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에서 열린 4.3사건 55주년 행사

등록 2003.04.12 11:13수정 2003.04.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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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11일 이틀간 동경의 `닛뽀리 싸니홀`에서 제주4.3사건 55주년 강연과 마당극이 열렸다. 양일간 1000여 명이 넘는 관중이 참가하여 공연과 마당 놀이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55주년 4.3사건 재일본 공연은 신간사의 대표인 고이삼(50)씨가 주축이 된 '제주4.3사건 55주년 사업실행위원회'가 주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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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과 공연에 재일 한국인 500 여명이 참가하여 성황리에 마쳤다. ⓒ 안호진


공동대표는 김석범(작가 78세), 양석일(작가), 이덕웅(재일본 제주도민협회 상임고문)등 총 7명이 맡았다.

협력단체로 재일본 제주도민협회, 재 동일본조천리민회, 아라카와아리랑장수회, 김수현 장학회가 있는 아카몬 일본어 학교, 고려물산 등이 참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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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 진상 조사기획단 수석 전문위원 양조훈씨 ⓒ 안호진


강연은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기획단의 수석 전문위원인 양조훈씨가 하였다. 양조훈씨는 "4.3특별법에 근거하여 2000년에 정부에서4.3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하는 기획단의 진상조사팀은 2년 6개월동안 정력적인 조사활동을 하였습니다. 이번 확장된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4.3사건에 의한 끔찍한 희생은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잔혹한 인권유린이란 것이 분명히 지적되었습니다" 즉, "군경토벌대가 재판의 절차도 없이 비무장 민간인을 살상하고, 더구나 어린이, 노인까지 살해했다는 것은 중대한 인권유린이란 사실이 밝혀졌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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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의 병사들이 실전 사살경험이 없다고 제주도 양민을 북촌 국민학교에 집합시켜 남녀노소 심지어 임산부까지 실전 사살 연습의 대상으로 집단 학살을 당했다. ⓒ 안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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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선 미군을 흰개, 한국 경찰을 누런 개, 한국 군인을 검정개로 부른다고 한다. 공연중 개들은 대중을 무참히 학살한 미 군정하의 인간 백정들을 묘사한 것이다. ⓒ 안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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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선 우는 아이를 달래는데 호랑이가 온다는 말대신 "저기...군인 경찰이 총들고 온다"고하면 우는 아이도 그친다고할 정도로 4.3 사건에서의 군경찰의 학살 만행은 제주 도민의 뼈에 사무친다. ⓒ 안호진


또 그는 "요미우리신문은 제주도 4.3사건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발생한 가장 끔찍한 사건으로 선정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그 이유로 이 사건은 작은 섬 인구에 비례하여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으며, 이런 커다란 집단학살이 공론화되지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하며 제주 4.3사건은 한 시대의 가장 불행한 역사적 불행이었다고 강조하였다"고 밝혔다.

강연후 극단 <놀이패 한라산>(출연 김경훈 각본 장윤식)의 '한라의 통곡'을 공연하였다. 2시간 정도의 공연은 끝까지 긴장감과 흥분으로 이어졌다. 다섯번째 마당에선 놀이패의 공연은 `빨갱이 위령제`에서 클라이막스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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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서 위령제 거행중 자발적으로 관객들이 무대로 내려와 죽은 자들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있다. ⓒ 안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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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이 끝나고 관객들과 같이 춤을 추며 "우리에 소원은 통일"을 노래했다. ⓒ 안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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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밖에서 김석범 선생님의 작품과 양속일 선생님의 작품이 판매되었다. ⓒ 안호진


마지막 집단 학살을 당한 북촌리 국민학교의 위령제에서 애절히 울려퍼지는 "아이고~"란 흐느낌은 공연장의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공연은 관객과 놀이패가 함께 어울리며 "우리에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로 공연을 마무리하였다.

김석범 선생님 인터뷰

-공연의 의미에 대해서 한 말씀해 주십시오.
"이번 공연은 인권 유린에 대한 약자의 모든 것이 포함된 공연이다. 지금 이라크에는 제주도에서 미국이 벌려 놓은 이승만 정권하에서 일어난 제주 4.3 사건과 똑같은 일이 발생하고있다. 제주 4,3사건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일이다. 제주에서만의 일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 나고있는 우리들의 일이다."

-놀이패의 공연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우선 어느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냐 보다는 이번 공연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공연자세는 제스처가 아닌 혼이 담긴 슬픔이 배인 훌륭한 공연이었다. 어제는 공연중 눈물이 흐를까봐 차마 눈을 뜨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은 기어이 손수건을 꺼내어 들고 말았다."

-요즘의 젊은이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제주의 4.3 사건은 제주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인간들이 지니는 인류의 과제이기도하다. 우리 어른들은 나이 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은 어린이들에게 젊은이들에게 4.3사건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 정부는 미군정 아래에서 일어난 4.3 사건에 대한 기억의 말살을 시도했다. 이것은 크나 큰 죄악이다. 불과 몇 년 전 까지 우리들에게 4.3사건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은 정부의 무관심과 도덕적 나태, 인권적 무감각이 가져다 준 것이다.

김대중 정부에 와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제주 4.3 사건의 진상 조사단은 한국의 역사를 새로 쓰는 역사적인 대사업이라 할 수 있다. 5년이 아니라 10년이 걸리더라도 제주4.3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정부는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은 학살자도 살해당한 주변 사람들도 많이 죽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역사적 평가는 새로 되어야하고 지금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고있다.

내가 이 나이까지 살아서 이렇게 좋은 일도 본다. 나는 이런 일이 있어 고맙기도 하고 정말 행복하다고 느낀다." / 안호진 기자

신간사 대표 고이삼씨 인터뷰
재일본 4.3사건 사업의 실질적인 주관지인 신간사

-언제부터 일본에서 제주4.3사건 관련 사업을 해 오셨는지요?
"처음 시작은 1988년부터였습니다. 매년 주최를 해왔지만 이런 정도의 규모는 특별한 경우에 한합니다. 매년 성대히 할 수는 없었습니다. 특별한 경우 모두가 힘을 합쳐 제주 4.3사건의 명예회복을 하려했습니다. 예를 들면 50주년 사업 때에는 부르스 커밍스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가졌지요. 그러나 보통 해에는 작게는 수십명 정도가 4.3사건의 의의를 되살리기 위해 동경에서 작은 행사를 해 왔습니다."

일본에서 제주도 4.3사건 추모공연을 하는 이유가 있는지요?
"일본에 재일동포가 70만 정도 있지만 조금식 귀화를 하거나 죽지요. 그런 와중에 제주도민은 일제 식민지시대와 특히 제주 4.3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학살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을 왔습니다.

이런 군경의 학살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온 사람들과 원래 동포들을 합하면 십수만 명이나 됩니다. 제주도민은 일본 재일동포 사이에서는 마이너리티가 아닙니다.

불행한 과거에 의해 일본에 살게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제주도민이 이곳에 살고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아직도 한국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제주4.3 사건이 제주도에 국한된 지엽적인 일이라 생각치 않습니다. 제주 4.3 사건은 지금도 이라크에서 일어 나고 있습니다. 미군정이 지배하는 기간에서 일어난 제주 4.3사건은 또 다른 형태로 지구의 저편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제일동포 2세, 3세, 4세들에게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알릴 의무와 역사적인 책임감을 느낍니다."
/ 안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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