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BT 특성화 추진 갈등

농생대 교수들 20일부터 철야농성…"집단화에만 급급" 지적도

등록 2003.06.24 13:27수정 2003.07.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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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본부측의 BT(Bio Technology·생명과학기술) 특성화 사업 추진을 두고 관련 단과대학 학장 등 보직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 교육활동 외 업무를 거부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2일 전남대 평의원회는 농업생명과학대학(이하 농생대) 생명공학전공을 폐지하고 본부 직할 생명과학기술학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BT 특성화를 위한 '2004년 모집단위별 입학정원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절차 무시한 전공폐지는 원천무효" 교수들 철야농성

이에 따르면 농생대와 자연대, 공대 소속 학부과정 3개 학과, 대학원 6개학과, 2개의 연구소 등 생명과학(공학) 관련 조직을 생명과학기술학부로 통폐합하게 된다. 생명과학기술학부는 22명의 전임 교수진을 갖추게 되며, 2004학년도부터 11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이와 함께 수의대·의대·약대·치대·농대·생활과학대 협동과정 BT관련 교수 33명이 겸임으로 참여해 총 55명의 교수가 BT학부에서 공동 연구 및 교육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농생대 교수들은 이 같은 BT 특성화에 따른 농생대 생명공학전공 폐지에 대해 "해당 대학에 일언반구의 통보도 없이 공식적인 동의나 절차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교수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0일부터 농생대 4호관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생대 비상대책위가 이후 대응방향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농생대 비상대책위가 이후 대응방향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강성관
특히 농생대 비상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학칙 개정안은 일정기간 공고한 연후에 심의해야 한다고 고등교육법과 학칙이 규정하고 있다"며 "절차상 하자와 위법사항을 들어 우리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감독권 발동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칙을 개정할 경우 사전 공고·심의 및 공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규정하고 있다. 전남대 학칙은 이 기간을 5일로 규정하고 있다.

전남대 본부측은 농생대 구성원들과의 협의나 합의절차 없이 평의원회의 심의 하루 전인 6월 11일 개정안을 공고하고 12일 심의를 거쳤다. 곧바로 전남대는 14일 교육인적자원부에 BT 특성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16일 '2004학년도 대학 학부(과) 및 학생정원 조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문승주 농생대 교수는 "개정안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고 청원을 했다면 교수회를 소집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대학본부측에서는 농생대가 늦게 문제제기 했다고 변명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교수는 "우리 대학은 유전공학과(현 생명공학전공)를 유치하면서 농업생명과학의 특성화를 추진해 왔다"며 "우리가 BT 특성화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교수충원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사업을 추진해왔는데 협의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농생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입학정원 조정안을 원점에서 재논의 할 것 ▲농생대와의 협의없이 임의로 조정안을 작성한 책임자에 대한 징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비상대책위는 대표단을 구성해 지난 23일 국회와 교육부에 입학정원 조정안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농생대, 특별한 반대의견 표시없어"

이에 대해 대학본부측은 백영홍 교육연구처장의 반박글을 통해 "이미 2001년 교육부에 제출한 '전남대 자체발전계획서'에 BT 특성화가 중요한 분야가 되었고, 그 모체는 농생대 생명공학 전공과 자연대 생명과학부였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와 관련된 2년여 동안의 토론과 공방 과정에서 농생대에서는 특별한 반대의견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육연구처장은 "모든 과정에서 BT 특성화를 추진하는 핵심은 농생대 생명공학전공 교수였으며 본부에 소속문제를 제기해 본부에서는 본부 직할학부를 제안했다"며 "14일 학원장 회의에서 본부는 생명공학전공이 직할학부로 이관되었으니 대신 생명공학전공과 유사한 전공을 개설한다는 조정안을 제출하였으나 농생대의 거부로 무산된 가운데 승인통과됐다"고 밝혔다.

특히 대학본부측은 "농생대 응용생물공학부의 교수회의에서 BT 특성화에 생명공학전공 교수들의 참여를 동의한다는 결의가 있었다"고 반발을 일축했다.

그러나 농생대 비상대책위는 본부측의 주장에 대해 "자연대학의 경우 교수들간의 이해가 상반되어 논쟁이 발생했지만 농생대는 교수 전체에게는 감추어진 채로 끝까지 진행되었다"면서 "농생대 차원에서는 논의할 기회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생대 교수들은 농생대 4호관에서 철야농성 중이다.
농생대 교수들은 농생대 4호관에서 철야농성 중이다.오마이뉴스 강성관
또 "생명공학전공 교수들의 BT 특성화 참여 동의는 농생대 교수회의에 공식 상정된 바 없다"면서 "이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박과 재반박, 계속되는 논란

한편 BT 특성화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연대 생명과학부와 공대 응용화학공학부의 경우 교수들간에 이견이 있어 일부 교수와 학생정원을 존치하는 조건으로 생명과학기술학부에 참여하기로 했다.

자연대 생명과학부 8명의 교수는 통합에 반대하고 나서 결국 학생정원 75명 중 40명과 교수 8명으로 생물학과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수정안이 제시돼 받아들여졌다. 공대 또한 학생정원 50명 중 10명을 건축학부에 존치하기로 하고 BT 특성화 사업에 참여키로 한 것.

한편 이와는 별도로 일부에서는 "학부통합을 전제로 한 BT 특성화 추진은 오히려 특성화를 지연시킬 뿐"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황희(자연대) 교수는 전남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학부의 모집단위가 따로 있어야만 되느냐"며 "BT 특성화와 관련된 학부는 대학에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다양한 학부의 학생들을 별도의 대학원 조직에서 교육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생명공학은 생명과학의 응용과학 분야로 의학, 약학, 농업, 발효공학 등 너무나 광범위한 분야를 말한다"며 "본부의 계획안에는 학과 통합에 중점을 두다보니 어느 분야를 집중 육성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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