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 반대' 영덕 궐기대회

"핵폐기장? 차라리 우리보고 죽으라 캐라"

등록 2003.05.08 12:22수정 2003.05.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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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기대회에 참석한 한 영덕주민이 "핵폐기장 반대"를 외치고 있다.
궐기대회에 참석한 한 영덕주민이 "핵폐기장 반대"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우리 보고만 죽으라고 카는 기라. 그렇게 좋으면 저거 있는 서울에나 (핵폐기장을) 지으라고 캐라. 돈 조금 준다면서 여기 지어라고 하면 말이 되능교. 차라리 영덕주민 다 죽으라고 하고 자기들 끼리 살아라고 해라 카이."



"돈? 돈을 줘도 싫다. 정부에서 핵폐기장 짓는다고 돈 주면 결국은 외지 사람들이 다 해 먹는 거 아이가. 우린 그런 돈 필요 없다. 우야든지 청정해역 지키고 우리 고향 지키면서 죽을 때 까지 고향에서 사는 것이 제일이지. 아무 필요 없다."

7일 오후 장사해수욕장에서 열린 영덕군민 궐기대회
7일 오후 장사해수욕장에서 열린 영덕군민 궐기대회오마이뉴스 이승욱
지난 2월 정부가 방사성(핵)폐기물처리장 건설 대상 후보지로 울진, 영덕, 영광, 고창 등 4개 지역을 꼽자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반발이 심상치 않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미 수개의 핵발전소가 운용되고 있거나 한 차례 이상 핵폐기장 논란에 휩쓸렸던 경험을 겪었던 지역의 주민들이기 때문. 이들에겐 "왜? 우리만 핵 위협의 공포에 떨어야만 하냐"고 반문하며 분통을 터뜨린다. 그만큼 잠잠할 만하며 터져 나오는 핵문제로 지칠 만큼 지친 그들이었다.

지난 7일 오후 2시부터 열린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해수욕장 주차장에서는 영덕핵폐기장 반대 투쟁위위원회(위원장 이경렬 군의회 의장. 영덕핵투위) 주최로 핵폐기장 반대 영덕군민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영덕군민 1000여명이 속속 모였다.

"핵폐기장 반대한다/ 울라~ 울라/ 핵폐기장 반대한다 - 핵폐기장 반대한다/ 영덕군민 반대한다"


궐기대회 참석한 영덕군민들이 핵폐기장 반대를 상징하는 구호가 담긴 만장을 들고 있다.
궐기대회 참석한 영덕군민들이 핵폐기장 반대를 상징하는 구호가 담긴 만장을 들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궐기대회에 참석한 영덕군민들은 '자손만대 다 죽인다, 핵폐기장 반대한다', '핵은 공멸이다, 보상금에 속지말자' 등의 구호가 담긴 대나무 깃대의 만장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궐기대회가 시작하자 주최측의 한 관계자가 윤진식 산자부 장관을 상징하는 어깨 팻말을 두르고 나타나 영덕에 핵폐기장을 건설해야할 이유를 늘어놓자, 영덕군민들은 화풀이를 하듯 미리 준비해 둔 달걀 세례를 퍼부었다.


이어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김우연 영덕군수는 "지질학적으로 불안전한 영덕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비민주적인 정부의 핵폐기장 건설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군수는 "주민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생존권 투쟁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영덕군의회 소속 군의원 8명이 삭발식을 가지며 '투쟁'의 열기를 높이기도 했다.

약 1시간 정도 궐기대회를 진행한 오후 3시부터 영덕군민들은 핵폐기장 건설로 영덕지역은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의미로 만들어온 상여를 선두로 장사해수욕장 앞 포항-속초간 7번 국도로 진입했다.

죽은 영덕을 상징하는 상여를 매고 7번국도로 진입하고 있다.
죽은 영덕을 상징하는 상여를 매고 7번국도로 진입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날 동원된 경찰병력은 10개 중대 1500여명 정도. 경찰은 이날 도로행진을 위해 속초방면 차선을 일부 내주었다.

