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나 자기 물건을 버려두는 아이들

<교육현장> 물건 소홀히 하는 아이

등록 2003.07.23 11:25수정 2003.07.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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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자기 물건의 소중함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아니 조금 실증이 나면 모른 척 버리고 다시 사 달라고 하면 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 안에는 어린이들이 버리고 가거나 놓고 간 물건들이 제법 많은 양이 모아지고 있다. 찾아가도록 안내를 해도 찾아간 사람은 거의 없다.

연필 한 자루를 잃어버리고서 10리(약 4km)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학교로 되돌아가서 찾아오던 지난날의 어린이들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물론 여러 가지 물건이 흔하고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정에서부터 어린이들에게 물건의 소중함이나 아껴쓰는 버릇 같은 것은 별로 신경들을 쓰지 않는 편이어서 인 것 같다.

또, 요즘은 자기가 사 가지고 다니는 학용품이 별로 없다. 학교에서 학용품을 준비해두고, 언제나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해주어서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별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기도 하다.

벌써 15년 전의 일이었지만, 내가 맡은 반의 한 아이가 체육시간이 끝나고서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면서 시계를 풀어놓고 씻고 들어오면서 그냥 들어오고 말았다.

곁의 친구가 이 모습을 보고 시계를 주워 가지고 와서 그 아이에게 주면서 "너 시계 놓고 왔지. 그런 것 같아서 내가 가져 왔어. 자 여기 있다"하고 시계를 주니까 시계 주인이 신경질을 확 부리면서 "왜 그걸 주어가지고 와서 그래? 나 일부러 두고 왔는데? 잃어 버렸다고 하고 다시 사 달라고 하려는데 왜 가져 왔어?"하는 것이었다.

그 때 난 그 아이에게 그렇게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 주었고, 그 아이는 그 시계를 1년동안 더 차고 다녔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 보다 좀 더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무지 자기 물건을 챙기려고 하지 않고 추운 날 위에 입는 덧옷을 버리고 그냥 갈 정도로 관심들이 없다.

물론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 그렇게라도 해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면 그것도 우리 경제에 작은 보탬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기 집의 경제가 좋지 않다면 아끼고, 함부로 버리거나 팽개치지 않는 습관을 들여서 물건 하나라도 아껴 쓰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작은 실천이 되는 것이다.


어느 독일 유학생이 귀국한지 얼마나 지난 다음에 조그만 소포뭉치를 받았다. 그 소포는 자기가 유학생활을 할 때 주인아주머니께서 보내신 것이었다. 그 사람은 반가운 마음에 소포를 뜯으면서 "무슨 선물을 사서 보내셨을까?"하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특별히 선물을 사서 일부러 보낼 만큼 자신이 주인에게 잘 하지도 못했으므로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소포 속에서는 자신이 버리고 온 속옷들과 양말 등이 깨끗이 빨고 떨어진 곳은 기워서 차곡차곡 접혀져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 작은 쪽지에는 "학생이 쓰다가 버리고 간 것들을 보내드립니다. 당신네 나라가 비록 잘 살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조금만 손질을 하면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을 버리는 것은 낭비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보내드리니, 잘 이용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더라고 한다.

그 무렵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만 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독일은 2만 6천달러가 넘는 나라였다. 우리보다 세 배쯤 더 잘사는 나라의 국민은 이렇게 알뜰 살림을 하는데 우리는 어지간하면 버리고 다시 사는 게 일반화되어 버렸다.

아파트가 입주한 때는 거의 매일 한집 살림살이를 모을 수 있을 만큼 많은 가구, 주방용품, 생활용품들이 버려지고 있다. 물론 새 집을 사오는 기분에 새로운 살림으로 멋지게 출발하고 싶다는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멀쩡한 가구나 자기 손때가 묻은 기구들을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는 용기가 부러울 때가 많다. 각 가정에서 자기 집에 들어와서 10년이 넘은 가구나 생활용품, 전자제품이 몇 가지나 있는지 한 번 헤아려 본다면 각자의 가정에서 얼마나 물건을 아껴 쓰고 잘 관리하고 있는지 쉽게 계산이 나올 것이다.

부모들부터 이렇게 함부로 버리는 버릇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함부로 하지 말라고 가르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물건을 함부로 쓰지 않으면 덜 만들어도 되고 그러면 우리가 수입을 덜해도 되는 것이고, 결국 우리 생활에서 나오는 공해물질을 줄이는 환경운동은 가장 근본적으로 아껴 쓰는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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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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