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최대군락지 '이천 백사 마을'

100-150년 된 고목이 무려 8000그루

등록 2003.04.05 23:14수정 2003.04.0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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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산수유꽃

산수유꽃 ⓒ 이종원

날이 너무 맑았다. 이 멋진 날, 일 속에 파묻힌다면 그거야말로 '잔인한 4월'이 아닐까? 과감히 컴퓨터 작업하던 것을 집어던지고 마음속에 몰래 간직했던 이천 산수유 마을을 찾아간다. 혼자만 망치면 그만인 것을 유치원에서 공부하는 딸 정수까지 조퇴시키고 모처럼 가족나들이에 나섰다.

역시 평일에 떠난 행복- 뻥 뚫린 도로를 힘차게 달려본다.


이포대교를 건넌다. 한때 조선물산의 중심지였던 이포가 한적한 농촌마을로 전락해 예전의 영화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강 어귀에 군사훈련이 한창이다. 강변엔 임시 막사가 놓여있고. 탱크까지 포진해있다. 제발 전쟁이 일어나면 안돼.

다리를 건너니 그 유명한 금사면이 나온다. 금싸라기 참외의 본고장. 줄지어 가판대가 우리를 유혹한다.

백사면을 지나 산등성이 쪽을 쳐다보면 마을 전체가 노랗게 물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산수유가 많다. 의외로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주말엔 인파와 주차 때문에 몸살을 앓을 것이다.

a 산수유가 둘러쌓여 있는 마을

산수유가 둘러쌓여 있는 마을 ⓒ 이종원

마을에 들어섰다. 얕은 돌담이 길게 늘어져 있으며 마당엔 낡아 떨어진 디딜방아가 나뉭굴고 있다. 이 집주인인 듯한 할머니는 텃밭에서 갓 뽑아온 파와 상추등을 내다 팔고 있다. 그저 정겨운 모습이다. 집집마다 노란 산수유 나무가 뺑 둘러져 있다.

a 육괴정

육괴정 ⓒ 이종원

이 마을엔 왜 이렇게 산수유 나무가 많을까?
그 답은 마을 한가운데는 자리잡고 있는 '육괴정'이 말해준다. 조선 중종때 조광조 등 이상정치를 추구하던 신진사림은 기묘사화를 계기로 몰락하게 된다. 이 때 난을 피해 낙향한 엄용순 등 당대의 선비 6명이 우의를 다지기 위해 '육괴정'을 세우고 6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 때 함께 심은 나무가 바로 산수유나무다. 육괴정을 세우면서 연못도 만들었다고 한다. 행락 인파가 버린 쓰레기가 가득하여 가슴이 아프다.

a 노란 산수유

노란 산수유 ⓒ 이종원

본격적인 산수유 감상에 나선다. 이 마을에는 무려 8000그루의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구례 산동마을이나 경북 의성보다도 풍성하고 수령도 대략 100-150년 된 고목이어서 우리나라 최고의 산수유 군락지다.


같은 노란색이지만 개나리는 회초리 같은 줄기에서 함박꽃을 피어내지만 산수유는 거목에서 구슬같은 작은 꽃을 피어낸다. 큼직한 정물화가 아니라 촘촘히 뽑아낸 모자이크화라고 할까?

a 노란 꽃을  화폭에 담고 있다.

노란 꽃을 화폭에 담고 있다. ⓒ 이종원

그 노랑을 화폭에 한아름 담고 있다. 화가가 참 부럽다. 그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으니...


a 초록의 파와 노란 유채꽃

초록의 파와 노란 유채꽃 ⓒ 이종원

노란색 산수유와 초록색 파가 하도 잘 어울려서 한 컷.

a 고목

고목 ⓒ 이종원

외로운 고목이 하늘을 지키고 있다. 땅은 산수유에게 양보.

a 산수유 터널

산수유 터널 ⓒ 이종원

산수유가 이렇게 군락을 이루어 터널을 만들어 내고 있다. 향긋한 꽃내음을 맡으며 나무 아래를 거닐어 본다. 아..좋다.

a 산수유씨앗

산수유씨앗 ⓒ 이종원

황토길 바닥은 산수유 씨앗이 깔려져 있다. 사각사각 밟는 재미가 일품이다.

a 산수유

산수유 ⓒ 이종원

하늘 향해 노란 손바닥을 벌리고 있다.

a 산수유차와 산수유동동주

산수유차와 산수유동동주 ⓒ 이종원

산수유로 만든 동동주....그 걸쭉한 맛을 어찌 잊으리. 따끈한 산수유차.(5백원). 새큼하고 쌉쌀한 맛이 입맛을 돋군다. 산수유 꽃잎을 떨구어본다.

산수유 열매는 남자들 정력에 참 좋다고 한다. 그 소리에 벌컥 들이켜 본다. '앗..뜨거워' 그래도 좋은 것 같은데. 하하.

봄에는 노란 꽃이. 가을엔 빠알간 열매가 온 마을을 감싼다고 한다. 그 열매를 나무에 매단채 초겨울까지 두고 얼렸다가 회초리로 털어서 거둔다고 한다. 거둔 열매는 씨를 빼어내고 햇볕에 말려서 건재상에 넘긴다고 한다. 농가 수입이 좋아 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자식들 대학까지 보낸다고 한다.

a 산수유군락

산수유군락 ⓒ 이종원

마을 전체가 노랗다. 저 멀리 정수가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다.

a 쑥캐고 있는 가족

쑥캐고 있는 가족 ⓒ 이종원

어머님과 아내는 쑥을 캐느라 여념이 없다.

a 7살난 딸 정수

7살난 딸 정수 ⓒ 이종원

아이들이 제일 신났다. 도심 아파트에서 갇혀 있다가 야외에서 뛰어다녔다니... 그렇게 좋아할수 없다..

a 마늘밭

마늘밭 ⓒ 이종원

집에 가자고 했더니..벌렁 드러 눕는다.
"아빠..집에 가기 싫어."

정수가 무슨 풀이냐고 물었는데 마늘이라고 가르쳐주었다.
그저 흙을 사랑하고 농민의 땀방울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해질녁까지 산수유에 흠뻑 빠졌다. 약사여래불이 있는 영원사에서 이천평야를 굽어보고, 천연기념물인 반룡송의 용트림을 보면서 오늘 하루를 마감했다..

산수유 마을은 4월 중순까지 가볼 만하다.


* 산수유마을 가는길

(가) 자가차량
1) 중부고속도로 서이천 IC에서 나와 좌회전하면 3번 국도를 만난다. 신호등에서 좌회전한 후 약 1㎞ 정도 가다 다리 건너 우회전, 이정표를 따라 약 8㎞ 정도 더 달리면 산수유 마을이다

2) 서울서 44번 국도를 타고 구리-양수리-양평을 거쳐 여주쪽으로 가다가 우측 이포대교를 건넌다. 거기서 10여 km정도 가면 백사면이 나오고 산수유마을 표지판이 나온다.

(나) 대중교통수단

동서울터미널,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수원시외버스터미널 등지에서 이천까지 시외버스 수시 운행 → 이천터미널에서 도립리 가는 13-8번 버스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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