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안녕∼ 삼보일배!

더 이상 삼보일배에 동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등록 2003.05.18 22:08수정 2003.05.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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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삼보일배를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복받치는 감격으로 흐르는 눈물을 수건으로 닦고있다.

삼보일배를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복받치는 감격으로 흐르는 눈물을 수건으로 닦고있다. ⓒ 임윤수

살리겠다고, 새만금을 살리겠다고 750리 길에 성직자들이 골수 같은 땀을 쏟아내고 있는 삼보일배가 오늘로 52일째 되었다.

수원 국가행정연수원내 공터에서 천막 잠을 잔 일행의 하루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듯 하였다.

기상과 식사 그리고 체조.... 그러나 오늘의 삼보일배는 여느 때와 분명 달랐다. 백 수십여 명의 비구, 비구님 스님이 삼보일배에 동참을 하였다. 보고, 읽고, 추구함으로 얻고자 하는 선방의 정적 참선을 넘어 몸으로 고행하며 얻고자 하는 동적 참선의 길로 들어선 듯하다.

a 삼보일배 52일째가 시작되었다. 백 수십명의 스님들과 함께...

삼보일배 52일째가 시작되었다. 백 수십명의 스님들과 함께... ⓒ 임윤수

서럽도록 삭발이 된 스님들의 머리가 보는 사람들의 눈언저리를 뜨겁게 한다. 눈이 시리도록 깔끔하게 차려입은 승복이 보는 사람들의 코끝을 찡하게 한다. 세 걸음을 걷고 한번 절을 하며 아스팔트 바닥에 뭉턱 쏟아내는 스님들의 애절한 기도가 결국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주변에서 공공근로를 하고 계시던 아주머니는 벅차 오르는 감격을 참을 수 없었던지 머리에 둘렀던 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연실 닦아낸다.

a 동참대역의 꼬리가 보이질 않는다. 이 뜨거움이 어떤 태풍을 바뀔지 그게 겁난다.

동참대역의 꼬리가 보이질 않는다. 이 뜨거움이 어떤 태풍을 바뀔지 그게 겁난다. ⓒ 임윤수

수백 명의 동참자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삼보일배가 시작된 새만금에서 올라온 사람들, 강원도 정선에서 내려온 사람들, 살아가실 날이 그렇게 많지 않을 듯한 할머니들, 초롱초롱한 눈을 가지고 있으며 삼보일배의 의미를 너무도 또렷하게 설명하던 초등학교 학생들.....

오후엔 달아오른 아스팔트 열기만큼이나 동참자들이 부쩍 늘었다. 비구, 비구니 스님들의 삼보일배를 지켜보던 동참자들의 눈시울이 금방 울음이라도 쏟아낼 듯 붉어들 진다.


이제 삼보일배의 여정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그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그 여정에 또 찾아갔다가는 큰일이 날 듯 하다. 너무나 감동적이다. 감동을 넘어 복받침이 되어 가슴을 울컥이게 한다.

저 수행자들의 기도, 삼보일배가 살리고자 하는 새만금의 엄청난 생명들이 살아 날 희망을 확답 받지 못한다면 울컥한 기분에 무슨 짓이라도 할 듯 하다. 그래서 난 그곳엘 찾지 않기로 하였다. 그냥 난 비겁자로 남아 있기로 하였다.


a 백 수십명의 스님들이 세상에 절을 하고 있다. 새만금을 살려달라고...

백 수십명의 스님들이 세상에 절을 하고 있다. 새만금을 살려달라고... ⓒ 임윤수

그동안 삼보일배 수행팀에 관심을 놓지 않으며 열병 같은 고민을 한 마지막 양심으로 말하고 싶다.

새만금을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는 비겁한 사람이 되고, 후손들에게 죄인이 된다고.... 비겁하지 않고 떳떳하려면, 죄인이 아닌 선조들로 기억되고 싶다면 마음을 모아주는 삼보일배 수행팀에 꼭 참석하라고 말하고 싶다.

남들이 새만금을 이야기 할 때, 그때 새만금을 살리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절규하듯 땅바닥에 머리 조아리며 기도할 때 당신을 무엇을 하였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질문이 아니더라도 양심적으로 떳떳한 대답을 말할 수 있는 자아를 위하여 꼭 한번 삼보일배에 동참 할 것을 말하고 싶다.

오늘 보았던 삼보일배 수행팀의 거룩함과 동참자들의 숙연함이 감동을 넘어 자신이 감당치 못한 사고로 이어질까 더 이상의 동행을 포기한다. 이토록 한 인간을 겁먹도록 밀려드는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의 감동을 함께 나누기 바란다.

동참하는 작은 실천이 새만금을 살리고 살만한 미래의 시작임을 자각하며...

a 초등학교 3학년 꼬마가 삼보일배의 의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 아이가 누구에게 절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게 궁금하다.

초등학교 3학년 꼬마가 삼보일배의 의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 아이가 누구에게 절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게 궁금하다. ⓒ 임윤수

a 두툼한 양말도 얼마가지 못해 구멍이 뚫였다. 스님들은 신발을 벗고 삼보일배를 하였다.

두툼한 양말도 얼마가지 못해 구멍이 뚫였다. 스님들은 신발을 벗고 삼보일배를 하였다. ⓒ 임윤수

a 수원포교당에서 오셨다는 할머니가 수행자들과 동참자들의 식사를 도와주는 것으로 삼보일배에 동참하고 계시다.

수원포교당에서 오셨다는 할머니가 수행자들과 동참자들의 식사를 도와주는 것으로 삼보일배에 동참하고 계시다. ⓒ 임윤수

a 흐르는 땀이 도랑을 이룬다.

흐르는 땀이 도랑을 이룬다. ⓒ 임윤수

a 삼보일배에 동참하고 있는 동참자가 무릎을 파고 드는 통증을 덜어보려 안간힘을 써 보지만....

삼보일배에 동참하고 있는 동참자가 무릎을 파고 드는 통증을 덜어보려 안간힘을 써 보지만....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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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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