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대중화는 내가 만든다

대덕밸리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창단, 이준표 단장

등록 2003.07.10 09:17수정 2003.07.10 11:39
0
원고료로 응원
권윤영
무대에 올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관객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고정된다. 그리곤 이어지는 환상적인 클래식 연주.

음악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음직한 광경이다. 이내 사라져 버리는 꿈에 불과한 이 광경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주식컨설팅전문기업 에셋마스터(Asset Master)의 재정분석가인 이준표(34)씨는 이런 질문에 대해 “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클래식의 대중화와 저변확대를 위해 대전지역 최초의 순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대덕밸리 오케스트라’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의 오케스트라는 프로든 아마추어든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이 모인 단체지요. 하지만 대덕밸리 오케스트라는 초보자도 참여가 가능합니다. 초보자들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레슨과 합주를 병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씨는 2001년 10월 창단 한 국내최초로 직장인 오케스트라인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의 단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2월 열린 창단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온 테헤란밸리는 이제 1천여명의 회원과 5개 오케스트라로 나뉘어 운영되는 오케스트라로 성장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상태.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가 그의 첫 작품은 아니다. 그의 첫 작품은 그의 직장이었던 데이콤의 사내 오케스트라인 ‘데이콤 오케스트라’다.


그는 본업과 관련이 없는 오케스트라 대중화에 관심을 쏟는 것에 대해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전공을 하지 못한 한이 맺혀서”라며 숨겨진 이야기를 했다. 대전이 고향이기도 한 그는 성모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 지휘자의 꿈을 키웠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다른 일에 종사하면서 결혼까지 한 그에게 음악은 한이 됐다. 음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그는 아들이 2살일 때 바이올린 사주기도 하고 독학으로 팬플루트, 트럼펫, 색소폰, 피아토 등 10가지 악기를 배우기도 했다.


“10가지 악기를 다룬다고 하면 남들이 다 놀라는데 대단한 게 아니에요. 한 가지를 하면 다른 것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악기마다 다 특색이 있고 독특한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단원이 결혼을 할 때면 30인조 오케스트라가 축가를 연주해 주는 일도 있다. 남다른 의미가 전해지는 이것이 바로 ‘우리만의 특권’이라고 그는 자랑한다. 클래식 악기를 배우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것도 편견. 초기 악기 구입비로 20∼50만원 정도가 들고 매달 7만원 정도의 회비면 가능하다.

“그동안 클래식은 기득권층의 전유물로 생각되어져 왔습니다. 그런 부분을 타파하기 위해 순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창단을 결심했습니다. 철저한 희생이 뒤따르고 시간과 정열을 투자한다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세월이 흘러 되돌아봤을 때 지금 하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활동이 기폭제가 돼서 다른 지역에도 의미 있는 순수한 문화활동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이준표 단장. 어쩌면 그의 본업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관하지가 않다. 마음으로 컨설팅을 해야 고객이 움직이듯 순수함과 열정이라는 공통분모가 자리 잡은 것이다.

대전시민이 참여하는 순수 오케스트라를 꿈꾸는 그의 바람은 서서히 실현되고 있다. 대전 갈마동 경성큰마을 아파트 상가 지하에 연습장소도 마련됐으며 오는 8월 초 창단식을 해 12월 창단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대덕밸리 오케스트라’에 동참하고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는 일만 남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5. 5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