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때문에 50리를 걷는다

동일학원 교사들, 학원 부패 척결 대장정 시작

등록 2003.07.09 09:51수정 2003.07.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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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수업 끝나고 50리 길을 걷기로 결의한 교사들이 있다. 40억대에 이르는 학교 회계 비리를 바로잡고자 하는 동일여고, 동일여중, 동일전산디자인고등학교의 전교조 조합원들.

a 동일학원 정문에서 대장정의 첫 결의다짐을 하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

동일학원 정문에서 대장정의 첫 결의다짐을 하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 ⓒ 박정훈

지난 7일 오후 4시 동일학원 정문 앞에 플래카드를 펼쳐든 교사들은 성명서를 낭독하고 천마리의 종이학을 들고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왜 교사들은 고난의 행군을 결심하였을까?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은 동일학원의 3개 학교 회계 특별감사를 실시하였고 감사과정에서 밝혀진 비리의 규모는 4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동창회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걷은 돈 3억 7천만원, 협동조합(매점)에서 부당한 인건비 지급 5900만원, 학생식당을 직접 운영하면서 불법 적립한 돈 5억원, 급식업체에서 받아서는 안 되는 돈을 받아서 따로 보관한 돈 4억5700만원, 부적절하게 지급된 인건비 9500만원, 수업에 쓰지 않고 엉뚱한데 쓴 방과 후 교육활동비 2억원 이렇게 저렇게 부당하게 사용했거나 학교측이 해명하지 못하는 금액이 총 40억원 가까이 된다.

그러나 이사장은 감사 당시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감사를 해보면 알겠지만 오히려 칭찬할 게 많을 것이다"라고 열변을 토했으며, 추후 감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10일 이사장은 전체 교사들을 모아놓고 동창회비, 학생식당 관련한 돈도 모두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비리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부당한 인건비 지급을 문제삼은 전교조 교사들에게 섭섭함을 표시했다고 이 학교 교사는 전했다.

a 교육청에 전달한 천마리 종이학

교육청에 전달한 천마리 종이학 ⓒ 박정훈

이에 동일학원 교사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50리 행군에 나선 것이다.


"학교법인 동일학원과 같은 비리 사학이 존재할 수 있음은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의 무사안일한 태도와 물감사로 인해 지도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이며 이로 인해 교육 주체들인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겪은 고통과 피해는 실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분명 서울시교육청은 비리 사학의 공범임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그동안 정기 감사를 통해서 드러난 비리 사실에 대해서도 단지 실효성없는 주의·경고 등의 형식적 조치로 인해 각종 비리 사실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어왔고 이러한 결과가 작금의 총체적 회계 부정이 초래된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교사들의 주장에 동일학원 감사 처리를 준비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실무책임자 이아무개씨는 "감사 결과를 정리 중에 있기 때문에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향후 학교의 회계 비리에 엄중 문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계속 답변을 회피했다.

a 지난 3월 학교안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할 때 학생들이 지지하며 접어준 1만마리가 넘는 종이학

지난 3월 학교안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할 때 학생들이 지지하며 접어준 1만마리가 넘는 종이학 ⓒ 박정훈

서울시교육청에 이들 교사들을 통해 배달된 천마리 종이학의 사연은 또 무엇일까? 동일학원 전교조 교사들은 3월 20일부터 족벌재단퇴진을 요구하며 교내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때 학생들이 교사들의 농성을 지지하며 정성껏 만들어준 종이학이 만개도 넘는다. 교육청이 이러한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헤아려 비리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 달라는 뜻으로 유인종 교육감에게 하루에 천 개씩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4시 20분, 시흥동을 출발한 16명의 행진대오는 휴식을 취할 사이도 없이 6시 대방동, 7시 여의도 공원, 8시 마포대교를 지나 9시 10분에 서울시교육청에 도착하였다. 서울시교육청에 도착할 때, 동일학원 교사들과 전교조 서울지부 간부들이 만나 장미꽃 한송이를 나눠주는 아름다운 장면도 연출되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도착한 교사들은 유인종 교육감에게 꼭 전해달라며 교육청 수위실에 천 마리 학을 건네주었다. 여교사가 절반이 넘는 첫 날 행진자 중 아무도 힘든 내색 없이 50리길을 4시간 50분만에 완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동일학원 전교조 홈페이지에 실린 어느 완주자의 글에서 해답을 볼 수 있었다.

"하느님! 저는 신앙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부탁 한번만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이 가련한 교사들에게 정의는 이루기는 힘들지만 반드시 승리함을 일깨워 주시고 이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그 정의로움이 우리 곁에 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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