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로 배달되는 친절과 미소

대전 (주)동진여객 여성기사 서연숙씨

등록 2003.06.28 09:16수정 2003.06.2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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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주)동진여객 여성기사 서연숙씨
대전 (주)동진여객 여성기사 서연숙씨권윤영
“어?”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 버스기사를 보고 놀란 얼굴은 곧 이어 탄성으로 바뀐다.

남자기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버스업계에서 몇몇 되지 않는 여성버스기사의 모습에 사람들은 호기심과 관심을 갖는다. 게다가 깔끔한 복장과 상냥한 미소로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주니 버스 안이 유난히 환한 게 승객들의 기분도 산뜻해진다.

그 주인공은 올해로 4년째, 성역에 도전하고 있는 대전 (주)동진여객 버스기사 서연숙(38)씨.

“운전에 소질도 있고 운전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어요. 셔틀버스나 백화점 버스도 운전해보고 그러다 보니 버스까지 운전하게 됐네요.”

그녀는 버스기사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뭔가 도전을 해보고자 지난 95년에 ‘대형면허’를 취득했다. 대형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여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물론 여자가 하기에는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여자가 하기에는 여건이나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고 버스같이 대형차는 남자들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있었고요. 또 위험부담도 크잖아요.”

처음에 버스기사를 하겠다고 하자 가족들의 걱정과 반대가 정말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을 열심히 하고 즐거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가족들이나 회사 동료들도 그녀를 믿고 신뢰해 주고 있다.


그녀가 버스를 운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안전’과 ‘친절’이다. 노인들이 타면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는 것도 승객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의 배려와 친절에서다.

“교통체증이 심할 때나 불법 주차된 차들 때문에 승강장마다 멈춰서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 가는 게 쉬운 일 만은 아니에요. 그런데 늦게 왔다고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난감하죠.”


반면, 손님들의 따뜻한 응대와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보람을 느끼고 힘겨움을 날려버린다.

서연숙씨는 승객과 기사가 서로 조화하면서 호흡이 잘 맞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하루 종일 타는 버스도 아니고 서로 마찰을 빚을 필요는 없잖아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양해해주는 미덕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녀는 1년 전, 대전북부모범운전자회에 소속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모범운전자는 무사고 경력과 친절 등을 기준으로 서류검토 후 경찰청에서 선정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차례 거리질서를 정리하고 1년에 한차례 노인들의 효도관광을 시켜주는 것도 모범운전자인 그녀의 역할.

어느새 따뜻한 미소와 함께 모범운전자만 입을 수 있는 푸른 제복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 되어 대전지역 버스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대전 시민들을 위해 그들의 발이 돼서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참 재밌고 즐겁습니다. 버스를 운전하는 일이 너무 좋기 때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할 생각이에요.”

대전에서 운행되는 버스들은 매일매일 노선이 변경되기 때문에 서연숙씨가 운행하는 버스를 일정하게 탈 수는 없다. 대신에 대전 곳곳에 그녀의 미소와 친절이 배달된다. 그런 그녀 덕분에 등교 길, 출근길, 약속 장소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더욱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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