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

시네마테크 대전 강민구 대표, 4차례 다시 문 열어

등록 2003.07.29 09:37수정 2003.07.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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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대표
강민구 대표권윤영
“상업성 때문에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하는 영화들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영화를 수집해 복원하고, 그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것 또한 보람이죠.”

시네마테크 대전의 강민구(34) 대표. 그는 상업적 영화를 배제하고 작품성 있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위주로 프로그램을 편성해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시네마테크의 목적은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영화를 수집해 복원하고, 그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하고 함께 공유하는 일이죠. 프랑스의 경우 각 도시마다 사설기관이나 공공기관 시네마테크가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단체가 얼마 없는 게 현실입니다.”

강 대표는 지난 6월 독일문화원과 공동 주최하는 형식으로 필름을 수입해 ‘20세기 거장 전 빔 벤더스 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매년 유료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일본국제교류기금과 공동주최로 그들이 소장한 60여 편의 필름을 갖고 일본영화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방에서는 영화제를 개최해도 주로 무료 영화제를 하는데 이는 개별 단체가 자생력을 가질 수 없게 하는 구조입니다. 지원되는 예산도 부족하고 수익구조도 없는 상황에서 자생력을 갖추고 자리를 잡으려면 유료로 진행돼야 합니다. 이곳에서 상영되는 영화도 일정 정도 관람료를 받고 관객에게 평가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막상 영화제를 개최해도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영화가 어렵기 때문에 접근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에는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지도,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 어려우므로 계속해서 그런 악순환에 놓인다는 것.

“홍보도 홍보지만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일반인들에게 자리 잡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반해 이런 영화는 일반 극장에서도 배제 당하기 때문에 장소나 영사기도 부족하죠.”


강민구 대표가 이 일에 뛰어든 것이 어느새 8년이 됐다. 대학시절, 우연히 접한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영화와 현실의 관계를 조명한 작품)가 그의 삶을 바꿔 놓았다. 고다르의 영화가 그에게 쇼킹한 충격으로 다가와 그 이후로 영화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시절부터 캠코더로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하고 시나리오를 공부하기도 했다. 지난 97년에는 1년 여간 자원봉사를 하며 외국인노동자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시네마테크를 운영하면서 스스로가 문화적 소수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사회적 소수자들과 동질감을 느끼기에 소외된 계층에 관심이 많습니다. 영화제도 잘 사는 동네에서보다는 어려운 지역에서 개최하고 싶어요.”

작업에 열중인 강 대표의 모습
작업에 열중인 강 대표의 모습권윤영
강 대표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만 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다양한 문화, 영화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하고, 다양성의 토대 아래 영화를 둘러싼 토론을 진행하면서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하고 싶은 것이다.

강 대표는 이를 위해 안정적 공간이 생기길 바라고 있다.

“영화제를 할 때마다 매번 장소가 바뀌는데 안정된 공간 속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시민들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큰 공간이 아니라 영화와 대중, 나와 대중의 거리가 가까운 작은 장소에서 영화소개도 하고, 관객들과 편안하게 얘기 나누고 싶네요.”

독립영화협회 양인화 감독이 얘기하는 강민구 대표

"강민구 대표는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왔다. 수익도 안되는 등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굴하지 않고 지금껏 영화운동을 해온 대전지역 영화계의 선구자다.

영화를 생산하면 상영이 돼야 하는데 흥행에 밀려 상영되지 못하는 영화가 너무 많다. 강 대표는 그런 영화들을 관객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게 상영하고,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강 대표가 앞으로도 활발히 활동해서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 권윤영 기자
수익 구조가 전혀 없는 비영리사업. 모든 운영비가 자비로 충족되고 있다. 많이 바쁘고 몸이 힘든 와중에도 개인적으로 살 길을 찾는 수밖에 없다. 강 대표는 생계를 위해 동영상 편집, 홍보물 제작, 백일, 결혼식 등의 촬영도 하고 있다.

“8년간 시네마테크를 운영하며 사무실도 많이 옮겨 다녔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다른 일을 하다가 돈을 모아 다시 운영한 것이 4차례 되지만 이젠 가족들도 많이 이해해주고 있어요.”

시네마테크. 생소한 단어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낯설게 다가온다. 강민구 대표는 지금껏 힘겹게 걸어 온 8년의 세월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았다.

“내가 기획한 영화를 보고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관객들이 반응을 보일 때 가장 뿌듯하다”는 강 대표. 그렇기에 그에겐 또 다시 가야할 먼 길이 오히려 기다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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