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논으로 모판을 나르고 있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박철
주일 아침, 저녁 예배를 마치고 나는 제일 먼저 교회 현관에 나와 선다. 내가 섬기는 교우들과 악수라도 하기 위해서이다. 남자 교우들 손을 잡았을 때의 느낌은 한마디로 투박하고 거칠다. 손바닥이 두텁고 소나무 등걸 같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여 촉촉한 느낌이 없다. 손바닥에 악력이 느껴진다.
여자 교우들의 손도 남자 손 못지않다. 요즘 농촌은 농사지을 젊은이가 없기 때문에 70대 노인들도 똑같이 일을 한다. 할머니 손등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다. 손가락 마다 갈라져 반창고를 붙이고 다닌다. 할머니들이 나와 악수를 하시고 한 말씀하신다.
“아이구! 우리 목사님! 손이 새색시 손 같네. 어쩜 남정네 손이 이렇게 고울까?”
내 손도 도회지 사람들 손에 비하면 큼직하고 못도 박히고 좀 거친 편이다. 그러나 농사를 업(業)으로 하고 사는 사람들 손에 비교하면 내 손은 고사리 손이다. 교우들 손을 잡을 때마다 부끄럽다. 한창 바쁜 철에 예배당에 나와 저들의 고단한 육신을 잠시 하느님께 맡기려 나오는 교우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일이라는 게 거의 허리를 구부리고 하는 일이어서 허리가 굽은 분들이 많으시다. 신경통, 관절염으로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나오신다. 참 안쓰럽다.
예배를 마치시고 나오시는 교우들의 손을 붙잡고 일일이
“얼마나 힘드세요. 힘내세요!”
하고 인사를 드린다. 고단한 육신은 천근만근인데 그래도 빙긋 웃으신다. 눈물이 핑 돈다. 어떤 분들은 얼마나 힘들고 고단하신지 ‘끙끙’ 앓는 소리를 내시는 할머니들도 계신다. 내가
"제발 일 좀 적게 하세요. 기계도 오래 쓰면 고장 나서 못 쓰는데 사람 몸이 어지간하겠어요. 좀 쉬엄쉬엄하세요.”
“네!”
하고 대답은 하시지만 일을 놔두고 가만 계시는 분들이 없으시다. 여자 교우 한분이 이십여 일 전 트랙터를 타고 가다 트랙터에 실은 하우스대가 전봇대에 걸려 콘크리트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 다행히 뇌를 다치지 않으셨다. 보름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퇴원하셨는데 그 다음날부터 또 일이다. 자식들이 말려도 막무가내로 듣지 않으신다. 그게 농부의 마음이다.
시방 온 산천경계에 꽃이 만발했다. 그 흔한 들꽃 하나 눈여겨 볼 여가가 없이 농촌의 하루 일과는 바쁘게 돌아간다. 오늘날 농민들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지만 농투성이들의 억센 손이야말로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손이다. 그 손으로 자식들 먹여 살리고 이만큼 키운 것이다. 하느님이 주신 두 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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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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