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부는 '인터넷 개방' 물결

디지털 사업 진출, 쇼핑몰에 이어 온라인 도서관 신설

등록 2003.05.13 11:34수정 2003.05.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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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 개설에 이어 최근 인터넷 도서관을 신설하는 등 디지털 사업 다각화에 나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북한의 이러한 변화가 여야 의원 114명을 주축으로 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의 국회 제출과 때를 같이 하고 있어 향후 북한사회 변화의 '촉발점'이 되지 않겠냐는 추측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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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디지털 사업 진출 소식을 다룬 <뉴스팍스>의 인터넷판 ⓒ 허겸

이번에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인터넷 접촉도 통일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얻도록 한 기존 법안에 '정치적 목적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는 단서조항을 삽입한 것을 핵심으로 한다.

지난 11일 개정안 발의에 나선 의원들은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인터넷 남북교류를 통한 북한사회의 개방과 남북 이질감 해소 및 통합 촉진 등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시기에 맞물려 디지털 사업 분야에서의 북한의 점진적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언론 뉴스팍스(www.NewsFox.com)는 지난 5일 북한이 최근 인터넷 도서관(이하 'e-도서관')을 개설해 전방위적인 홍보 활동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앞으로 네티즌들이 북한 상품을 판매하는 첫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영문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북한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e-도서관에도 직접 방문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신설된 'e-도서관' 어떤 내용 담고 있나

뉴스팍스 보도에 따르면 e-도서관은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조선우호협회(Korean Friendship Association)가 직접 운영하며 스페인과 중국에 사이트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수백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e-도서관은 북한에 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소속 회원들은 전시회를 열거나 문예창작 활동을 벌이고 때론 북한 여행에 나서거나 북한 내 행사 관련 비디오를 보기 위해 직접 만나기도 한다. 물론 온라인 만남도 병행하고 있다.

신설된 e-도서관이 제공하는 자료는 북한이 '위대한 수령'이라 부르는 김일성과 그의 아들 김정일의 업적에 관한 것들을 중심으로 하며, '조선의 국모'이자 '반일본제국주의 영웅(The Anti-Japanese Heroine)'으로 받들고 있는 김일성의 아내 김정숙에 관한 218쪽 분량의 자료도 공개하고 있다.

e-도서관은 김일성 부자의 인물 사진과 함께 이들을 각각 소개하는 검색과 영문 알파벳 검색이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

김정일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는 이념작업에 우선권을 두는 것이 사회주의 과업 완수의 근본(관련 원문-giving priority to ideological work is essential for accomplishing socialism)이라는 소갯말을 통해 북한 사회가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으며, 아울러 주체사상을 북한 실정에 맞는 사회주의 이념이자 혁명 철학이라고 소개하며 과학으로서의 사회주의에 대한 설명도 추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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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도서관에 공개된 김일성 부자의 젊은시절 모습(오른쪽이 김정숙) ⓒ 허겸

김일성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는 자서전의 형식을 통해 자신이 김일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시인 김혁 등 다른 인물들과의 만남 과정을 전하고 있다.

김일성이 주장한 통일을 위한 10단계 방안은 별도 링크돼 있다. PDF 파일 형태로 제공되는 김정숙 소개 페이지에서는 김일성 가족의 젊은 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도 공개하고 있다.

한편 이번 기사를 보도한 뉴스팍스는 같은 기사에서 e-도서관의 자료들이 대부분 북한 체제의 이념적 기초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24일 같은 신문은 '북한, 인터넷 상거래 개척(Nordkorea entdeckt E-Commerce)'이라는 제하의 독어판 기사를 통해 북한이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해 예술 작품, 선전 홍보물, 관광 상품 등의 본격적인 판매 활동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e-상거래' 통해 관광패키지·예술작품 등 판매

이 신문은 같은 기사에서 '천리마그룹(http://www.chollima-group.com)' 사이트를 소개하며 '천리마'라는 명칭에 대해 '북한 당국이 44%의 작업 수확량 증대를 목적으로 지난 57년부터 시작한 북한의 노동력 강화 (계획)기간'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관련 원문- Als "Chollima" werden in Nordkorea jene Anstrengungen bezeichnet, -중략- 1957 einen Anstieg der Industrieproduktion von 44 Prozent ermogli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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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터넷 상거래 진출의 '신호탄'격인 천리마그룹 사이트 ⓒ 허겸

천리마그룹 사이트는 관리자의 사전승인을 거친 회원에 한해 관광 상품, 북한 특산물, 예술 작품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천리마관광'이라 불리는 상품에는 클래식 관광, 특별 이벤트 관광, 특별 홍보 관광 등이 있는데 하이킹과 태권도시범 관람이 가능한 패키지상품도 판매한다.

7박8일간의 일정으로 북한의 주요 명소를 관광하는 클래식 관광의 경우 베이징을 출발한 방문단이 평양에 도착한 뒤 남포항, 묘향산, 개성, 판문점 등의 주요 명소를 돌아볼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관련 주소-http://www.chollima-group.com/index2.html)

아울러 실크 자수품과 유화, 음악, 비디오 등 북한의 예술, 특산품도 판매하는 천리마그룹 사이트는 영문으로 제공되는 국외 사이트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게시판(Discussion Board) 기능을 갖추고 있어 사전승인과 로그인을 거쳐 글을 남기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의 역동성과 북한 사회의 폐쇄성

한편 북한이 구상중인 디지털 사업의 윤곽이 점차 분명해지자 향후 인터넷이 변화시킬 북한의 사회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터넷의 역동성이 '동토의 왕국'인 북한의 폐쇄성을 뚫고 남북교류의 새로운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지난 수 년 간 인터넷이 한국 사회의 체질을 변화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해온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인터넷 남북교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눈앞에 두고 있어 민간 차원의 교류를 통한 북한 사회의 변화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민간차원에서 진행된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북한주민접촉 승인제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은 이미 인터넷을 통한 남북간 교류협력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같이 디지털 사업 진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터넷 보급 실태는 여전히 낙제에 가까운 실정이다. 조선복권합영회사 등 소수의 회사가 인터넷 사업에 진출했을 뿐이다.

하지만 북한의 디지털사업 진출이 궁극적으로 북한사회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여지는 충분하다. 북경 나비의 날개짓이 바다 건너 뉴욕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혼돈이론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그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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