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렌스Ⅱ와 비교 "달라진 게 없다"
"급조된 'X-트렉', 오히려 더 위험"

[연속추적] 기아차 카렌스, 출시 후 자체결함으로 7차례 리콜

등록 2003.05.09 10:00수정 2003.05.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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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단종된 기아자동차의 카렌스Ⅱ(사진 위)와 2003년 4월 19일 시판이 시작된 'X-트렉'(사진 아래)

지난해 단종된 기아자동차의 카렌스Ⅱ(사진 위)와 2003년 4월 19일 시판이 시작된 'X-트렉'(사진 아래) ⓒ 기아자동차

기아차가 지난달 신개념 '신차'라며 출시한 'X-트렉'과 지난해 말 배기가스 허용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단종된 '카렌스Ⅱ'의 주요 사양과 제원들이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카렌스는 1999년 6월 첫 출시 이후 3년 동안 무려 7차례나 리콜이 이루어졌으며, 그것도 주로 차량 기능의 핵심인 엔진과 제동계통에서 발생하는 등 품질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오마이뉴스>가 'X-트렉'과 카렌스Ⅱ의 주요 사양과 제원 등을 자체 비교해 조사한 결과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두 차량이 같은 차라는 것이 증명된 만큼, 환경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편법적인 카렌스Ⅱ 재시판 의혹 파문'은 더욱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X-트렉'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카렌스의 품질에 문제가 있었는데도 이름만 바꿔 재시판에 들어간 '기아차의 도덕성 해이 문제'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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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X-트렉 ' 은 지난해 말 단종된 카렌스Ⅱ에 불과"


용어해설

LSD(Limited Slip Differential) - 차동제한장치라고 하며 좌우 구동축 회전속도의 차이를 제한함으로써 눈길, 빗길 등의 미끄러운 길에서의 주행이나 진흙길, 웅덩이에 빠졌을 때 탈출이 용이하게 하는 장치.

ABS(Anti-Lock Brake System) - 브레이킹시 전자제어방식으로 4바퀴의 유압을 별도 조절, 휠의 로킹을 방치하여 운전자가 차량의 조종안정성을 확보, 전방의 장애물을 회피할 수 있는 장치.

루프랙 - RV나 밴형 차량에 짐을 싣기 위해 천장에 달아 놓은 검정색 플라스틱 구조물.

리콜(Recall) - 리콜이란이란 상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생명, 신체상의 위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을 때 상품의 제조사(수입자)나 유통업자가 스스로 또는 정부의 명령에 의해 공개적으로 결함상품 전체를 수거하여 교환, 환불, 수리 등의 위해 방지 조치를 취하는 것. / 정리 공희정 기자
이에 대해 한 자동차 전문가는 "'X-트렉'은 카렌스Ⅱ의 외형만 조금만 바꿔 급조된 차량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이라며 "그 이유는 밴 승용차를 다목적형 차량으로 승인을 받기 위해 일부 바꾸거나 새로 장착한 장치들이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적용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차량의 기능과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엔진과 제동계통의 결함은 근본적인 품질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리콜을 한다 해도 결국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모든 문제는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9일부터 SUV(다목적차량)로 시판에 들어간 기아차의 'X-트렉'은 환경시민단체들로부터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사회적 합의에 의해 단종된 카렌스Ⅱ를 몇 가지 소폭의 변경을 통해 승용2 기준 바꿔 재시판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요 사양 비교, 카렌스Ⅱ과 'X-트렉'은 똑같은 차"

a <표3> '카렌스Ⅱ'와 'X-트렉'의 주요 제원 비교

<표3> '카렌스Ⅱ'와 'X-트렉'의 주요 제원 비교 ⓒ 환경정의시민연대

실제로 'X-트렉'과 '카렌스Ⅱ'의 주요 사양을 비교해 보면 두 차량 사이에 차이점이 거의 없음을 볼 수 있다.

<표2>에서 보다시피 'X-트렉'은 LSD와 투톤칼라를 제외한 CRDI 디젤엔진, 디스크 브레이크, 알루미늄 휠 등 대부분의 주요 사양들이 카렌스Ⅱ와 일치하고 있다.

"'X-트렉'은 기존 카렌스Ⅱ과 비교해 LSD(차동제한장치) 장착과 전고(차량 높이)가 높아졌다는 점 외에 달라진 것이 없으며, 기존 카렌스 디젤과는 다른 차를 보여주기 위해 기존에도 적용하고 있던 ABS와 루프렉을 기본 사양을 채택하고 투톤칼라를 적용했을 뿐입니다."

a <표2> 카렌스Ⅱ 대비 'X-트렉' 주요사양

<표2> 카렌스Ⅱ 대비 'X-트렉' 주요사양 ⓒ 오마이뉴스 고정미

국내 자동차 주요 메이커의 한 관계자는 "신차는 보통 외관을 통해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X-트렉'과 카렌스Ⅱ는 다른 차로 보기 힘들었다"면서 "그나마 외관상 바뀐 것이 전고와 투톤칼라인데 이는 매년 연식이 바뀔 때마다 시행하는 '모델이어' 수준이어서 이를 신차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카렌스 동호회인 카렌시안(www.carensian.co.kr)의 박윤상 회장도 'X-트렉'에 대해 "외관상의 차별화된 점은 발견하기 어려워서 굳이 이름을 바꾸었어야 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들더군요. 어쨌든 저는 카랭이2(카렌스Ⅱ)라고 봅니다"라고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지적하기도 했다.

