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혁명'으로 군이 거듭나고 있다

"장교는 자유 혼을 가진 자유인, 명예심과 긍지를 갖고 싸워라"

등록 2003.06.27 15:31수정 2003.06.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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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6월호에 게재된 남재준 육군 참모총장의 강연 '장교의 길' 전문을 읽고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지난 4월 12일 육본 영관급 장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지만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장교는 자유 혼을 가진 자유인, 명예심과 긍지를 갖고 싸워라" 하는 장교단의 정신혁명이 주제였다. 그러나 읽어보니 꼭 군에서만 적용되는 내용은 아니었다.

일반사회에서도 필요한 정신자세라고 볼 수 있었다. 직업으로서 군 장교는 힘들더라도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는 자기 희생적 명예와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직업적 속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것이 가치관의 이중성인데, 금전적 대가나 진급을 위해 근무하기보다는 군 장교단의 긍지와 명예를 가지고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교단의 일원으로 스스로 정신적 혁신을 통해 명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제의하고 있다.

먼저 상급자는 무조건 스승이다. 존경할 만한 상급자는 보고 배우면 되고 비록 존경할 수 없는 상급자라도 "나는 부하들에게 절대 저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을 배우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급자를 대할 때는 나에게 불리하냐, 유리하냐 하는 관점에서 보지말고, 군인으로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내 삶을 완성하기 위한 내 스승이라는 것이다.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동료는 군 복무의 동반자이자 선의의 경쟁자다. 주변에 있는 동료는 내 마음의 우상이자 영웅이지 타도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마음만 가지면 설사 내가 진급을 못해도 "내 영웅이 내 길을 대신 가 주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라는 생각이다.


장교는 '조국을 위한 복무' 라는 고귀한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동료간의 선의의 경쟁은 명예의 영역이지만 모함하고 타도하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것이다. 장교가 동료를 보는 눈은 서로 북돋우며 격려하고 상대를 따라 배울 수 있는 우상으로 삼아야한다는 것이다.

부하는 애정과 지도의 대상이다. 부하는 과업을 함께 동고동락하며 수행해야할 한 팀의 멤버이지 결코 멸시와 군림의 대상이 아니다. 부하에게 군림한다면 인생을 스스로 망치는 것이며 베풀고 가르쳐 주어야할 대상이다. 인기를 얻으려해도 안 된다. 부하가 자신과 다른 견해를 말한다고 화를 내는 상급자는 스스로 무식하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내가 많이 알고있는데, 부하가 엉뚱한 소리를 하면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과시할 기회가 되므로 기분 좋아할 일인 것이다. 반면 아는 게 없는데 부하가 유식한 소리하면 자기가 무시당하는 것 같아 화를 내는 것이므로 부하에게 화가 난다면 빨리 가서 책보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군 총장이 제시하고 있는 3가지는 우리사회에서도 정신적 자세로 삼아야 할 것들이다.

자기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상관, 동료, 부하직원에 대해 위에서 제의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부정부패나 비리들은 사라질 것이며, 개인이나 특정 조직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행동들도 자제될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지금까지 군에서 통상적으로 옳다고 생각하고 있던 잘못된 관념도 바로 잡고 있다. 첫 번째는 승부욕에 관한 것인데 운동선수라면 몰라도 군인에게는 필요 없는 자질이라고 일축했다. 병법에도 무릇 장수는 전장에 임해서 가족을 잊고, 전쟁터에서는 승부를 잊고, 적과 접전할 때에는 그 생사를 잊는다는 것이다. 군인이 승부욕에 집착하면 결코 큰 것을 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명예를 버리고 구차한 인생이 되므로 승부욕은 절대 장교의 도가 아니다는 것이다.

또한 보스기질도 버려야할 자질로 보고 있다. 보스기질은 전 조직을 움직이기보다 조직 속에 계파를 형성하게 되므로 군인에게는 적합지 않다는 것이다. 장교는 전 조직을 지휘통솔 할 수 있는 관리자적 기질이 필요한 것이다. 군 장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융통성이라고 한다. 여기서의 융통성은 방책의 다양성을 말하는 것으로 처세의 요령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처세술로 행동하는 사람은 자기를 버릴 수 없고 자기를 버릴 수 없다면 이미 군인이 아닌 것이다. 다양한 방책을 구상하고 여러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융통성이며 명예를 위해 초개같이 자기를 버릴 수 있는 정신적 도덕적 용기가 요구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육군 총장의 강연은 보편 타당한 것들이었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육군의 총장이 영관 장교를 대상으로 이러한 강연을 한 것이 처음이었다고 하며, 명확한 사례들과 함께 제시한 정신혁명은 총장 스스로 35년여 군 생활 동안 몸에 베인 체험을 강의한 것이어서 더욱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상명하복에 익숙해 온 군대에서 하의상달을 원하는 육군총장의 모습! 그 자체가 정신혁명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총장과의 대화가 월 1-2회 정도 실시되고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육군총수가 군의 근간이라 볼 수 있는 영관 장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가 지속되면서 육군은 일신우일신 거듭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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