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사서없이 학교도서관 활성화 '헛구호'"

[인터뷰] 김선화 전국사서지부광주지회장

등록 2003.05.04 16:52수정 2003.05.0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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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광주지역 초·중등고교 학교도서관 사서들이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내가 만들고 가꾸는 학교도서관'이란 세미나가 있었다. 이날 세미나는 전국여성노조학교도서관사서지부광주지회와 전국여성노조광주지부가 함께 준비했다.

세미나에서는 김종율(문흥초등 사서)씨의 '학교도서관 운영의 길라잡이' 등 강연과 함께 학교도서관을 활성화를 하는 데 효과적인 사례 등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들 사서들이 자체적으로 이런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시교육청이 사서들을 위한 교육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7차교육과정을 추진하면서부터 학교도서관 정보화 등 도서관의 교육적 기능에 주목하고 활성화에 힘써왔다.

지난달 25일 40여명의 사서들이 참석한 가운데 '내가 만들고 가꾸는 학교도서관'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달 25일 40여명의 사서들이 참석한 가운데 '내가 만들고 가꾸는 학교도서관' 세미나가 열렸다.오마이뉴스 강성관
그러나 정작 학교도서관에서 사서 역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근로조건은 매우 열악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서들의 경우, 대부분 일용직으로 채용하고 있어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비전공자들이 사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학교도서관 활성화 등 특수시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사서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기회가 없고 신분의 불안정으로 제 역할을 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선화 전국여성노조사서지부광주지회장(이하 사서지부광주지회)은 "무엇보다 사서선생님들의 정규직화가 필요하다"면서 "일용직으로 채용하다보니 사서의 역할이 대출반납업무만 보는 사람으로 한정지어 비전공자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서지부광주지회는 지난 2002년 9월 창립해 ▲공무원 총정원제에서 제외된 정규직 전문사서 임용 ▲철저한 전문자격증 소지자의 채용 ▲일용직 사서채용 중단과 자격과 전문성에 맞는 임금지급 ▲18학급 이상 사서 1인 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김선화 사서지부광주지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김선화 지회장
김선화 지회장오마이뉴스 강성관
-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외치고 있는 마당에, 교육청이 사서의 전문성제고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가.
"광주시교육청이 특수시책으로 삼고 있는 `독서의 생활화`를 5년 동안 추진하면서도 독서의 생활화의 주체인 사서의 역할과 위치를 규정짓지도 않고 있다. 독서의 생활화의 중심을 알지 못하고 전시적인 사업만 하고 있는 곳이 광주시교육청이다.

교육청이 학교도서관 정보화사업을 위해 일용 사서를 채용한 지 벌써 5년째다. 하지만 일용직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단 한번의 연수기회도 주지 않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학교도서관 운영의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는 학부모나 도서실 담당교사에 대한 연수는 종종 실시되고 있다. 도서실 운영의 주체인 사서만이 연수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서에 대한 교육은 2001년까지만 해도 매년 한두 차례씩 있었다. 이 교육은 순전히 학교도서관전산화를' 어떻게 하면 빨리 끝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사서의 전문성 제고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까지 교육청에 여러 차례 이 문제를 제기해왔고 교육청 자체적으로 연수가 불가능하다면 사서 자체적으로 연수를 실시할테니 일과시간을 활용하게 해달라는 제의도 했다. 하지만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있다."

- 도서관사서회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따로 노조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학교도서관의 경우 노조 가입전까지 '광주학교도서관사서회'라는 명칭으로 학교도서관 살리기 운동을 전개해 왔다. 2000년도에 결성되었으며, 현장 사서들에 대한 각종 교육활동 및 학교도서관 만들어주기 봉사활동을 주로 했다.

하지만 학교도서관 현장을 돌며 봉사활동을 하던 중 시교육청의 학교도서관 정책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게 되었고, 현장 사서들에게 가해지는 일선 학교들의 비상식적인 행위들 그리고 시교육청의 무책임한 대처에 무언가 공식적으로 대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경기도와 연합하여 학교도서관사서지부를 결성하고 이어 광주지회가 결성됐다.

