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명품 찾는 아이들

부모들의 자성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등록 2003.07.24 08:40수정 2003.07.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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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신문과 방송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명품에 욕심이 난 모녀가 합세하여 유명 백화점을 돌면서 명품만을 훔쳐 오다가 감시카메라에 꼬리가 잡혔다는 것이었다.

혹시 딸이 그렇게 능력이 미치지 못한 명품에 욕심을 내더라도 못하게 말리고, 능력에 맞게 검소한 생활을 하도록 가르쳐야 할 어머니가 철없는 딸과 같이 다니면서 한 사람은 망을 보거나, 사는 척 흥정을 하고, 한 사람은 가방에 물건을 챙겨 넣고 사라지는 방법으로 훔쳐 왔다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명품을 사줄 능력은 안되고 물건은 욕심이 나서 한 두 번 하여도 괜찮으니까 자꾸 하게 되고, 나중엔 두려움도 없어지고 도리어 스릴이 있어서 재미를 붙였어요."

어머니의 고백이었다. 참으로 똑똑한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잘못으로 아직 결혼도 않은 처녀가 전과자가 되어서 앞날을 망치게 되었으니 얼마나 억울하고 서글픈 일인가?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런 명품 열풍이 식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어린 학생층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은 우려해야할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속담에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아니 요즘엔 그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빈깡통이 요란하다'고 하던가?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꽉 찬 지식이나 교양 등의 내적 아름다움이나 정신적인 것에서 찾아보려고 하지 않고 너무 외적인 것에 매달리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래서 속은 텅 비었을 망정 겉만이라도 번지르르하게 꾸미고 나서면 가장 멋진 사람이요, 내세울만한 인품이 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사람을 판단하는데 외모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경향때문에 얼굴은 병원에서 만들고, 몸매는 헬스클럽과 몸매관리실에서 다듬는다.

이렇게 외양을 가꾸는데는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부어대지만, 우리 국민이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정신적 아름다움을 가꾸는데는 인색하고 관심이 없는 형편이다.


입사시험에서도 외모를 중시하고, 진정으로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은 둘째, 혹은 셋째로 밀려나는 사회에서 외모를 가꾸지 않은 사람은 물결을 거스르는 사람으로 인식이 될 정도가 되었다. 그리하여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본래의 얼굴이 아니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만큼 제 얼굴을 지니고 사는 사람이 적어지고 있다.

이런 형편에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것보다 훨씬 더 쉽고 빨리 자신을 과시하고, 외모를 업그레이드 해 줄 명품을 지니는 것은 더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야 어디 명품으로 장식하고, 외모만 가꾸었다고 그 사람의 빈 속까지 꽉 찬 것으로 간주해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보다 훨씬 더 잘사는 나라들,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선두그룹의 나라에서 생산되는 세계의 명품들이 막상 그 나라 사람들에게서는 우리처럼 환영을 받지도 않고, 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의 명품들은 영국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쓴 물건이 아니라 귀족들이나 상류사회 사람들이나 쓰는 물건이고, 일반 국민들은 오히려 '노 브랜드'의 물건이나 흠집이 나서 싸게 파는 아울렛의 상품들을 더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 브랜드 제품들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반 국민들의 애용품이 아닌 귀족이나 상류사회에서 쓰거나 수출을 위한 제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자기 나라 국민들은 그런 유명 브랜드를 만들지만 쓰지 않고 거의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유명 브랜드의 전시장이 되고 있으며, 전 세계의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면 무조건 믿고, 비싸다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전 세계의 위스키 소비량의 몇 분의 일이라는 소비형태는 우리나라의 형편에 비추어 너무나도 엄청난 낭비요, 일부 사람들의 과시욕 때문에 나라 경제를 갉아먹는 망국적인 소비형태라고 생각한다.

이런 우리 소비문화는 어린이들에게까지 전수되어 올 여름이 오기 전, 전국적으로 바퀴달린 운동화 같은 고가품들이 조금도 어색하거나 두려움 없이 어린이들에게 주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힐리스라 불리는 이 운동화는 스포츠용이지 일상 생활용품은 결코 아님에도 아이들은 무턱대고 신고 거리를 누비고 다닌다.

이 운동화를 신고서는 정상적인 발걸음을 하기 어렵다. 발뒤꿈치를 바로 디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각 가정에 통신을 보내서 바퀴달린 운동화는 가정에서만 신지 학교에 신고 나오지 못하게 하겠으니 이해해 달라는 가정통신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이 운동화는 전국적으로 유행이 되었고, 이 운동화 때문에 폭우에 홍수 진 강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목숨을 잃은 아이까지 생겨났다.

몸에 명품 브랜드를 지니지 못하면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허영심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이렇게 외적 꾸밈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부끄러워하는 건전한 사회가 어서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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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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