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들만 죽이는 줄 알지만 제초제는 땅을 죽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쪽집게 정밀폭격만 한다는 미국의 첨단 무기가 민간인을 대량 살상하는것과 같다.전희식
그렇다. 화학농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학농이라는 말 대신에 관행농이라고 한다. 유기농 진영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행농이라는 말을 쓰는데 지금의 화학농업이 본격적으로 이 땅에 자리 잡은 지는 고작 30여년 밖에 안 되니 그걸 관행이라고 말하는 건 1만년 농업역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화학농에 웃기는 용어들이 참 많다. 독한 제초제를 치면서 '풀 약' 준다고 한다. 약이라고 하니 풀에 유익한 것처럼 들린다. 나는 일부러 '풀 독약'이라고 부르거나 제초제 또는 고엽제라고 말한다. 그러면 제초제 치던 할아버지들이 멋쩍어 하신다. 농사 처음 시작 할 때 고추 소독한다는 말을 듣고는 재차 되물어야 했었다. 그 속내를 알고는 이건 왜곡이 심해도 보통이 아니라고 혀를 찼다. 관행, 약, 소독 이런 말들 속에는 독약농사를 위장하는 계획적인 음모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다. 논밭에 비닐을 사용하면서 언젠가부터 필름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런 용어를 농협이나 화학농 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생태농업을 지지하는 지식인들도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한 적이 있다. 진보학자 입네 하면서 '천민자본주의'운운 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도대체 우리 역사상 천민이 뭘 어쨌다는 건가 싶어서 항변을 한 적이 있다. '타락자본주의' 또는 '퇴폐자본주의'라는 말까지 제시했었지만 안 고쳐지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알게 모르게 고착되어 사용하는 웃기는 용어들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기에 원래 이야기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