월부터 1년동안 임대로 운영되다 2001년 6월에 독립해 나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 측은 이를 감추기 위해 문제의 진료과목을 병원에서 직영하는 것처럼 관련 종사자들의 임금지급대장 등 관련서류를 만들어 놓고 있으며, 이런 사례는 건강검진센터도 마찬가지라고 이씨는 덧붙였다.

a 수원중앙병원이 특정인과 매출수입을 '나눠먹기'로 약정해 문제가 된 건강검진센터.

수원중앙병원이 특정인과 매출수입을 '나눠먹기'로 약정해 문제가 된 건강검진센터. ⓒ 김한영

이씨는 또 "병원 측은 일부 임대해준 진료과목과 검진센터 운영자의 몫을 챙겨주기 위해 별도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자들이 현금으로 내는 진료 및 입원비 등이 '비자금'의 주된 재원"이라며 "이러다 보니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안돼 탈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어 "평택시에 있는 D병원과 용인시에 위치한 S의원의 경우 완전히 독립된 개인소유 의료기관인데도, 소득세 등을 내지 않기 위해 수원중앙병원 운영주체인 의료법인 '청파의료재단' 소속 병원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원중앙병원에서 2년여 동안 근무하면서 구조적으로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놀랐다"면서 "현재 중부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병원내막을 잘 모르는 세무공무원들이 제대로 문제를 밝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병원당국과 관련자들의 주장= 수원중앙병원 행정원장 김기선씨는 앞서 제기된 문제와 의혹 부분들에 대해 일부 시인을 하면서도 돈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전면 부인하거나 곤혹스런 태도를 보였다.

김씨는 건강검진센터의 '나눠먹기' 운영과 관련해 "검진센터 소장인 최운기씨와 매출수입을 60대 40 비율로 배분하는 내용의 약정을 한 사실은 있다"고 시인한 뒤 "그러나 병원사정 등으로 인해 현재는 시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진료과목의 임대운영에 대해 "B진료과목은 진료와 치료의 특수성 때문에 개방적으로 운영할 수 없어 독립적으로 운영한 것은 사실이지만 임대료를 받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a 수원중앙병원 행정원장과 건강검진센터 소장이 맺은 문제의 약정서.

수원중앙병원 행정원장과 건강검진센터 소장이 맺은 문제의 약정서. ⓒ 김한영

그러나 김씨는 "A진료과목에 대해 4000만원의 보증금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한동안 곤혹스러워하면서 "거기는 건강검진센터에 속해 있는데, 그런 일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이어 '청파의료재단' 지점병원인 평택시의 D병원과 용인시에 있는 S의원 운영과 관련, "그곳은 별도의 사업자등록이 돼 있지만 모두 '청파의료재단'에서 설립한 의료기관"이라며 "개인병원을 재단소속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병원관련자들도 사실확인을 요청하자 관련내용을 부인했다. 건강검진센터 소장 최아무개씨는 "매출수입의 40%를 성과급으로 받기로 약정을 했지만 병원사정으로 시행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A과 원장 양아무개씨는 진료과목의 임차운영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전혀 사실무근이다. 병원에서 나간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말한 것 같은데,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수원중앙병원에서 2년 동안 B진료과목을 담당했던 윤아무개씨는 "진료과목을 임차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내게 그런 질문을 안 했으면 한다. 그런 내용을 기사로 쓰고 싶으면 써라"고 말한 뒤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한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이 영리목적의 행위를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모든 진료과목은 병원에서 직영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개설자준수사항불이행으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또는 면허취소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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