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속의 섬' 차귀도의 풍경

" 아름다운 섬 가슴에 담아 가세요"

등록 2003.06.11 15:27수정 2003.06.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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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옆에 끼고 달려온 해안도로 끄트머리에 이렇게 넓은 들판이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품속이 이렇게 드넓었던가. 그 어머니의 품속 같은 들판을 가로질러 페달을 밟고 달리니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이름 난 '섬 속의 섬' 차귀도의 풍경을 가슴에 담아 올 수 있었다.

a 절부암에서 바라 본 차귀도

절부암에서 바라 본 차귀도 ⓒ 김강임

언젠가 뭍에서만 살았던 친구가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제일 먼저 찾아온 곳이 차귀도였다. 그 이유는 전설을 얘기하며 아름다운 차귀도의 풍경을 뭍으로 실어 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고산리 자구 내 포구에 다다르자 제일 먼저 반기는 사람은 한치 오징어를 파는 아줌마였다.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열린 창문으로 불에 구운 오징어를 강제적으로 입에 들이대는 아줌마의 친절이 그리 싫지 만은 않았다.


a 차귀도 입구

차귀도 입구 ⓒ 김강임

날마다 보는 바다지만 고산리 자구내 포구 앞 바다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왠지 낯선 땅. 그것도 무인도를 찾아 나선 느낌이다. 그 이유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차귀도에 대한 상상 즉, 가장 한적하고 때묻지 않은 곳이라는 주관적 생각 때문이었을 게다.

a 뱃길따라 10분이면 갈수 있는 곳

뱃길따라 10분이면 갈수 있는 곳 ⓒ 김강임

뱃길 따라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 헤엄쳐 가도 단숨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차귀도는 대섬. 지실이섬. 와도 등 세 개 섬과 장군 여. 썩은 여. 간출암 등의 여로 이루어진 섬이다. 차귀도의 면적은 0.16 평방킬로미터로 곰솔, 돈나무 등의 13종이 있고 양치식물과 초본류는 제주도에서만 자생한다고 한다.

특히 본섬인 죽도는 예전에 대나무가 많았으며,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서너 가구의 주민들이 살았다고 한다. 지금도 우물흔적과 가옥형태가 남아있다고 한다. 차귀도는 파도가 없는 날에는 멀리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파도가 치는 날에는 아주 가깝게 떠 있는 것처럼 요술을 부린다. 이날 따라 바람 한 점 없는 차귀도는 전설과 신화를 금방이라도 잉태하듯 고요했다.

차귀도에 대한 전설 또한 흥미롭다. 고려 16대 예종 때 중국 송나라 푸우저 사람 호종단이 이 섬에서 중국에 맞서는 큰 인물이 나올 곳이라고 해서 이 섬의 지맥과 수맥을 끊고 고산 앞 바다로 돌아가는 길에 날쌘 매를 만나 그 매가 돛대 위에 앉아 갑자기 돌풍이 일어 배가 가라앉았다고 한다. 이 매는 바로 한라산의 수호신이고, 지맥을 끊은 호종단이 돌아가는 것을 막았다고 해서 대섬과 지실이섬을 합쳐 차귀도라 불렀다고 한다.

a 금방이라도  헤엄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방이라도 헤엄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 김강임

또 그럴듯한 전설은 차귀도 동남쪽에 있는 장군석에 대한 이야기다. 전설에 의하면 장군석은 한라산 영실의 오백장군의 막내라 한다. 오백장군이 어머니와 함께 살 때, 어머니가 큰솥에서 죽을 쑤다 그만 가마솥에 빠져 죽었다 한다. 형들은 그것을 모르고 죽을 맛있게 먹고 그 자리에서 돌이 되었다. 그러나 막내는 그걸 먹지 않고 차귀도 앞 바다에 와서 장군석이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한라산의 오백장군석을 헤아려 보면 499개가 남아 있고, 나머지 하나는 차귀도 앞 바다에 떨어져 있다는 장군석이 되었다는 그럴듯한 전설이다. 비록 전설이지만 어머니의 넓은 마음을 생각하는 막내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 전설이기도 하다.


a 한 많은 여인의 모습처럼.

한 많은 여인의 모습처럼. ⓒ 김강임

용수리 포구에서 바라본 차귀도는 마치 커다란 거인이 바다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바다 위에 떠있는 차귀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니 그 모습은 가운데가 쑥 들어간 기다란 섬으로 '눕은섬' 즉 해면 위에 누워있는 여자 거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용수리에 과부가 많은 것에 대해 수면 위에 떠 있는 '눕은섬'이 어떤 한을 품은 여자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귀도의 오징어는 화살 오징어로 화살 모양을 하고 있으며, 포구에서 바람에 말려 꾸들꾸들 해 불에 살짝 구워 먹으면 아주 부드럽고 쫄깃거린다.


a 오징어 말리는 풍경

오징어 말리는 풍경 ⓒ 김강임

이제 막 배를 띄우려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분주해 보였다. 차귀도 주변에 참돔과 돌돔, 흑돔, 벵어돔, 자바리 등이 입질을 하여, 배를 타고 나가면 크고 작은 섬과 기묘한 바위, 부드러운 초원을 감상하며 낚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특히 고산리 자구 내 포구에서 차귀도에 떨어지는 낙조는 아주 유명하다. 그러나 시간을 맞추지 못해 차귀도에 떨어지는 낙조를 보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다. 더욱이 차귀도를 바라보며 싱싱한 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진미는 차귀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이다.

또한 주변에는 리조트 단지와 민박, 싱싱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들이 많아 섬을 바라보며 식후경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수월봉과 절부암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차귀도 가는 길은 제주공항- 서회선 일주도로(12번 국도)- 애월- 한림( 외곽도로)- 고산-우회전하면 되고,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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