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정몽헌 회장 등 현대 경영진 밤샘 조사

이기호 전 경제수석 구속영장 청구...31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등록 2003.05.30 17:23수정 2003.05.3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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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북송금' 의혹사건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30일 특검팀에 소환됐다.

'대북송금' 의혹사건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30일 특검팀에 소환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2신: 30일 오후 10시 45분>

송두환 특검은 30일 '대북송금' 의혹사건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김윤규, 김재수 등 현대 고위 관계자 3명을 소환, 이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펼치고 있다.

특검팀은 정몽헌 회장 등을 상대로 현대 측의 5억 달러라는 막대한 북송 자금 조달방법 및 북송 경로와 남북정상회담 등과 연관이 있는지 등 대북송금의 목적과 배경에 대해 조사를 하는데 있어 "어떤 경우든 오늘 귀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특검팀은 이근영씨와 이기호씨의 경우 소환 당일 '긴급체포' 조치를 통해 신변을 확보하고 조사한 바 있어 정 회장 등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훈 특검보는 "본인들이 어느 정도 조사에 임할지,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며 (특검팀은) 조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다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이근영씨나 이기호씨의 경우와 달리 소환자가 조사에 순순히 응하면 '긴급체포' 조치 없이 계속 조사할 수 있다는 뜻을 비췄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긴급체포'가 다음 수순으로 이뤄진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 특검팀은 이들의 신변변화 결정을 내리더라도 빨라야 다음날(31일) 새벽 3시경이 되어서야 내려질 것이라고 전해 '밤샘 조사'를 통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특검팀은 "내일 소환자 없다"고 밝힌 상황이라 정 회장 등에 대한 조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밤 10시경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을 재소환해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 김재수 경영기획실장 등과 대질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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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날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고 서울 구치소로 향한 이기호 전 경제특보(왼쪽 사진)과 이근영 전 산은 총재.

이날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고 서울 구치소로 향한 이기호 전 경제특보(왼쪽 사진)과 이근영 전 산은 총재. ⓒ 오마이뉴스 유창재

이기호 전 경제수석 구속영장 청구…서울 구치소로 송치

특검팀은 정 회장 등 현대 측 인사들과 별도로 산업은행의 현대 계열사에 대한 불법 대출과 관련해 이근영씨와 이기호씨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지난 28일 '긴급체포'된 이기호 전 경제수석의 경우 3일째 조사를 받았으며, 특검팀은 이씨에 대해 이날(30일) 오후 5시 10분경 지난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각각 4000억원, 1500억원을 대출과정에서 이근영 당시 산은 총재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불법대출을 공모한 혐의(직권남용 및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송두환 특검팀이 수사를 시작한 이래 지난 20일 이근영씨에 이어 두 번째. 이에 이 전 수석은 변호인을 통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신청했으며, 영장발부 여부는 31일 결정된다.

이날 이기호씨와 이근영씨는 산은 대출에 정부측의 외압이 있었는지, 대출금이 북측으로 전달될 것을 알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받은 후 각각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우선 이기호씨는 오후 8시 30분경 15층 특검수사실을 나와 1층에 대기된 특검팀의 차량을 이용했다. 3일만에 밖으로 나온 이씨는 첫날 소환할 때의 미소짓던 모습과는 달리 계속된 조사에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차림으로 굳은 얼굴이었으며, 기자들의 많은 질문에 담담한 표정으로 별다른 의미없이 그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는 말을 남기고 차량에 올라탔다.

'긴급체포' 상태인 이씨는 다음날 열릴 구속영장 실질심사 전까지 경찰서 유치장에 보호수감되어야 한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씨를 경찰서 유치장보다 구치소에 머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과 본인의 동의에 의해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이어 10분 후 이근영씨가 손에는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모습으로 특검사무실에서 나왔다. 이씨와 호송하는 경찰들은 기자들을 피해 15층에서 계단을 이용 17층으로 올라갔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도중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을 보고 다시 14층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지하 5층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내내 굳은 표정을 지은 이근영씨는 취재기자들이 지하주차장까지 따라가자 상당히 불편한 표정을 나타냈으며,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특검팀에서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두 사람의 표정에는 굳은 표정 속에 어두운 그림자가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공보다 과 부분만 들어 구속하려는 것에 회의 느껴"
이기호씨 변호인 최재천 변호사

이기호 전 경제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변호인인 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한강)은 "긴 역사적 맥락에서 봤을 때 이번 특검 수사가 아주 자세히 파헤쳐가는 것에 대해 비애감을 느낀다"면서 "아직까지 북송금에 대한 정확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公)보다는 과(過) 부분만을 들어 구속까지 하려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재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까지 법리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 부분은 서로 충돌이 된다 생각한다.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영장을 청구했다면 편하게 받아들였을 텐데…. 실질 심사에서 (특검팀의) 정책적 판단의 정당성과 영장청구 충돌 가능성에 대해 심도있게 주장할 것이다."

- 특검팀의 판단에 어떻게 생각하나.
"남북관계라는 특수성에서 사법처리가 쉽게 가능한지 더 고민해야 했을 것이다. 자연스런 진실규명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일반 범죄처럼 수사해 사후 처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별 검사는 특별한 수사와 특별한 처리가 되어야 하며, 이렇게 안되는 것이 아쉽다."

- 이기호씨가 대출 요청한 것은 북송금과 관계없다는 말인가.
"'대북관계'를 어찌 경제적인 요소로 삼지 않았겠냐. 이 수석은 남북문제를 늘 검토하고 판단하는데 신중히 했다. 이 수석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에 놓인 현대에 대출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

- 대출자금이 북송금 자금으로 쓰일 것이란 것을 전혀 몰랐다는 이야기인가.
"이기호 전 수석은 전혀 몰랐다."

- 박상배씨의 진술이 문제가 된 것 같은데.
"엄밀히 업무분장을 따져보면 당시 영업부장을 담당했던 박상배씨에게 문제가 있다. 만약 지시해놓고 자신의 책임 권한을 회피하려했다면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현대 계열사의 대출에) 최소한 협조 요청은 있었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영업본부장에게 있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박씨는) 사후에 문제가 터지자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 유창재 기자


<1신: 30일 오후 5시 20분>

직권남용 및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


a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 오마이뉴스 유창재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검팀은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해 직권남용 및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이기호 전 경제수석을 지난 2000년 6월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및 현대건설 대출과정에서 이근영 당시 산은 총재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불법대출을 공모한 혐의(직권남용 및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30일 오후 5시 10분 밝혔다.

또한 특검팀은 현대 계열사 대출 직전인 2000년 6월 3일 롯데호텔 조찬간담회에서 이 전 수석이 이용근 당시 금감위원장과 이근영 당시 산은 총재 등과 함께 하고, 이 자리에서 이근영씨에게 대출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혐의 내용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 전 수석을 지난 28일 밤 11시 35경 산업은행의 현대 계열사에 대한 불법 대출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긴급체포'했었다.

특검팀의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수사를 시작한 이래 지난 20일 이근영 전 산은 총재에 이어 두 번째.

이에 대해 이기호씨 측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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