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딧줄과 넝쿨이. 아딧줄이 욕심 사납게 사탕을 혼자 먹는다.느릿느릿 박철
어제 몸살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고생하고 있는데 아내가 내 방에 들어와서 킥킥하고 웃습니다. "이 여자가 미쳤나? 무슨 일이길래 지금 남편은 아파 죽겠는데.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웃냐?"고 했더니 아내가 이럽니다.
“내가 방금 애들 방에서 인터넷 하다 나왔잖아. 그런데 넝쿨이는 끝 방에 가서 시험공부하고, 아딧줄은 교육관에 가서 공부하고 있고, 은빈이는 안방에서 숙제하고 있고 당신은 아프다고 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안 웃겨요? 온 집안 식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져서 이산가족처럼 살고 있으니, 좀 붙어 있으면 안되나?”
우리 집은 교육관을 수리해서 목사 사택으로 사용하다 보니 방이 많습니다. 겨울에는 난방비를 아끼느라 방을 다 사용할 수는 없지만, 난방비 걱정할 필요 없는 여름철에는 모든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저녁시간을 보냅니다. 책벌레 넝쿨이는 끝방에 가서 열심히 책을 읽고 은빈이는 이방 저 방 옮겨 다니면서 참견을 하다 오빠들한테 야단을 맞고 징징거리곤 합니다.
아내는 요즘 애들 방에 들어가서 인터넷 웹서핑을 열심히 하다 잘 때쯤 나타납니다. 아딧줄은 가장 넓은 소예배실(새벽기도회실 겸 식당)에 가서 밥상을 펴놓고 공부를 하다 역시 잘 때 나타납니다. 나는 그 시간에 신문을 보거나 <느릿느릿 이야기> 답글을 답니다.
우리집은 저녁 9시 30분 경 잠자리에 듭니다. 아이들 시험기간 빼놓고는 일찍 자는 편입니다. 나는 저녁 9시만 되면 잠이 쏟아져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내와 은빈이가 내 방으로 건너와 같이 잠자리에 듭니다.
그리고 사내 녀석들은 자기들 방에서 안자고 안방에 들어와 잡니다. 내 방에도 모기장을 치고, 애들이 자는 안방에도 모기장을 치고 잡니다. 그런데 한참 자다보면 사내 녀석들이 다 내 방에 들어와 자고 있는 것입니다. 넓은 안방을 두고 내방에 들어와 자는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발길질을 하지 않나,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잠꼬대를 하질 않나 가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