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S, 장애학생에게 소용있나

장애학생 부모가 바라 본 NEIS… 인권침해는 물론 쓸모도 없다

등록 2003.06.23 00:15수정 2003.06.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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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 국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이하 네이스)가 가진 인권침해 요소, 특히 장애학생 인권침해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NEIS가 장애학생 인권을 심각히 위협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장애학생들의 경우 기본적인 교육권 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정보인권에 신경쓸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정보인권의 가치는 사람의 행복추구와 관련된 근원적인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자기 정보를 인식하고 그 가치를 지킬 힘이 없는 장애학생들의 경우엔 더욱 그럴 것이다. 장애학생이 아니더라도 교육사회가 학생들의 정보인권을 얼마나 무시해왔는가 반성해본다.

당초 NEIS를 입안한 교육관료들은 학사정보사항에 '특수교육대상자 신상관리' 라는 항목을 만들어 모든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장애관련 정보를 학생지도 라는 명목으로 집중시키려고 했다.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학생 정보의 인권침해 요소에 대해 지적하자 교육부는 일반학교 장애학생은 제외하고 특수학교 장애학생들만 시행한다는 지침을 결정했다. 이 항목에는 장애유형, 등급, 장애인등록번호, 검사기관, 지능지수, 검사도구, 장애원인, 보장구, 수반장애, 복용약물, 특수교육이수내역(기간, 기관, 특이사항, 담당교사, 연락처) 등 온갖 신상 정보가 입력된다.

그러나 교육부의 지침은 장애학생 정보인권이나 특수교육 차원의 원칙에 따른게 아니라 순전히 흥정의 결과다. 근래의 특수교육 원리에 따르면 특수학교와 일반학교 특수교육은 그 차이보다는 장애학생 통합과 개별화 교육의 보완관계로서 파악되고 있는데, 교육부는 이런 원리와 상관없이 적당한 대상 축소로 비판을 모면하려고 한 것이다.

게다가 장애학생 교육을 담보하지도 못하면서 지도 명목으로 신상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극히 사적인 신상정보를 교육청에서 공유할 이유가 어디에 있으며, 교육당국은 장애학생 교육에 있어서 학생지도니 하는 말을 할 자격이나 있는 가?

국가 인권위원회의 권고 대로 학사·교무, 보건, 입학·진학 등 3개 영역이 전면 폐기되지 않는다면 법적 근거나 정보사용 동의 없이 추진하고 NEIS는 중대한 정보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물론 3개 영역 외에도 개인적 영역에 해당하는 정보사용에 대해서는 학부모나 학생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며, 동의하지 않은 정보는 개별적으로라도 공공 정보사항으로 집중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학부모로서 NEIS에 의해 아이에 대한 정보가 학교 밖을 넘어 고스란히 교육청에 간직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분이 나쁘고 사생활을 침해당한 느낌이다. 필자의 경우 장애인인 딸아이가 앞으로 특수학교에 가게 될 지도 모르는데 아이의 장애에 대한 정보가 교육행정정보로서 공유된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


장애인 교육권 보장 요구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실천한게 없는 교육당국이 특수교육대상 학생에 대한 그 많은 정보를 가지고 무엇에 쓰려고 하는지 그저 의심스러울 뿐이다.

최근 필자는 지역 사회단체들의 요청에 의해 서울 북부지역 민중연대와 전교조 성북지회에서 주최한 'NEIS 문제점 설명회'에 참석했었다. 그 자리에서 학부모의 입장에서 두 가지를 주장했었는데,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a 2003.6.12 서울 북부지역에서 열렸던 'NEIS 문제점 설명회'

2003.6.12 서울 북부지역에서 열렸던 'NEIS 문제점 설명회' ⓒ 박인용

첫째, NEIS를 입안한 교육관료들은 통제위주의 교육정책을 답습하여 법적 근거나 국민 동의절차 없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추진하였으므로 이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 교사, 교육행정가 등 모든 교육주체들은 지금까지 학생들의 정보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둘째, NEIS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헌법적 가치인 기본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에 폐기될 수 밖에 없다. 교육관료들이 '싸놓은 똥'을 치우고 정보인권을 배우는 수업료로서 수천억원이 들더라도 아이들의 소중한 인권을 위해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이는 학교 안의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와 시민사회, 전 국민이 나서야 하는 문제다.

5월말 1087개 시민사회단체가 NEIS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필자가 참여하는 '장애인참교육 서울부모회'도 부모단체로서 이 촉구에 동참했다. 여러 학부모와 졸업생들의 손해배상 소송과 사회단체들의 헌법소원이 뒤따랐고, 교육부의 방침에 항의해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교사들은 단식농성을 하는 등 국민적 저항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정부 교육당국은 너무나 안이한 생각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은 결코 전교조와 몇몇 사회단체만의 반대 의견이 아님을 참여정부 대통령과 교육관료들이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부와 교육부가 잘못된 교육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교육마저 그르쳤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특히 교육부 관료는 먼저 모든 학생들을 그저 통제관리의 대상이나 '인적 자원'으로만 취급해온 잘못된 관습을 버리고, 상식과 인권이라는 헌법적이고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지 이제는 제발 배워야 할 것이다.

NEIS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 대로 장애학생, 병력이 있는 학생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최근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를 방문하여 특수교사들과 의견을 나눴는데, 장애와 질병의 간극이 좁혀지고 장애인 차별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특수학교 학생들의 장애정보는 학교 밖에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데 공감했다. 더구나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NEIS가 교육정보로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학교 내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세밀한 교육 정보를 이중으로 관리해줘야 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결론을 내린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국가적 행정정보시스템'의 일환으로 교육청에서도 공유하는 정보라면 학생들의 신상에 대한 정보는 처음부터 모두 제외했어야 옳다. 그러나 지금의 NEIS는 결코 행정정보에 국한된게 아니라 인권적 가치가 있는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결코 학교 밖으로 나가서는 안된다. 또한 교육과 관련된 개인정보가 학교 밖에서 공유되었을 때 얻을 효용성도 전혀 없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의 준거로 제시한 헌법 10조(행복추구권), 17조(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국제 아동권리협약, 개인정보보호법 보다 더 보편적인 준거나 법적 근거가 있다면 교육부는 한 번 제시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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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함께웃는날> 편집위원 장애인교육권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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