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주변에서 반전평홭팀원인 은국씨가 붉은색 물감을 온몸에 바른 채 'STOP THE WAR'를 부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행진에 앞서 시위대는 오후 4시 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규탄했다. 지난 2월 15일과 3월 15일에 이어 세 번째에 열린 이 날 집회에는 3000여명의 시민과 대학생이 참가했다.
지난 반전시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날 시위에서도 독특한 의상과 피켓을 든 참가자가 눈에 띄었다. 한양대 철학과 학생들은 파, 병, Fe(철의 원소기호), (생선)회가 각각 그려진 피켓 4개를 나란히 들었다. 붙여서 보면 '파병철회'가 되는 셈이다. '열심히 전쟁한 부시, 제발 떠나라. 지구 밖으로'라는 피켓이나 '뿌린대로 거두리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죄수복을 입고 '전범'이라는 피켓을 든 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두 명의 남자. 서울대 총연극회 학생들은 "경제적인 이익으로 인해 전쟁에 참여하는 현실이 너무 슬퍼서 피눈물을 흘리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라크 상황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그는 "미국은 해방군이 아니다"라며 "이라크의 독재 밑바탕에는 미국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홍신 의원, 김근태 의원, 김성호 의원, 김영환 의원 등 반전평화의원모임 소속 국회의원도 시민들과 함께 시청 앞에 나섰다. 김영환 의원은 "전쟁이 조기에 끝나 이라크인의 희생이 줄어드는 것은 다행이지만 미국 강경파가 득세하고 한반도 전쟁위기가 높아지는 것은 안타깝다"며 "더 적극적으로 반전평화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사강대국 이라크'는 미국이 만든 허상"
리영희 교수, 즉석 강연서 주장
▲미군의 폭격으로 발목아래쪽이 잘려나간 어린이를 그린 그림 앞에서 강연하는 리영희 교수.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무대에 선 발언자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추운 날씨에 두꺼운 점퍼를 입고 올라온 리 교수는 의자에 앉은 채 '이라크 조기 침공'을 주제로 짧은 강연을 펼쳤다.
리영희 교수는 "이라크가 왜 이렇게 간단하게 패망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침략이 2주만에 끝날 거라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이라크가 군사강국이라는 생각은 미국이 매스컴을 통해 퍼뜨린 허위 조작이라는 것이 리 교수의 주장. 리 교수는 "미국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샅샅이 뒤져도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아버지 부시의 전쟁(걸프전)과 경제 제재로 이라크에서는 이미 모든 무기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리영희 교수는 미국의 주도로 무너진 칠레의 민주정권 아옌데 정부를 사례로 들며 "미국은 민주정부를 무너뜨릴 뿐이며, 미국이 원조하고 보호한 정권 치고 민주적 정권은 하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오후 6시 10분경 집회를 마치고 행진을 시작했으며,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가진 뒤 저녁 8시 45분경 해산했다.
▲'국제반전평화 공동행동의 날' 집회에서는 폭격으로 희생당한 이라크 국민들의 모습을 담은 피켓이 많이 등장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 | 노사모 "평화돼지 분양으로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 | | |
| | | ▲ 노사모 회원들이 평화돼지를 시민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 ⓒ최유진 기자 | 노사모 역시 오후 4시 반전집회를 가졌다. 노사모 소속 반전평화네트워크 동호회 사람들은 이번 집회를 통해 평화돼지 분양에 나섰다. 이라크 전쟁 발발 후 전쟁 반대를 외쳐오던 이들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이라크 난민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은 모금운동을 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회원 차현수씨는 "외부에선 노사모들은 파병에 찬성한다고 생각하지만, 국익보다는 인류애가 더 소중하다"며 "솔직히 노 대통령에게 서운한 것은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동호회 회원인 이민화씨는 평화돼지 분양사업에 일가족이 모두 참여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배경을 묻는 질문에 그는 "평화를 배우면서 자란 아이들과 전쟁을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다르다"면서 "평화를 모르고 전쟁을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전쟁을 단지 게임으로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평화가 뭔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로 얻은 모든 수익금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을 통해서 이라크 난민들에게 전달된다.
다함께 역시 '국제반전행동의 날' 집회에 앞서 오후 2시 명동 국민은행 앞에서 반전집회를 가졌다. '펑키짱', '네바다51' 등 인디밴드의 공연으로 시작한 집회는 300여명이 참석했고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집회를 지켜봤다. 외국인 활동가도 무대에 올라 "이라크 침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더욱 강력한 반전운동을 전개해야 앞으로의 학살을 멈출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최유진·권박효원 기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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