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현대 핵심3인 소환, 수사 막바지

특검, 정몽헌 회장 등...자금조성 목적 및 배경 등 조사

등록 2003.05.29 10:47수정 2003.05.3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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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대체: 30일 낮 12시 50분>

a 30일 오전 10시경 대북송금 특검에 소환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30일 오전 10시경 대북송금 특검에 소환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북송금' 의혹사건 수사가 30일 오전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김윤규, 김재수 등 현대 고위 관계자 3명을 동시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하면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이번 수사의 최대 핵심 인물중의 한 명인 정몽헌 회장을 상대로 5억 달러라는 막대한 북송 자금 조달방법 및 북송 경로와 남북정상회담 등과 연관이 있는지 등 대북송금의 목적과 배경을 조사한다. 이는 특검팀의 최종 수사 목표이기도 하다.

이날 소환된 현대 경영진 세 사람 중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오전 9시25분경 제일 먼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출두했다.

김 사장은 "내가 (특검조사에) 두 번째 오는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말하고 특검수사실로 들어갔다.

이어 오전 9시 40분경 김재수 전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출두했으며, 그는 포토라인에서 "특검조사에 정직하게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재수씨에게 "모금 주도했냐" "국정원과 대출 논의했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특검에서 다 밝히겠다"고 대답했다.

끝으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55분경 특검사무실에 도착했다. 정 회장 역시 "특검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한 뒤, '대북송금이 정상회담 대가라고 말했었는데 그 대답에는 변함이 없냐'는 질문에 "내 오늘 진상규명을 위해 왔다. 하여튼 진상규명을 위해 성실히 답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곧바로 15층 특검수사실로 올라갔다.


이날 정 회장 등 현대 경영진의 소환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취재진만도 내외신을 포함해 무려 120여명. 정 회장과 함께 대북송금의 빅3 중의 한 명인 임동원 전 외교안보통일특보가 소환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그만큼 정 회장의 소환이 이번 특검 수사에서 '정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a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왼쪽)과 김재수 전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왼쪽)과 김재수 전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특검팀, 정 회장 등 현대 3인 상대로 무엇을 조사 하나


현대 대북사업의 최고 윗선인 정 회장과 실무를 맡았던 김윤규, 김재수씨 등을 상대로 한 특검팀의 조사는 우선 산업은행으로부터 4000억원을 대출 받는 과정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들에게 이미 산은 관계자인 이근영씨와 박상배씨 등으로부터 진술받은 내용을 토대로 △2000년 6월 대출과정에서 부적정하게 자금을 편법 조달한 방법 △대출 무렵 이기호 전 경제수석 등 청와대 인사에게 남북경협사업 등의 이유로 현대 계열사에 대한 대출 지원을 청탁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게 된다.

또한 특검팀은 현대가 유동성 위기 해소 명목으로 긴급대출 받은 자금을 '북송금'한 경위와 배경을 밝힐 예정이다. 이 부분에서 △청와대 및 국정원과 송금관련 교감(협의)이 있었는지 여부 △국정원을 개입시켜 비밀송금하게 된 경위 △대북송금이 경협 계약 두달 전에 미리 이뤄진 이유 등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특검팀은 현대그룹이 대북경협 7대사업의 대가라고 주장하며 북측에 지원한 5억 달러 가운데 △국정원이 송금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진 2억 달러 △현대전자와 현대건설 쌍방간에 소송하고 있는 1억 달러 △나머지 미확인된 2억 달러 등에 대한 정확한 자금 규모와 자금 용처, 송금경로, 애초 북측이 요구한 자금 규모 등을 조사한다.

무엇보다 지난 2월 정 회장이 "북송금이 결과적으로 남북정상회담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배경 등의 확인을 통해 대북송금과 정상회담의 관련성을 명확히 밝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김종훈 특검보가 "(정씨 조사는) 이근영씨나 이기호씨 (불법대출 관련) 조사의 연장 선상이 아닌 '또다른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대북송금 전반적인 것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어 대출금 전용 과정에서 정 회장 등이 이를 숨기기 위해 현대상선의 회계장부 조작 등 분식회계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추긍, 조사할 것임을 내비쳤다.

만약 정 회장이 분식회계를 지시했고, 대출 당시 이기호 전 경제수석 등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대출 및 지원을 청탁, 나아가 현대상선 등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돈을 불법대출 받아 북측으로 송금한 사실 등이 밝혀질 경우 정 회장 등 현대 3인방은 배임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구나 특검팀은 남북교류협력법과 외환관리법 공소시효 3년이 오는 6월 초 끝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조사를 서둘러 진행하며, 조사결과를 토대로 법 위반 여부, 배임죄 성립 여부 등 법률적 검토를 거쳐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특검보는 "(공소)시효를 놓쳐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데도 '못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우선 북송금을 주도한 핵심인물 1명을 기소, 공소시효를 일단 중단시키고 나머지 관련자에 대해서는 이후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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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 정몽헌 회장 등 현대 경영진 밤샘 조사

특검팀 "수사 긴박하게 돌아간다"

대북송금의 핵심인물인 정몽헌 회장 등 주요 현대 3인방을 대거 소환한 특검팀은 이들 외에도 이기호 전 경제수석과 이근영 전 산은 총재를 조사하고 있다.

