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구속되는 'DJ 경제팀'

특검, 이기호 전 경제수석 구속...이근영 전 산은총재 이어 두번째

등록 2003.05.31 11:14수정 2003.06.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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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몽헌 회장(왼쪽 사진)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31일 특검팀의 이틀 동안의 밤샘조사를 마치고 이날 오후 10시 20분경 귀가 조치를 받고 특검사무실을 나섰다.

정몽헌 회장(왼쪽 사진)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31일 특검팀의 이틀 동안의 밤샘조사를 마치고 이날 오후 10시 20분경 귀가 조치를 받고 특검사무실을 나섰다. ⓒ 오마아뉴스 유창재

<제2신: 31일 밤 11시 10분>

'대북송금' 의혹사건 수사 44일 째인 31일, 산업은행의 현대 계열사 대출과 관련해 직권남용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구속영장이 발부, 구속수감했다.

이어 특검팀은 이틀째 조사를 받은 정몽헌 회장 등 현대 핵심 3인을 이날 오후 10시 20분경 일단 귀가 조치했다.

김종훈 특검보는 이기호 전 경제수석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법원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기에 영장을 발부한 것 아니냐"면서 "저희(특검팀)가 그것 외에 답할 위치에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날 오후 10시 10분경 서울지법 강형주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의해 발부됐으며, 현재 서울구치소에 머물고 있는 이씨는 바로 구속구감됐다.

특검팀은 지난 30일 이씨에 대해 지난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각각 4000억원, 1500억원 등 총 5500억원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씨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불법대출을 공모한 혐의(직권남용 및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이씨에 대한 구속은 송두환 특검팀이 수사를 시작한 이래 이근영씨에 이어 두 번째.


정 회장 등 현대 핵심 3인에 대해 이례적인 조치 내려

특히 특검팀은 전날(30일) 소환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 현대 핵심 3인에 대해 이틀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후 모두 귀가조치했다.


특검팀은 우선 김재수 현대그룹 전 구조조정본부장을 이날 오후 2시경 귀가조치했다.

김 특검보는 "(김재수씨는) 당장 조사할 것 없어 일단 나가 있으라 했으며, 다시 부를 것으로 회장이 있는데 어디 도망가겠냐"면서 "지금 당장은 조사할 게 없다는 것으로 이는 수사팀 결정이라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팀은 이기호 전 경제수석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10분 뒤인 오후 10시 20분경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을 특검수사실에서 내보냈다. 이때 김 사장은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는 말을 남겼으며, 마중 나온 현대 관계자들과 함께 귀가했다.

정몽헌 회장은 김 사장이 나온 뒤 10분도 채 안돼서 15층 특검수사실에서 나왔으며, 특검팀 조사를 받은 소감에 대해 "저 나름대로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 회장은 '기존의 입장에서 변함이 없냐'는 질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답해 드릴 수 없다"고 했으며, '대북송금을 현대에서 주도했냐'는 물음에는 "특검에서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송두환 특검팀은 앞서 이근영씨와 이기호씨를 구속한 것과 달리 정 회장 등 현대 핵심 3인을 귀가조치 시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최근 북측에서 중앙방송과 일본의 아사히신문 등을 통해 금강산 사업 및 남북경협 등 재개에 있어 현대아산의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 등을 참석하도록 요구한 것에 따른 외적인 요소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김종훈 특검보는 "외적요소가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전혀 고려 안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면서 "이들(정 회장 등)을 통해 현재 수사하는 아이템 중 한 개만을 수사한 상황에서 (이들을 돌려보낸 것은) 나머지를 더 조사하기 위해서 인적·물적 자료와 수단을 더 검토하기 위해서 내린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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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신: 31일 오전 11시 10분>
특검, 정몽헌 회장 '잠재적 피의자' 진술 조사


a 지난 30일 오전 10시 특검팀에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31일 현재 '잠재적 피의자' 신분으로 진술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30일 오전 10시 특검팀에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31일 현재 '잠재적 피의자' 신분으로 진술 조사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북송금' 의혹사건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송두환 특검팀은 정몽헌 회장 등 현대 핵심 3인에 대해 강도 높은 밤샘조사를 펼쳤으며, 정 회장의 신분에 대해 '잠재적 피의자'라고 31일 오전 밝혔다.

김종훈 특검보는 "정몽헌 회장은 '잠재적 피의자' 신분으로 진술 조사받고 있다"며 "현재 조사는 60% 정도 진행됐으며 오늘(31일) 오후를 넘기는 것은 기본이다"고 말했다.

현재 특검팀은 정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김재수 당시 구조조정본부장 등을 상대로 그 동안 특검팀이 밝힌 내용에 대해 사실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 이어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재소환돼 이들과 4자 대질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등 소환자들의 수사 협조에 대해 김 특검보는 "이들이 협조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파악하는 사실관계 자료와 일치여부는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면서 "50∼60% 납득할 수 있고 '묵비'하는 부분과 일부 (진술이) 배치되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 특검보는 이들이 조사에 임하는 자세가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음을 나타냈고, 이에 따라 수사 관행상 '증거인물 및 도주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강제수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특검보는 "그런(이근영씨와 이기호씨 경우 구속 조치)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냈다"면서 "이들이 가겠다고 하면 우리에겐 카드가 있는 것으로 임의동행이라도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더구나 특검팀 수사관들도 지난 27일 이기호씨 소환을 시작으로 계속된 철야 수사를 진행해오고 있어 많은 피로가 누적된 상태임에도 이번 수사의 핵심인물인 정 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만약 정 회장 등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가 잘 이뤄지지 않아 소환일(30일) 기준 48시간을 넘겨서까지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특검팀이 내릴 경우 '긴급체포' 조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전날(30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기호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서울지법에서 이날 오전 11시 강형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으며, 영장발부 여부는 오후에 결정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종훈 특검보는 "영장발부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사항이며 가부 간에 존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분석] 정몽헌 회장 신병처리 어떻게 되나
특검팀, 정 회장 등 현대 핵심 3인 신병처리 놓고 고심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을 신병처리할 경우 당장 금강산 관광사업 등 남북경협 차질은 물론 현대그룹의 경영여건이 더 악화되고 우리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 하락마저 우려되는 등 국내외적으로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특히 30일 정 회장을 전격 소환, 본인 동의를 받아 31일 새벽까지 북송금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강도높게 추궁했지만 신병처리의 전단계에 해당하는 긴급체포를 하지않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특검팀이 이근영.이기호씨에 대해 소환 당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점에 비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으로 해석됐다.

이런 배경에는 가뜩이나 경제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여건이 어려운 현대의 총수에 대한 신병처리가 몰고올 수 있는 부작용을 의식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검찰이 부당내부거래 의혹을 밝히기 위해 시작했던 SK그룹에 대한 수사가 최태원 회장을 구속한 뒤 분식회계까지 드러나면서 국가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점도 특검팀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들은 현대측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수사여부를 묻는 질문에 "수사를 하고 있다"는 말 외에는 일절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 등이 남북교류 및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대북사업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현대측의 위법사실을 사법적 잣대로만 단죄하는 것이 타당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특검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사스'를 이유로 중단했던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방침을 밝히면서 정 회장 등을 초청하고 나선 것도 특검팀에는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북한 아태평화위가 지난 29일 "금강산 시범관광 등 긴급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정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을 빠른 시일 내에 금강산에서 만나려고 하며 이에 대한 남측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발표한 것은 사실상 정 회장 등에 대한 신병처리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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