하지만 영덕군민들이 왕복 4차선의 7번 국도로 진입하자마자 경찰의 저지를 뚫고 반대편인 포항방면 차선까지 막아 오후 3시 15분부터는 이 일대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또 이에 앞서 남정면 외에도 영해, 축산, 창수, 병곡, 지품면 등 5개 면 지역을 관통하는 7번 국도에서도 영덕군민들이 차량을 이용해 저속운행을 하거나 도로를 일부 점거하면서 실력행사에 나섰다.

7번국도를 점거한 모습
7번국도를 점거한 모습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날 도로점거에 대해서 영덕핵투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핵폐기장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비추고 있고, 영덕의 위기감과는 달리 언론의 관심도 모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실력행사에 나서는 것은 우리의 유일한 투쟁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오후 3시 15분부터 시작된 도로점거는 오후 4시 20분경 영덕핵투위가 행사를 마치고 자진 해산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날 영덕군민들의 '화'는 좀체 풀리지 않고 있었다. 일부 행사 참석자들은 영덕핵투위 집행부가 행사를 종료하고 도로점거를 풀려고 하자, "이렇게 미지근하게 할 것이면 아예 하지도 않았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또 일부 참석자들은 영덕핵투위 관계자들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도로 위에 주저앉아 버리기도 했다.

이날 영덕군민들의 이러한 '투쟁의 열기'는 최근 들어 더욱 가시화 되고 있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 89년 정부가 영덕군 남정면 우곡리를 핵폐기장으로 지정고시하자 영덕주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1년여만의 투쟁 끝에 핵폐기장 건설 계획이 백지화 되는 성과를 보였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그 후 핵문제는 비켜간 것이라 믿었던 영덕군민들은 10여년이 흘러 다시 최근 정부가 핵폐기장 후보지로 영덕지역이 거론하면서 핵폐기장 '위협'에 마주하게 된 것이다.

영덕군민들이 핵폐기장을 '결사' 반대하는 이유는 일단 안전성의 문제가 1순위이다. 영덕군민들은 "영덕지역 자체가 활성단층지대라 핵폐기장을 짓기에는 부적절한 장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덕군의회 의원 8명이 핵폐기장 지정반대를 요구하며 정부에 대한 항의뜻으로 삭발식을 가지고 있다.
영덕군의회 의원 8명이 핵폐기장 지정반대를 요구하며 정부에 대한 항의뜻으로 삭발식을 가지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영덕핵투위 이안국 기획위원장은 "영덕은 양산 활성단층대에 포함돼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 모든 지질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정부는 애써 어용적인 학자들을 동원해 활성단층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학계에서는 정설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영덕핵투위는 최근 20년 동안 지진이 집중적으로 서산과 포항을 잇는 120Km 폭의 단층지대와 양산단층대의 교차점에 영덕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지진으로부터는 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부측은 핵폐기장을 짓는 대신 양성자가속기를 병행해 건립하고, 3천억원을 지역사회에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영덕군민을 포함해 후보 대상지 주민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영덕군민들이 상여를 들고 도로로 진출하자 경찰이 막아섰다.
영덕군민들이 상여를 들고 도로로 진출하자 경찰이 막아섰다.오마이뉴스 이승욱
김우연 영덕군수는 "안전성 문제와 함께 영덕은 자연환경과 역사문화를 이용해서 동해안의 최고 관광지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영덕의 비전을 버리는 꼴이 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가 지역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등 유인책을 쓰고 있지만 영덕은 받아들일 수 없고 영덕의 먼 미래를 본다면 핵폐기장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특히 지난 4월 산자부 장관과 해당지역 주민 대표간의 면담에서 '과거 산자부에서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한 울진에는 핵폐기장을 짓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공식 확인됨에 따라 울진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영덕으로서는 위기감이 한층 더하고 있는 셈이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영덕핵투위 이상열 위원장(영덕군의회 의장)은 "정부가 10년 전에 만든 보고서 자료를 가지고 영덕을 울진 다음으로 최적지로 꼽고 있지만 그 근거가 명확하지 못하다"면서 "정부의 무책임한 발표로 인해 영덕군민들은 유무형의 경제적인 손실을 입고 지역사회가 혼란을 겪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제발 아무런 돈도 필요없고 양성자가속기도 원하지 않으니 제발 아름다운 고향을 지키고 살 수 있도록 조용히 내버려 달라"고 말했다.