김종훈 특검보는 "구체적으로 누가 소환돼 (어떤 내용에 대해) 조사를 받는지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간다"고 말할 정도.

때문에 정 회장 등이 이날 특검 조사에서 당시 송금 기획자가 누구인지, 정확한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5억달러 +α'설 등으로 추측이 난무한 적확한 송금액수 등 모든 사실을 순순히 밝힌다면 이번 의혹사건의 실체 규명을 조속히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40여일 동안의 수사를 통해 자금 조성 경위와 송금경로, 청와대 및 정부의 대출 외압사실 등 대부분을 밝혀낸 상태. 그렇기에 현대 3인방의 이날 소환을 통해 그 동안 조사한 내용에 대한 재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특검팀은 현대 측의 대북송금이 '남북정상회담'의 대사인지의 여부를 밝혀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조사를 토대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대북송금 당시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등 국민의 정부 유력 인사들에 대한 조사일정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이중 한광옥씨를 이르면 다음 주 초 소환할 예정이다.

정몽헌 회장, 검찰과 '악연'인가
'왕자의 난' 이후 택한 '대북사업'으로 또다시 검찰과 인연

▲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검팀은 그 동안 미뤄오던 정몽헌 회장의 소환을 30일 시행했다.

특검팀이 '또다른 뿌리'라고 칭할 정도로 현대 측 수사에서 이번 '대북송금' 의혹사건의 실질적인 배경을 파악하고 전체적인 정리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송 특검호가 정 회장을 소환한 것은 특검 수사 1차 결과 발표를 한 달도 채 안남겨둔 상태에서 수사 마무리 단계로 들어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정 회장은 이번 수사의 실체적인 진실을 규명해줄 가장 유력한 핵심인물 중 한 명. 정몽헌 회장은 현직 재벌 2세로는 여러 차례 검찰과 '인연'을 맺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그가 이번 '대북송금' 의혹사건 특검까지 검찰과 인연(?)을 맺을 때마다 모두 우연히 정권 교체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검찰 인연은 '악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우선 정 회장은 지난 92년 현대상선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299억원의 비자금 조성 협의로 구속기소돼 실형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이때 재판까지 5개월 가까이 수사가 이뤄져 당시 정 회장은 심장 질환으로 입원하는 등 마음 고생 뿐만 아니라 몸까지 수난을 겪어야만 했다.

또 정 회장은 99년에는 현대전자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검찰로부터 곤욕을 치렀다. 이 사건의 경우 금융감독원과 시민단체의 고발로 4월부터 시작된 검찰 수사는 6개월 넘게 계속돼 수난의 연속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정 회장은 이 사건이 이익치 현대증권 전 회장의 '1인극'으로 잠정 결론 나면서 무혐의 처리됐다. 하지만 정 회장은 외환 위기 이후 불거진 재벌에 대한 비난 여론을 한 몸에 받아야만 했다.

정 회장뿐만 아니라 현대그룹에도 검찰의 조사가 있을 때마다 검찰의 폭풍은 계열사까지 몰아쳐 압수수색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듯 대대적인 수난을 겪어야 했다.

이후 2000년 3월 정몽헌 회장은 현대그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인 '왕자의 난'을 겪었다. 그는 '왕자의 난'에서 승리하면서 '대북사업' 이외의 경영에서는 손을 뗐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정 회장이 아버지 고 정주영 왕회장에게 신뢰를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택한 것이 '대북사업'이란 말도 있지만, 결국 이 '대북사업' 때문에 또 한차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 4월 21일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리고 있는 금강산 특별기획 판매전에 참석한 자리에서 "특검 수사 후 필요하다면 (대북 송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으며, '대북송금 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는 잠시 망설이다가 "글쎄"라고만 짧게 대답한 바 있다. / 유창재 기자


<1신: 29일 오전 10시 45분>

정 회장 측은 소환 불응할 입장 없을 것


a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 오마이뉴스 유창재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검팀은 내일(30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김재수 현대그룹 경영기획팀장 등 3명을 동시에 소환한다고 29일 밝혔다.

김종훈 특검보는 "내일 오전 10시 정몽헌씨, 김윤규씨, 김재수씨 세 사람에게 함께 출두하도록 소환 통보했다"며 "정 회장에 대한 조사는 이근영씨나 이기호씨 조사의 연상 선상이 아닌 또다른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대북송금 전반적인 것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특검팀은 정몽헌 회장을 지난 19일 소환할 예정이었으나 소환 당일 아침 정 회장의 변호인인 이종왕(법무법인 김&장) 변호사가 직접 특검사무실을 찾아 "본인(정몽헌)이 특검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려는 각오는 되었는데, 해외자료를 포함한 제반 자료를 준비해서 나오려 하니까 1주일 정도 다소간 소환연기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소환 연기신청서를 내 소환이 미뤄졌었다.

이에 대해 김 특검보는 "이제는 소환 준비가 안되는 것은 상대방의 사정이고 저희들(특검팀) 시간상 기다릴 수 없다"면서 "지난 번 소환연기 신청 이후 일주일이 넘게 지났기에 상대방이 소환에 불응할 입장은 없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스케줄 대로 진행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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