아무리 순수하게 도서관활성화를 할지라도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으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헌법과 노동법에 근거한 노동조합을 통해서만 권리도 찾고 하고자 하는 도서관 활성화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교육청, 전문 사서 등 채용에 소극적…전문성 제고 등 필요

- 사서들의 경우 정규직과 관련 전공자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 광주지역의 경우 어떤가.
"광주시교육청의 경우 학교도서관에 정규직 직원이 전무하다.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독서의 활성화, 학교도서관 활성화가 교육감 시책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단 한 명의 정규직 직원도 없이 모두 비정규직의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초등학교의 경우 60% 이상이 도서관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비전공자들로 채워져 있다. 이들 중에는 인맥을 동원하여 사서를 몰아내고 자기 사람을 심어놓은 학교도 있다. 그나마 6% 정도는 아예 근무자를 채용하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34%정도가 문헌정보학 전공자다."

- 사서들의 근로여건과 복지 상태는 어떤가.
"공식명칭은 '사서직대체'입니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규직 사서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 사서가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노동을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 임금, 복지 부분에서 지역 편차가 있는데 이런 지역 편차가 있는 이유는.
"작년까지만 해도 경기도와의 임금차이가 상당했다. 경기도의 경우 일급 3만600원이었으나 광주의 경우 2만5000원이었다. 일용직들에 대한 임금 책정은 교육청 예산편성지침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일용직 중에서도 각각의 직급에 따라서 임금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임금책정은 해당 교육청의 의지에 의해서 그 업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 정규직과는 어떤가.
"광주의 경우는 정규직이 한 명도 없어서 비교할 만한 대상도 없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곳에서 비정규직에 대해 너무도 차별적이다. 단적으로 동일노동을 하면서 고용불안과 임금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모든 학교의 사서 선생님들은 비정규직이며 또 일부 학교에서는 사서자격증도 없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있다."

- 도서관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학교도서관이 지식정보화 시대의 중요한 교육 기반시설로서의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력이 대폭 확충되어야 한다. 제아무리 도서관에 수천만원대의 기자재를 들여다 놓고 수천권의 책을 구입한다 해도 그것을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운영할 사서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시교육청에서는 학교도서관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원만이라도 확보해야 하며, 만약 공무원 총정원제나 예산상의 이유로 일용직 사서를 채용할 수밖에 없다면 이들의 자격과 전문성에 맞는 대우를 해야 한다."

오마이뉴스 강성관
- 사회적으로 도서관 사서의 역할을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학교 교육에서 도서관이 갖는 중요성과 사서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교과서를 가지고 고정된 교실환경에서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획일적인 교사중심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정보자료와 토론, 탐구, 실험 등 학생중심의 열린 교육, 자기주도적 학습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학교도서관은 독서를 통한 인성교육은 물론 교수-학습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 자료를 제공하여 열린교육이나 자기주도적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시설로서 중요시되고 있다.

학교도서관 사서의 교육적 역할은 도서관 활용수업이 활성화되면서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평생교육의 기초가 되는 도서관 이용교육에서부터 정보화시대에 필수요소인 정보활용교육 그리고 아이들의 독서활동을 위한 독서교육에 이르기까지 자기 주도적 학습에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교육의 핵심적인 역할이 바로 사서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 노조의 향후 주요 활동 계획은.
"교육청에 사서 선생님들의 연수나 교육프로그램 계획, 사서 선생님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할 것이다. 최소한 상용직이나 기능직 10급으로 채용해야 한다. 또 사서 선생님들의 재량권을 부여받아 도서관 활성화에 창조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한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비사서자격자의 채용을 금하고 사서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100% 채용하도록 요구해 갈 것이다. 이것이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가장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모든 학교가 동일하게 근무조건에서 동일한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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