또 <표3>에서도 증명이 되지만 'X-트렉'의 주요 재원도 '전고'를 제외한 축거, 엔진, 타이어 등 모든 것이 카렌스Ⅱ와 똑같다.

자동차시험전문회사인 '카솔류션'의 김창용 대표는 "신차라는 것은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완전히 바뀌거나 기술적 진보를 이룬 차, 그리고 차체와 지붕을 연결해주고 지탱해주는 '필라'가 완전히 바뀐 경우를 말한다"면서 "이런 기준으로 볼 때 'X-트렉'을 신차로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보통 신차가 출시되거나 성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양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개발과정은 물론이고 출시 전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그러나 지난해 카렌스Ⅱ의 생산연장을 기대하고 있던 기아차가 올 1월 단종 결정이 내려진 이후 부랴부랴 현 법규의 맹점을 이용해 다목적형 차량을 재승인 받기 위해 준비한 기간은 단 3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LSD 같은 장치를 장착하거나 차량 전고를 올리는 등의 사양 조정은 차량 성능이나 내구성 또 주행 안정성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므로 적절한 테스트를 통한 차량의 성능을 최적화시키는 충분한 과정과 기간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3개월이란 기간은 간단한 편의사양을 생산라인에 적용하기에도 쉽지 않은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X-트렉'에 장착된 LSD같은 장치는 보통 샘플 개발에만 적어도 3개월 이상이 소요되며, 이후 단품테스트를 거쳐 파일럿 차량으로 8만~12만 킬로미터 정도의 차량 테스트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또 전고를 높일 경우에는 쇽업쇼바와 코일스프링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각종 부품들의 제원이 변경되므로 기본적인 감쇄력, 내구성, 승차감, 주행안전성 등의 테스트를 거칠 충분한 기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X-트렉'은 디젤연료 사용이 가능한 다목적형 차량 승인 조건 중에서 '험로 주행에 적합한 차'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별다른 보안조치 없이 최저지상고를 35mm 올려 SUV차량 흉내를 낸 것"이라며 "이런 불안정한 기형적 차체구조는 결국 주행안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안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아자동차 김봉겸 이사는 "엄밀하게 따져 신차라고 하면 엔진과 미션이 바뀌는 것을 말하지만 그런 기준으로 따지면 지금까지 신차가 몇 대나 나왔겠냐"고 반문하면서 "카렌스Ⅱ가 단종됨에 따라 16가지의 부품을 바꿔 '마이너 체인지' 형태의 신차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어 카렌스Ⅱ의 제품 결함문제가 유사품인 'X-트렉'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문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소보원에 알아 보라"며 답변을 피했다.

a 카렌스의 리콜일지

카렌스의 리콜일지 ⓒ 오마이뉴스 고정미

기아차 카렌스 출시 후 자체결함으로 7차례 리콜

또 문제가 되는 것은 'X-트렉'의 원형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카렌스'는 출시 이후 7차례 이루어진 리콜이 주로 차량 기능의 핵심인 엔진과 제동계통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2000년 9월 1차 리콜의 이유가 됐던 '베이퍼라이저(LPG연료와 공기간의) 혼합비 조정 불량'과 2001년 2월에 있었던 '엔진 구동시 역화 현상', 그리고 2002년 9월에 있었던 '연료펌프 결함'은 모두 엔진계통의 결함을 증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2002년 5월 4번째 리콜 이유였던 '브레이크 호스 조립 불량'과 2002년 6월에 있었던 '라디에이터 탱크 상단부 냉각수 누수', 그리고 2003년 4월에 있었던 'ABS 장착차량 제동장치 결함' 등은 제동기능의 결함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거다.

카렌스는 2000년 9월 1차 리콜 이후 평균 4개월에 한 번씩 리콜된 셈이며, 지금까지 카렌스란 이름을 달고 리콜된 차량 수는 18만3790대로 이는 판매된 총 카렌스 차량의 64%에 이르는 숫자다.

특히 단종이 예정된 시한을 몇 달 앞두고 2002년 3월 무리하게 출시된 카렌스Ⅱ는 8개월이라는 그 짧은 생산기간 동안 모델을 3번이나 바꿨으며, 공식적인 리콜만 4차례 받는 등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자동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카렌스는 '리콜의 대명사'란 오명이 항상 붙어 다닐 정도로 잦은 품질문제를 드러낸 바 있다"면서 "현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품질상의 계보가 어떠한 개선조치도 없이 'X-트렉'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렌스Ⅱ는 2002년 3월 첫 출시 이후 몇 가지 사양을 덧붙여 그해 6월 2003년형 카렌스Ⅱ를 선보였고, 9월에는 디젤 고급형 2.0LX를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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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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