"영덕의 미래를 핵과 바꿀 수 없다
정부는 핵정책 수정해야..."
[인터뷰] 영덕핵폐기장반대투쟁위원회 이안국 기획위원장

- 핵폐기장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지난 2월 4일 정부가 발표한 4개 지역 중에서 영덕은 유일하게 유치위원회가 없다. 그래서 주민이 같은 마음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 영덕에서 핵폐기장 논란은 이번이 두번째인데...
"89년도에 후보지로 선정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도 여기에서 시위를 벌였다. 결국 반대투쟁을 1년 넘게 벌인 끝에 후보지를 안면도로 바꾸게 한 전례가 있다."

- 핵폐기장 반대의 이유는 무엇인가?
"영덕이 앞으로 발전돼야 할 가치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다. 영덕의 미래가 거기에 있다. 하지만 핵은 영덕의 미래와 상충되는 것이다. 영덕의 미래는 핵폐기장이나 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에 있다고 주민들은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을 일시에 핵오염으로 빼앗길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있다. 따라서 막을 수 밖에 없다."

- 정부에서는 경제적인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울진에 핵발전소가 들어 올 당시에 울진 인구가 10만명 정도였다. 그런데 핵발전소가 들어 올 때도 지금과 똑같은 지역발전 공약을 내세웠는데 그러면 인구가 20만명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6만도 안 된다. 핵발전소 직원이 유입됐는데도 영덕보다 더 많은 인구감소를 보이고 있는데 거기에서 농사짓고 고기잡던 사람들이 소득이 안 되니깐 토착민들이 다 고향을 떠났다고 보면 된다. 정부의 지원책은 허구이다."

- 일부에서 지역주의로 몰 수도 있지 않나?
"'님비'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자신의 집에 도둑이 들어왔는데 같이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겠나. 도둑을 막는 것은 필요하다. 나쁜 의미로 등안시하는데 나는 님비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 핵폐기장의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핵 정책의 수정이 다 핵발전소를 계속 짓는 한 핵폐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핵발전소를 짓지 않으면 핵폐기장은 필요 없다는 얘기가 된다. 각 나라마다 핵발전소는 있는데 핵폐기장을 짓지 못해 핵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핵발전소만 더 짓지 않으면 핵폐기물을 보유한 나라들이 국제적인 문제로 심해나 무인도, 극지방에 묻어 처리한는 방안이 있다고 본다. 핵을 위주로 하는 에너지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 2008년까지 일부 원전의 수명이 다해 핵폐기장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각종 언론에서 볼 때도 알 수 있듯이 2008년까지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정부나 한수원 쪽이 작성한 안전백서에 선전 할 때는 압축술이 발전해서 10년은 더 버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89년도에는 2000년까지 지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신뢰성을 가질 수 없는 발표를 하고있다. 지금도 핵폐기장이 아닌 어떤 기술이 개발될지 모른다. 정부의 지금 그 발표 자체는 믿을 수 없다."

- 핵발전소의 필요성도 제기하지 않나.
"핵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포기하고 대안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에 상당수 국민들이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가 너무 많다. 심지어 한 겨울에도 런닝 차림으로 지내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 밖에 없다. 또 서울의 환락가들의 네온사인 등을 봐라. 그런 것 때문에 핵발전소를 지어야 하고 핵폐기장으로 씨름하고 있다면 정부는 당연하게 핵에너지 위주를 변환하고 국민들도 절약해야한다."

- 영덕지역은 지리상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양산활성단층대라고 모든 지질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그런데 정부는 애써 어용적인 학자들을 동원해 활성단층이 아니다고 주장하지만 학계에서는 정설로 돼 있다. 뿐만 아니라 서산과 포항을 잇는 120킬로미터 폭 단층에서 최근 20년 동안 지진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서산-포항단층과 양산단층대의 교차점에 영덕이 있다. 지진으로부터는 아주 위험지역에 있다. 상당한 문제를 발생 시킬 수 있다."

-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덕지역이 지정고시된다면...
"정부 시책이 정부 의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주민들을 죽이고 할 수는 없다. 울진 같은 경우에는 산자부 장관들이 각서를 3번이나 쓰기는 했지만 영덕에는 그런 것이 없다. 막는 방법은 투쟁에서 싸워 이기는 방법밖에 없다고생각한다. 만약에 영덕이 지정이되면 상당히 강도 높은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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