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건가요?

질베르 시누에의 <보거를 찾아 떠난 7일 간의 특별한 여행>

등록 2003.07.26 12:50수정 2003.07.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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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거를 찾아 떠난 7일 간의 특별한 여행>
책 <보거를 찾아 떠난 7일 간의 특별한 여행>예담
"이 책은 새 천년 새 세기를 맞아 프랑스의 한 지성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인식의 대전환을 요구하며 쉬운 글로 쓴 것입니다. 저는 한국의 아버지와 아들이, 어머니와 딸이 이 책과 함께 일주일 동안 여행을 떠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무지와 무관심으로, 혹은 오만으로 대자연에 대한 학대를 계속해 왔습니다. 그 학대는 곧 인간성에 대한 학대가 아니었을까요? 지금까지 무작정 달려 온 길을 한 번쯤 되돌아 봐야 하겠습니다."



이 책 <보거를 찾아 떠난 7일 간의 특별한 여행>을 번역한 홍세화씨가 서문에서 던지는 화두이다. 책의 전반은 한 소년과 아버지가 양탄자를 타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대화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여행을 통해 아버지는 아들에게 현 세계의 문제점들을 보여 주려고 한다.

이들이 월요일에 찾아간 곳은 아랄 해라는 이름의 호수이다. 이 호수는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수로를 건설하면서 파괴된다.

아버지는 말로써 전달하기 보다 실제 관찰을 통해 아들이 세상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체득하길 원한다. 그래서 그들은 양탄자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나는 단지 네가 경계심을 갖기를 바랄 뿐이다. 아주 오래된 경계의 말들은 아이들에겐 좀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예방하는 것 또한 사랑의 일부란다. 보이지 않는 것을 판매하는 자들, 마음의 문맹자들, 그리고 확신에 차 있는 사람들에 대해 너에게 경계시키는 것. 결코 어느 것도 아주 끝난 것은 아니다."

아랄 해를 통해 물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아버지는 화요일에는 아들을 데리고 북극으로 간다. 북극의 거대한 빙산들이 녹아 내리는 것을 보면서 아버지는 지구의 온실 효과로 인해 우리가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을 전한다.


"가장 비극적인 것은 우리의 운명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최악의 상황이 곧 닥치리라는 의문을 품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바로 이 순간에도 온갖 종류의 쓰레기, 스트론튬, 세슘, 플루토늄과 같은 방사성 폐기물과 기타 다양한 오물로 가득 찬 선박들은 점점 그 숫자가 늘어난다."

그리고는 우리가 파묻은 수만 통의 방사성 폐기물들이 먼 훗날 우리의 자손들에게 큰 해를 끼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먼 훗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는 후손들이 땅을 파다가 묻혀진 방사선 폐기물들을 실수로 건드리게 되고, 이러한 것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유출될 지도 모르는 것이다.


수요일에 이들이 찾아간 곳은 아프리카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굶주림과 에이즈 등으로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많은 어린이들을 보게 된다. 거기서 힘없이 쓰러져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 보거를 보는 아들은 동정의 마음을 품지만, 구출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목요일에 찾아간 곳은 아름다운 지중해 연안이다. 이 곳에 얽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아버지는 세계의 지도자들이나 세력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애쓰고, 환경이나 사회 문제를 돌보지 않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삼림이 점점 없어지고 해양이 오염되고 온갖 오염 물질들이 지구 표면을 뒤덮는 현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세력가들은 이러한 문제들의 심각성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은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한 것이다. 그들이 벌이는 일들이 후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막으려고만 한다.

금요일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살육 행위에 대한 무책임함이다. 콜로다도 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살육 행위에 대한 불감증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도덕적 책임이나 비인간성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부자의 양탄자는 토요일에 스코틀랜드 지방을 찾아간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복제양 돌리를 보여주면서 생명 복제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이야기해 준다. 우리가 복제를 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은 아주 적은 것에 불과하고, 사실은 많은 위험과 도덕적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날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여행을 시작할 때 나는 너에게 아직 모든 게 끝난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했다. 두려움을 말하는 것이 굴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네가 결정할 차례다. 내 말을 잘 이해하겠느냐?"
아들은 아버지와의 여행을 통해 많은 생각을 했는지, 보거를 구출해 내고 돌아온다. 이들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그 여행과 대화 속에는 우리가 처한 많은 문제에 대한 비판 의식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잊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처한 문제이며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겪게될 고통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못 본 체 간과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때에 미래의 사회는 좀더 밝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보거를 찾아 떠난 7일간의 특별한 여행

질베르 시누에 지음, 홍세화 옮김,
예담,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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