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군인의 묘 국립묘지서 이장하라"

[현장] 대전 현충원에서 ‘김창룡씨 묘 이전 촉구 집회’ 열려

등록 2003.08.09 18:42수정 2003.08.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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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회원 들이 대전국립묘지 정문에서 '친일군인 김창룡 묘 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있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회원 들이 대전국립묘지 정문에서 '친일군인 김창룡 묘 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있다.오마이뉴스장재완

“국립묘지가 쓰레기장이냐! 김창룡묘 이전하라”
“김구선생 분노한다. 김창룡묘 이전하라”


8월 15일 58돌 광복절을 앞두고 대전국립묘지(현충원) 정문에서는 '김창룡씨의 묘 이전'을 촉구하는 다시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전북.광주지부와 대전충남민언련, 조선일보바로보기 대전시민모임 등 6개 단체 3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집회에서 이들은 “친일군인 김창룡의 묘를 이전하라”고 촉구했다.

여인철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은 인사말에서 “민족투사를 탄압한 친일군인이 어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들과 함께 누워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는 역사를 거꾸로 세우는 일이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피를 흘린 애국영령들을 모욕하는 일”이라며 “김창룡의 묘를 국립묘지에서 즉시 파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희 애국지사숭모회 회장은 “애국지사를 잡아서 공을 세우고 백범선생 암살을 주도한 자를 어찌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과 함께 모실 수 있는가?”라며 “우리가 지금 김창룡의 묘를 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그런 친일반역죄인의 뼈는 대한민국 어느 곳, 그 어떤 쓰레기장에 버리려 해도 내어줄 땅이 없다”고 말했다.

현충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집회참가자들이 현충원진입을 시도하자 경비대원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현충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집회참가자들이 현충원진입을 시도하자 경비대원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오마이뉴스장재완
이들은 ‘(가칭)대전국립묘지의 친일군인 김창룡묘 이장 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성명서를 통해 “일본 관동군 헌병대에서 밀정으로 있으면서 항일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여 그 대가로 일본군에서 승승장구하고, 해방 후에는 양민학살에 앞장섰으며,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을 사주한 김창룡의 묘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 대전국립묘지 장군묘역으로 슬그머니 이장되었다”며 “아무리 우리의 역사가 뒤틀려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고 통탄해 했다.

이들은 또 이어 “그의 묘가 이곳에 있는 것은 우리 국민을 욕보이고 역사를 욕보일 뿐만 아니라, 이 곳에 고이 잠들어 계시는 애국지사들을 능멸하는 것”이라며 ‘반민족행위자들은 죽어서도 단죄받는다는 추상같은 원칙을 세워, 다시는 불행한 시기에 나라와 민족을 배신하는 무리들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6.25참전용사 출신인 선친의 묘소에 참배차 현충원을 찾았다는 서 아무개(서울 서대문구 거주)씨는 “김창룡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친일행적을 하고 백범 선생의 암살을 주도했다면 당연히 이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조정호(23세, 대전 대덕구)씨도 “나라와 민족을 배반한 사람들은 죽어서도 이 땅에 발을 부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또 역사를 바로세우는 차원에서라도 꼭 김창룡의 묘를 이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룡 전 특무부대장은 누구?

▲ 대전국립묘지 제1장군묘역에 안장되어 있는 김창룡씨의 묘
ⓒ심규상 기자
김창룡 전 특무부대장은 함경남도 영흥 태생으로, 일제시대 관동군 헌병대 정보원, 한국전쟁 당시 육군본부 정보원, 군검경합동수사본부장, 육군특무부대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1992년 안두희에 의해 김구 선생 암살 당시 '실질적 지령'을 내린 인물로 지목됐었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한국전쟁 당시 육군본부 정보2과 근무)는 2000년 1월, '대전형무소 학살사건'을 공론화시킨 재미동포 이도영 박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전쟁 당시 양민학살은) 전부 김창룡(당시 육본본부 정보국 4과장)이 한 것이다"고 증언한 바 있다.

대전 국립묘지에는 김창룡 중장 외에도 유학성 전 의원(1927-1997, 육군대장. 12.12 관련 인물), 오제도 검사(1917-2001, 한국전쟁 직전 '보도연맹' 주도) 등이 안장돼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심규상 기자
한편 정문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은 현충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현충원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비를 맡고 있는 군인들에 의해 저지되어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대표단들과의 면담에서 김용남 관리과장은 “원장님은 지금 계시지 않기 때문에 추후에 시간을 내어 면담이 이루어지도록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인철 지부장이 “그렇다면 지난 6월 6일 현충일에 부원장을 만나 정식으로 요청한 원장면담 요청은 왜 답이 없나?”고 묻자 “잘 모르겠다”며 답을 하지 못했다.

대표단들이 김창룡 묘 이전에 대한 현충원의 입장을 묻자 김과장은 “정식으로 법령에 의해 절차를 밟아 안장된 분들을 잘 안장하고 잘 관리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며 “그러나 묘 이장에 관한 것은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면담을 마친 이들은 백범 김구 선생의 모친 곽낙원 여사의 묘역과, 백범 선생의 '여자광복군 1호'였던 신정숙 여사 등의 묘역을 찾아 참배한 후 행사를 마쳤다.

한편 김창룡의 묘는 지난 98년 2월 국군기무사령부 주관으로 경기도 지역에서 대전 국립묘지 장군묘역으로 이장되었는데 인근에 백범 김구선생의 어머니와 장남이 함께 안장돼 있어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줄기차게 이장요구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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