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정치군인 묘, 왜 이장 안하나"

[현장] 대전충남시민단체, 김창룡 묘 이장 촉구 시위

등록 2003.06.06 15:23수정 2003.06.0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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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6일 오전. 대전충남지역 시민단체,정당등이 김창룡 묘 이전 시위를 벌이고 있다.

6일 오전. 대전충남지역 시민단체,정당등이 김창룡 묘 이전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심규상

'국립묘지가 쓰레기장인가. 친일반민주 정치군인 김창룡 묘 이전하라’ (민주노동당 유성구 지구당) ‘호국영령 통곡 한다. 김창룡묘 이장하라’(민족문제연구소 대전시지부) ‘김구 선생 통곡한다. 김창룡묘 이장하라’ (대전충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6일 오전 10시. 이모씨(85. 대전광역시 서구)는 현충일을 맞아 대전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된 선친의 묘역을 찾아 대전 현충원 정문을 향하다 발걸음을 멈췄다. 피켓과 천 글씨를 들고 서 있는 수십여명의 사람들 틈을 무심히 지나다 ‘김구 선생 통곡한다. 김창룡 묘 이장하라’고 외치는 시위대의 구호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시위대중 한 사람을 붙잡아 세우고는 대뜸 “김창룡 묘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 대전국립묘지 장군묘역에 안장돼 있다는 설명을 들은 이씨는 지팡이를 흔들며 “김창룡은 독립군을 고문 학살하던 사람”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a 이날 묘 이장 서명운동에는 200여명의 참배객들이 서명했다.

이날 묘 이장 서명운동에는 200여명의 참배객들이 서명했다. ⓒ 심규상

이씨는 “국립묘지를 더럽혀도 분수가 있지 어떻게 애국지사를 탄압한 김창룡이를…”하며 ‘친일 민족반역자 김창룡 묘를 이장하라’는 구호가 새겨진 서명용지에 서명했다. 이씨는 시위대를 향해 “꼭 이장시켜야 한다”고 몇 번을 당부 하고서야 묘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난 98년 2월 국군기무사령부 주관으로 대전 국립묘지 장군묘역으로 이장된 이후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이장요구를 받아온 김창룡(1920-1956) 묘가 아직까지 국립묘지를 지키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친일파 김창룡묘 이장추진위원회, 민주노동당 대전시지부, 개혁국민정당 대전시위원회 등 대전충남지역 제 단체 회원 6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대전국립묘지 정문 앞에서 장군묘역에 안장된 김창룡 묘 이전을 촉구하며 4시간여 동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 참배객들에게 배부한 홍보물을 통해 “김창룡은 일본 관동군 헌병으로 수많은 항일조직을 색출하고 독립군을 고문학살 했을 뿐만 아니라 백범 김구의 암살배후로 지목된 사람”이라며 “이밖에도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수많은 시민을 학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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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상

이들은 이어 “그의 묘지가 백범 김구 선생의 모친 곽낙원 여사와 장남 김인 선생의 묘와 지척에 함께 있어 애국지사를 욕되게 하고 후대에게 바른 역사 교육을 할 수 없게 하고 있다”며 “국립묘지 밖으로 즉시 이장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대전지부 박의선 정책위원은 “김창룡은 해방직후 친일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람”이라며 “항일독립운동가 및 양민 살해에 앞장선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순국선열들과 함께 묻혀 있는 뒤틀린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현충원은 국방부의 지시에 따라 묘역을 관장하는 업무만을 하고 있다”며 “이장 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여인철 개혁당 대전시 대표집행위원(49)은 “민족반역자들은 죽어서도 대접받지 못한다는 추상같은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대전 현충원은 물론 국방부를 상대로 묘지 이장을 촉구하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대응수위를 한층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 육군중장 김창룡의 묘(대전국립묘지 장군묘역)

육군중장 김창룡의 묘(대전국립묘지 장군묘역) ⓒ 심규상

김창룡 전 특무부대장은 함경남도 영흥 태생으로, 일제시대 관동군 헌병대 정보원, 한국전쟁 당시 육군본부 정보원, 군검경합동수사본부장, 육군특무부대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1992년 안두희에 의해 김구 선생 암살 당시 '실질적 지령'을 내린 인물로 지목됐었다.

이와 관련 김종필 자민련 총재(한국전쟁 당시 육군본부 정보2과 근무)는 2000년 1월, '대전형무소 학살사건'을 공론화시킨 재미동포 이도영 박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전쟁 당시 양민학살은) 전부 김창룡(당시 육본본부 정보국 4과장)이 한 것이다"고 증언한 바 있다.

대전 국립묘지에는 김창룡 중장 외에도 유학성 전 의원(1927-1997, 육군대장. 12.12 관련 인물), 오제도 검사(1917-2001, 한국전쟁 직전 ‘보도연맹' 주도) 등이 안장돼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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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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