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다시 밭을 갈아 엎어야 하는 화학농 하시는 할아버지전희식
마른하늘 쳐다보느라 고개 부러진다는 말이 있다. 가뭄이 오래 계속되다보니 동네 사람들은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도랑에 호스를 박고 물을 밭으로 끌어대느라 정신이 없다.
유능한 재단사가 연필과 자를 들고 북북 손쉽게 옷감 자르듯이 나도 괭이자루 휘두르며 밭을 바둑판처럼 금을 그어가며 콩, 참깨, 옥수수, 생강, 서리태 등을 심고 있다. 하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나뭇가지 위에 떼를 지어 앉아서 어디 콩을 뿌려만 봐라 내 밥이다 하고 내려다보는 까치들이 그 첫 번째요 이 가뭄에 씨앗들이 제대로 날까 싶은 게 두 번째다.
그래서 생각 해 낸 것이 씨앗을 뿌리기 전에 타 놓은 골에다 물을 뿌리고, 씨앗을 흙으로 묻은 다음에 또 물을 뿌려주기로 한 것이다. 허수아비도 하나 만들까 했지만 까치는 날이 어두워지면 활동을 안 하는지라 일단 두고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