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손잡고 인류의 적 몰아내자고?

경우회 경북지부 플래카드 빈축... "무난한 문구라서 제작"

등록 2003.08.07 16:09수정 2003.08.1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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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진 오른쪽 가로수에 문제의 플래카드가 한달 넘게 걸려 있었다. 경우회 측은 지난 6일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되자 오후쯤 플래카드를 철거했다.

사진 오른쪽 가로수에 문제의 플래카드가 한달 넘게 걸려 있었다. 경우회 측은 지난 6일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되자 오후쯤 플래카드를 철거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세계와 손잡고 인류의 적을 몰아내자"

여기서 '인류의 적'이란 북한과 좌익·용공세력 등을 의미한다. 냉전시대에나 등장했음 직한 '섬뜩한' 구호가 담긴 플래카드가 경북지역의 한 경찰청 앞마당에 한 달 넘게 걸렸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경북지역 전직 경찰들의 모임인 재향 경우회 경북지부는 지난 6월 25일 한국전쟁 기념일을 앞두고 "세계와 손잡고 인류의 적을 몰아내자"라는 구호와 단체 명의가 적힌 플래카드를 제작, 경북도청 안에 있는 경북지부 사무실(도로교통안전협회 2층) 앞 가로수에 설치했다.

현재 경북도청 안에는 경북도경찰청, 경북교육청, 경북도선관위 등의 관공서가 들어서 있고 경북도경찰청으로 민원인이 출입하기 위해서는 경우회가 있는 건물 앞을 지나쳐야 한다.

경우회 경북지부에 따르면 당시 플래카드는 전국 경우회 본부에서 6·25의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취지에서 계도기간(7월 5일까지) 동안 각 지부별로 홍보용 플래카드 걸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경우회 "문구가 가장 무난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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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욱

경우회 경북지부 한 관계자는 "경우회 전국본부에서 일괄적으로 공문을 보내 와 각 지부별로 플래카드를 걸기로 된 것"이라며 "플래카드의 문구도 본부에서 3~4개의 구호를 적시해 지부 차원에서 '...인류의 적을 몰아내자'라는 문구가 가장 무난할 것 같아 플래카드 한 개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우회 측은 이 플래카드 게시기간이 7월 5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가량을 방치해두다, 지난 6일 오후쯤 지역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철거했다.

이에 대해 경우회 측은 "플래카드를 설치한 후 6월~7월 동안 공석이 잦아 플래카드를 철거할 인력이 없어 기간을 어쩔 수 없이 어긴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위에서 보듯 경우회 측은 이번 '인류의 적' 플래카드 게시와 관련 "가장 무난한 문구를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 화해 무드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특히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북한 선수단 등이 대구를 방문해 남북화합을 이루자는 열망이 높은 가운데 드러난 이번 처사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대구경북 통일연대 오택진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경우회 측의 시각이 반북 이데올로기와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한반도 전쟁 우려 속에서 남과 북이 평화공존하기를 기대하는 국민적인 열망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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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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