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B초교 사건 '성희롱' 판정

전교조 "환영", 재발방지 촉구…당사자 교감은 '반발'

등록 2003.05.12 16:42수정 2003.05.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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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부가 회식자리에서 학교 교감이 같은 학교 여교사에 대해 상급자인 교장에게 술을 따르라고 강요한 행위가 성희롱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 결정이 내려지자 전교조 등 관련 단체들은 '성희롱' 사건에 미온적 대처를 하는 교육청을 비판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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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경북지부(지부장 배용한)에 따르면 지난 2002년 9월 25일 안동 B초등학교 회식자리에서 이 학교 관리자가 여교사에게 술을 따를 것을 강요한 사건과 관련, 해당 여교사가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 신청한 민원에 대해 지난달 28일 '성희롱'으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학교 3학년 담당교사들의 회식자리에서 이 학교 교감인 김아무개 씨가 최아무개 여교사에게 류아무개 교장의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자 반발, 지난해 여성부에 성희롱 판정을 묻는 민원을 신청했었다.

이 사건은 해당 교사들이 진술을 번복하자 김 교감이 피해 교사인 최 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이후 임신 중이던 최 교사가 유산을 겪는가 하면 봉화교육청의 학무과장이 '소리 한번 지른다고 유산할 자궁이면 들어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는 등 사태가 확산됐었다. 이 발언을 한 학무과장은 여론의 비난을 받자 도교육청으로부터 견책 및 전직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이번 여성부의 '성희롱' 판정으로 성희롱 여부에 대한 논란 부분은 일단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부는 결정문에서 "술을 따르라고 강요한 김 교감의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한다"면서 "해당 학교는 향후 교직원들의 회식문화를 개선하고 전교직원을 대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류모 교장에 대해서는 성희롱과 무관한 것으로 판정했다.


이러한 여성부의 결정에 대해 전교조 경북지부는 12일 성명서를 내고 "이 사건은 피해 여교사가 오히려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겪는 등 사건 발단이나 진행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관행이 얼마나 완강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이번 여성부의 판결을 회식자리에서 관행적으로 여성들에게 술 따르기를 요구하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관료적 수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의미있는 판정으로 받아들인다"고 환영하며, 또 성희롱 행위를 한 것으로 여성부가 판정한 김모 교감에 대해서 징계할 것을 교육청에 요구했다.

각종 성희롱, 성폭행 사건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북도교육청의 대응자세를 문제삼는 의견도 많다. 사진은 경북도교육청사
각종 성희롱, 성폭행 사건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북도교육청의 대응자세를 문제삼는 의견도 많다. 사진은 경북도교육청사오마이뉴스 이승욱
전교조 측은 이와 함께 이번 B초등학교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후 사건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경북도교육청의 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도교육청은 산하 각급 기관과 학교에서 벌어진 6차례의 성희롱과 성추행 사건들을 엄정하게 처리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비난했다.

또 "도 교육감이 지난 포항 H초등학교 성추행사건과 관련 도의회에서 가해자들이 일방적으로 퍼뜨린 흑색선전을 인용해 발언하는 등 오히려 피해자들을 공격하면서 도 교육청의 성희롱·성추행 사건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측은 앞으로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발생할 경우 교육청이 피해 여교사를 보호하는데 앞장서고, 학교 관리자들이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적극 수용해 각종 성차별적 문화를 개선하는데 나서주기를 당부했다.

해당 교감, "사실 아닌 것 가지고 판단" 반발

한편, 사건 당사자인 B초등학교 김모 교감은 12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각종 언론과 전교조 등 단체들이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며 (나쁜 쪽으로) 몰아 가고 있어 특별히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이번 여성부의 '성희롱' 판정에 대해서는 "(여성부가) 사실이 아닌 부분만을 가지고, 올바르게 판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법적인 대응 등에 대해서는 "내가 판단할 문제"라면 말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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