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알면 남을 설득할 수 있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등록 2003.07.31 16:53수정 2003.07.3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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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설득의 심리학>
책 <설득의 심리학>21세기북스
“남을 설득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내가 하는 말에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연신 나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신바람이 절로 난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가 남을 설득하는 경우보다는 남에 의해서(이 경우의 남이라는 것은 나의 가족, 친구, 직장 동료나 상사, 자동차 판매원, 기부금 요청 단체들, 광고, 대중 캠페인 등을 모두 총괄하는 개념이다) 설득당하는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옮긴이 이현우씨가 서문에서 전하는 이야기이다. 사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남을 설득해야만 하는 일처럼 진땀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 우리는 상대방을 꼭 설득해야할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이럴 때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전략을 써야 상대를 설득하고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준다. 그 해결 방법들은 바로 ‘설득 심리학’이라는 이론적 토대를 근거로 하고 있다.

저자가 전하는 설득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란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된다. 상호성의 법칙, 일관성의 법칙, 사회적 증거의 법칙, 호감의 법칙, 권위의 법칙, 희귀성의 법칙들이 바로 그것이다.

상호성의 법칙이란 누군가에게 공짜로 무언가를 받으면, 그에 대한 보상이나 답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보험 설계사인 친구에게서 공짜로 식사 대접을 몇 번 받았다면, 왠지 우리의 내면에 보험 하나쯤은 들어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일관성의 법칙이란 일정한 내용에 대해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세뇌가 되었을 경우, 그 물건이나 설득 내용에 동조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는 것이다. 일관성의 법칙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경우는 바로 광고이다. 특정 광고를 지속적으로 시청한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에 비해 그 상품을 더 많이 구입했다는 통계 결과가 이 논리를 증명해 준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인 경우,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믿는 것을 진짜 좋은 것이라고 믿게 된다는 논리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차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기만 하면 다들 그 차가 좋다고 믿고 구입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여 그게 나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호감의 법칙이란 우리 속담 중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것과 연관이 있다. 호감을 주는 인상의 사람이 파는 물건은 왠지 신뢰가 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보편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다. 단정한 옷을 입은 사람보다는 어수선한 옷차림의 사람이 왠지 더 범법 행위를 할 것 같다는 편견 또한 이에 해당한다.

권위의 법칙은 권위자의 말이라면 그 진위 여부를 생각해 보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믿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밀그럼이라는 심리학자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는데, 이 실험에서는 밀그럼의 권위만 믿고 많은 연구자들이 말도 안 되게 높은 전기 충격을 실험 대상자에게 가한다.


실험 대상자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충격을 멈춰 주길 요청했지만, 밀그럼의 ‘이 정도의 전기 충격은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는다’는 말만 믿은 연구자들은 계속적인 충격을 가한다. 이것은 우리가 권위만을 믿고 그의 말을 따를 때에 얼마나 큰 위험을 불러 올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실험 결과이다.

마지막은 바로 희귀성의 법칙이다.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이나 유통업체에서 벌이는 ‘200개 한정 판매’라는 말에 현혹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구하기 힘든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이다. 엄청나게 비싼 명품 한정판 핸드백이 항상 품절될 정도로 잘 팔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는 남을 설득하는 데에 이용되는 법칙 중 크게 여섯 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남에게 설득당하거나 남을 설득하는 데에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의 심리 기제가 작용할 것이다.

‘나를 알고 적을 안다면’ 적을 이길 수 있듯이, 설득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심리 과정을 이해한다면, 그리 쉽게 누군가에게 설득되어 필요 없는 물건을 사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남을 설득해야할 일이 생길 때에 이 전략을 이용하여 비교적 용이하게 설득의 과정을 이끌어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고, 이론을 알면 무엇하랴? 세상의 많은 일들은 계획되지 않은 우발적인 일들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며, 이론을 알고서도 실제에서는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자기 습관대로 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많이 출판되면서도 끊임없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설득의 심리학 1 (리커버 에디션)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황혜숙 옮김,
21세기북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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