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오정동농수산물 시장에서 근무하는 곽길동씨권윤영
대전 오정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야채를 취급하는 중매상인 곽길동(57)씨는 새벽 1시부터 아침까지 시장에서 생활을 한다. 남들보다 두 배로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그이지만 그에겐 하루하루가 특별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시장에서 야채를 파는데 쏟다가 하루의 마지막을 남다르게 장식하기 때문이다.
열무, 알타리무, 쪽파, 속배추 등 일정량을 판매한 후 나머지 야채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먹거리로 나눠주고 있는 것. 한번 나눠줄 때마다 열무 천단 정도의 많은 양을 대전시내 노약자 무료급식소 또는 충청남북도 장애인 시설 등 8군데에 나눠주고 있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한 지도 어느새 3년이 지났다.
“매일 술 먹고 망나니짓을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술도 끊고 180도로 사람이 달라졌더라고요. 그 사람이‘형님도 그곳에 가보세요’ 라기에 충북 옥천에 있는 ‘행복한 집’이란 곳을 찾았어요. 저 역시 거기서 깨달은 바가 많았습니다.”
5년 전 겨울, 눈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곽씨는 목뼈를 다쳐 전신에 마비가 왔다. 여전히 근육에 감각이 없어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 3급을 가진 그이지만 눈으로 직접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 보니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생겨났다.
“나도 몸이 이렇지만 그곳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정말 아팠어요. 가끔씩 행복한 집을 방문하고 오면 마음이 안 좋아서 술 한 잔씩 합니다. 저 역시 사고를 당하고 침대 생활을 했었어요. 그 당시에 생활 능력이 없어서 참 막막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라도 갚고 살아야지요.”
이제는 그의 선행이 입소문을 타고 여기저기서 먹거리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경로잔치 하는 날 열무나 육개장거리를 제공해 줄 수 없냐는 얘기나, 병아리를 키울 수 있게 도와달라는 제안에도 그는 흔쾌히 승낙을 한다. 그의 그런 모습에 시장 사람들도 하나 둘씩 동참하고 있다.
“비록 돈은 보내주지 못하지만 야채뿐만 아니라 1주일에 한번 꼴로 두부, 콩나물 같은 먹거리를 보내주기도 합니다. 야채만 주다 보니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시작 초기에는 재고를 줬는데 도저히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날 팔던 것을 나눠줍니다. 이제는 마음이 너무 편해요.”
얼마 전엔 야채를 나눠주는 곳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서로 이야기만 전해 듣던 사이였지만 얼굴도 익히고 인사도 나눴다. 곽씨는 “금산에 있는 장애인 시설로부터 시집을 한권 선물 받았다”고 자랑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