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고 있는 '사실'은 거짓이다

이종호의 <세계를 속인 거짓말>

등록 2003.07.24 11:45수정 2003.07.24 16:44
0
원고료로 응원
책 <세계를 속인 거짓말>
책 <세계를 속인 거짓말>뜨인돌
어린 시절, 가난을 극복하고 노예 해방을 주장하면서 미국의 대통령이 된 링컨이나, 권위적인 로마 교황청과 맞서 싸우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주장했던 갈릴레오의 위인전을 읽으면서, 그들의 용기를 본받겠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이와 같은 용감한 행동들이 사실은 후세에 의해 꾸며지고 각색된 거짓말이라면…. 교육적 효과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너무 많은 거짓들을 진실로 믿고 살아온 게 아닐까 싶다.


이 책 <세계를 속인 거짓말>은 이처럼 우리가 진실로 믿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재조명하여 그 가운데에 진실은 무엇이고 거짓은 무엇인지 낱낱이 밝힌다.

우리가 잘못 믿고 있는 거짓말들은 '링컨은 노예 해방론자였다', '나폴레옹은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전술가였다', '갈릴레이의 지동설은 로마 교황청에 의해 엄격히 거부당했다' 등 다양하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 가다 보면,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역사적 진실이란 게 진짜 사실성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역사들이 거짓으로 점철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가 밝히는 링컨의 일대기를 보면 그는 절대로 노예 해방론자가 아니었다. 그가 주장했던 것은 남부와 북부가 통일된 한 나라 모습이었는데, 노예 문제로 남부와 북부가 대립을 보이자 미국의 단결을 위해 노예 해방을 주장한다.

링컨은 노예 제도에 대해 수시로 자신의 입장을 바꿨으며, 미국의 단결을 위해선 노예제도를 존속시킬 수도, 해방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즉 링컨이 중점을 둔 것은 단결된 미국의 모습이지, 노예의 해방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북부가 전쟁에서 우세한 모습을 보이자, 링컨은 북부가 주장하는 노예 제도 폐지 쪽에 손을 들어 주었고 그 결과 미국은 전쟁을 종식하고 통일된 나라를 만든다. 그리고 전쟁에 패배한 남부는 자연스럽게 노예 제도의 폐지에 동조하게 된다.

갈릴레이에 대한 이야기 또한 허구적으로 꾸며진 것들이 많다. 그가 위대한 과학자이며 자신이 발견한 여러 사실들을 통해 지동설을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교황청 또한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제시할 경우, 그것을 인정하겠다는 유동적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만한 갈릴레이가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여, 교황청으로부터 미움을 사고 재판에까지 회부된다. 재판의 결과는 '근거 부족으로 인해 그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갈릴레이의 지동설은 잠시 보류 상태로 들어간다.

그가 재판소를 떠나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다는 사실은 거의 모든 위인전에 기록되는 얘기이지만, 사실은 꾸며낸 것이라고 한다. 그저 백 여 년 후에 역사가들이 그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덧붙인 얘기라는 것이다.

갈릴레이가 중력실험을 했다는 피사의 사탑 이야기 또한 거짓말이다. 거기서 중력 실험이 이루어진 적은 있지만 그것은 갈릴레이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물론 물체의 무게와 상관없이 중력이 적용된다는 갈릴레이의 이론은 그에 의해 성립된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탑에 올라가 실험을 벌인 적은 없다고 한다. 그 실험은 갈릴레이가 죽은 후 다른 사람에 의해 피사의 사탑에서 실행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우리가 믿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은 허구와 사실이 뒤죽박죽 되어 있다.

그래서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판별하기 어렵다. 다만 후세의 사람들이 그러한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 '역사가 항상 진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비판적 관점을 취할 수 있다면, 세상의 많은 사건들은 그 진실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역사만이 아니라, 근접한 우리의 근현대사 또한 '사실이 아니면서도 사실로 믿어지는' 혹은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믿도록 강요당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역사들의 진위를 바르게 판단하고 그 진실성 여부를 밝혀내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역사가들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

세계를 속인 거짓말

이종호 지음,
뜨인돌, 200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5. 5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