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소속 학생 등 1000여명이 국립5.18묘역 정문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강성관
한총련 소속 학생 1000여 명은 18일 오전 5.18민주항쟁 23주년 행사가 열린 망월동묘역 정문 앞에서 "굴욕적인 친미사대 외교 사과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정문 언덕 위에 올라 '굴욕적인 친미외교 노무현 대통령의 광주방문을 반대한다', '반민족적 특검 중단' 등을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기 했다.
5.18묘역 경내로 들어가기 앞서 마련된 정문은 방명록 등이 비치된 '민주의 문'까지 약 250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 상당히 이격된 거리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날 한총련 소속 학생들과 경찰의 대치가 있었다.
이날 경찰과의 대치로 인해 서청원 한나라당 전 대표는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신기남·최병렬 의원 등 기념식 참석자들은 주변 담을 넘어 묘역을 빠져 나와야 했다.
이에 앞서 기념식이 열리 전 초청장이 없는 참배객, 시민들은 '민주의 문' 근처에 있는 주차장 주변에서 노 대통령 내외를 기다렸지만 결국 보지 못했다. 주차장 근처에는 노사모, 후광사랑모임, 개혁국민정당, 안티조선 모임 등 단체 회원들도 자신의 주장을 담은 피켓 등을 들고 있었다.
이날 경찰과 학생들 사이의 대치 상황은 오전 10시 10분 경부터 예견됐다. 1000여 명으로 구성된 '한총련 5·18 순례단'은 오전 9시 30분 경부터 망월동 구묘역에서 참배 행사를 마치고, 국립5·18묘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이들 학생들이 소속을 알리는 깃발 등을 들고 오전 10시 10분경 국립5·18묘역으로 이동하려 하자 망월동 구묘역 입구를 경찰이 저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학생과 경찰사이에 몸싸움이 시작한지 20여 분만에 경찰의 저지선이 무너지고 학생들은 국립5·18묘역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들은 학생들과 뒤섞여 같이 뛰면서 세 차례에 걸쳐 저지선을 만들었지만 이런 상황을 미처 대처하지 못한 탓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민주의 문' 근처에서 경비를 맡고 있던 사복차림의 경찰들이 묘역 정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묘역 정문 앞에 도착한 것은 10시 50분 경. 정문에 도착한 학생 중 50여 명은 정문 담장을 넘어 주변에 조성된 '5·18 꽃동산'을 통해 정문 안쪽으로 진입했다. 이들은 정문 안쪽으로 10여m 거리에서 사복 차림의 경찰의 제지를 받았고, 이후 투입된 전경이 합류하면서 해산됐다. 이 과정에서 몇 명의 학생들이 연행되고 한 학생이 실신해 경찰 순찰차로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경찰버스를 이용해 묘역 정문에서 대치하고 있던 학생들 뒤편 도로를 가로막고 전경들을 긴급 투입해 학생들을 앞뒤로 에워쌌다. 한편, 당시 학생들과 경찰이 대치하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민주노동당 구로지구당 등 민노당 당원들도 묘역 진입이 제지당하기도 했다.
학생과 경찰의 묘역 정문 대치상황은 기념식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됐으며, 노 대통령 내외는 오전 11시 12분경 국립5·18묘역 후문을 통해 기념식에 참석했다. 들어가려는 학생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이 대치하면서 자연스럽게 묘역 정문이 봉쇄됐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오전 11시 20분 경부터 학생들은 연좌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으며, 기념식이 끝난 이후에도 경찰은 학생들이 전남대로 이동할 것을 염려해 30여분간 봉쇄했다. 경찰은 한총련 소속 학생들, 전공노 조합원, 민노당 당원 등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은 '5·18꽃동산'을 통해 길을 터주기도 했다.
한총련, "애초에 대통령의 정문 출입은 막을 생각 없었다"
이날 한총련 소속 학생들의 항의 시위는 지난 17일 마친 노 대통령의 방미 발언이 '굴욕적인 외교'라는 판단에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